황규정 “골프 ‘가족 스포츠’ 만드는 게 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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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정 “골프 ‘가족 스포츠’ 만드는 게 꿈” [인터뷰]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12.27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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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스골프아카데미 황규정 프로
“아이들이 재미 느끼도록 골프 가르쳐야”
“프로가 프로다워야 골프 산업도 발전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황규정 프로는 골프를 가족 스포츠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황규정 프로는 골프를 가족 스포츠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에겐 꿈이 있었다. 프로 선수로 필드를 누비는 꿈. 재능도 있었다. 어릴 적 우연히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을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어느 날. 의사로부터 ‘더 이상 골프를 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수술을 받았어요. 더 이상 골프를 칠 수 없다고 하더군요. 청천벽력이었습니다. 골프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었으니까요. 프로 자격증은 땄지만, 선수 생활은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좌절. 그러나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꿈을 꿨다. 어쩌면 우승보다 더 힘들 수도 있는 꿈이다. <시사오늘>은 12월 26일 골프를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스포츠’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지닌 멤버스골프아카데미 황규정 프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황규정 프로는 아이들을 혹사시키지 않고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한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황규정 프로는 아이들을 혹사시키지 않고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한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골프는 성인이 즐기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한데, 왜 아이들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제가 8살 때 골프를 시작했어요. 학생 신분으로 시합에도 많이 나갔고요. 그런데 어릴 때부터 저와 같이 시합 다니던 아이들 중에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하는 친구가 아무도 없어요. 다들 어릴 때부터 혹사를 당했거든요. 그때는 지금보다 체육학이 덜 발전했을 때라, 아이들에게 너무 과한 운동을 시켰어요. 문제는 지금도 그렇게 골프를 가르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예요. 그러면 성장 부진을 겪게 되고, 부상도 당해요. 아이들에 대해 공부도 하지 않고 체육학적 지식도 없는 사람들이 자기 경험만 가지고 아이들을 혹사시키는 걸 보면서 화가 났어요. 그런 걸 막고 싶었습니다.”

-교육 방법이 어떻게 다른가요.

“ARCS라고 해서, 놀이 학습에 관한 프로그램이 있어요. 저희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개발한 건데요. 실력은 똑같이 늘게 하면서 골프에 대한 흥미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아이들도 훨씬 더 재미있어 해요. 또 골프에는 진동수라는 게 존재하는데요. 공을 치면 울림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진동수가 많으면 몸에 부담이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트랙맨으로 분석한 결과를 가지고 아이들 몸에 가장 부담이 가지 않는 방법을 찾아서 가르칩니다.”

-자녀를 골프 선수로 키우고 싶어 하는 분들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

“성인처럼 하루 한 시간씩, 일주일에 네다섯 번씩 연습을 시킨다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게끔 골프를 가르쳐주세요. 저도 아버지와 함께 골프를 치는 게 재미있었는데, 너무 심각해지니까 어느 순간부터 골프가 싫어지더라고요. ‘내가 왜 이걸 해야 하지’라는 고민도 많이 하게 되고요. 아버지와 사이가 나빠진 적도 있었습니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먼저고, 아이가 골프 선수를 직업으로 택하면 그때부터 지원과 투자를 해주셔도 늦지 않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해외 골프 캠프를 여는 것도 그런 이유인가요.

황규정 프로가 말하는 골프의 매력은 여유와 자유로움이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황규정 프로가 말하는 골프의 매력은 여유와 자유로움이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렇습니다. 저희 아카데미에 아이들이 골프를 배우러 오면, 부모님도 함께 오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러면 아이들이 수업하는 동안 부모님이 같이 레슨을 받기도 하고, 옆에서 연습도 하시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제 궁극적 목표인 골프의 ‘가족 스포츠화’를 실현시킬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잖아요. 사실 해외에서 골프 캠프를 여는 게 정말 힘든 일이에요.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거기 때문에 직접 답사를 하면서 시설은 어떤지, 안전한 곳인지, 청결한 곳인지, 동선은 어떤지 이런 걸 다 확인해야 하거든요. 이번에도 베트남 다낭의 4~5개 골프장과 협의를 하면서 메일을 600통 정도 썼어요. 양쪽 다 영어가 잘 안 돼서 의사소통이 힘들었거든요. 하하. 그래도 일단 가면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요. 잔디밭에 눕고 뛰고 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부모님들도 아이들이 골프 치고 게임 하고 하는 동안 라운딩 하실 분들은 하시고, 관광 하실 분들은 하시고 그러니까 좋아하시고요. 마지막 날은 부모님과 아이들이 같이 플레이하는 날이 있는데, 가족들이 같이 골프를 치면 얼마나 행복해하시는지 몰라요.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뿌듯합니다.”

-평생 골프와 함께 하고 계시는데, 골프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여유죠. 일상의 답답함을 탈피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어요. 골프를 치시는 분들도 그런 여유와 자유로움을 만끽하시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너무 심각하게 골프를 치는 분들이 많으세요. 어떤 연구 결과를 보니까, 전 세계 싱글 핸디캐퍼의 80%가 한국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한국분들이 골프를 좋아하시고 잘 치시기도 하지만, 그것 때문에 오히려 접근을 못하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제가 호주에 있을 때 충격을 받았던 게 뭐냐면, 레슨 받는 사람이 하루에 열 명이 안 되는 거였어요. 그냥 하는 거예요. 잘 치고 싶은 마음이 있는 분들이 간혹 원포인트로 레슨을 받을 뿐이고, 월 회원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요. 우리도 그냥 여유를 즐기고, 자유로움을 즐기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골프를 처음 배우는 분들께 충고 한마디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쉽게 치셔야 해요. 골프 레슨이라는 게 잘 치는 사람들의 스윙을 모방하면서 시작된 거거든요. 그래서 안 해도 되는 걸 하는 게 많이 생겼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동작을 굳이 따라하려고 하면서 어려워지는 거예요.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동작은 그대로 내버려 두고, 꼭 해야 하는 것만 하면 그다지 어렵지 않거든요. 저희는 수업 첫 날 풀스윙을 다 배웁니다. 레슨 20번 안에 퍼트와 어프로치까지 다 진행해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렇게 해야 좀 더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있어요.”

황규정 프로는 프로가 프로다워야 골프 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황규정 프로는 프로가 프로다워야 골프 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좀 아픈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데, 프로는 프로 같아야 한다고 봐요. 프로답게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레슨을 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게 레슨을 한다면, 골프 지식은 물론이고 아이들에 대한 지식과 체육학적 지식까지 갖춰야 해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 레슨도 마찬가지고요. 저희 연습장에 레슨 받으러 오시는 분들 중에는 다른 데서 배우다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데 치시는 걸 보면 엉망진창이에요. 그래서 ‘어떻게 배우셨냐’고 여쭤보면 ‘정말 성의 없게 가르치더라. 뭘 배웠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하세요. 저는 그런 프로들의 행동이 골프 인구를 줄이는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30명 넘는 직원들, 프로들에게 계속 교육을 하고 매뉴얼을 만들어주는 이유가 거기 있거든요. 골프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프로들이 스스로 프로다움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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