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 위기 봉착…가입자 감소하자 매출 줄고 적자폭 확대
KT-LG유플러스 출구전략 택했나…SKT는 해외 시장 눈 돌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계 분위기가 뒤숭숭해지고 있다. 최근 LG유플러스가 토종 OTT 스타트업 ‘왓챠’를 인수하려고 했으나 불발됐고, KT의 시즌(Seezn)이 티빙에 흡수합병되는 등 지각변동이 활발히 이뤄지면서다. 특히 코로나19 엔데믹으로 OTT 시장 자체가 침체된 상황에서 적자가 지속되자, 초기에 뛰어들었던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역시 조금씩 발을 빼는 모양새다.
LG유플러스, 왓챠 인수 무산되나…왓챠 자금난 심화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왓챠 매각 협상이 물거품이 되면서 왓챠의 자금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달 왓챠 인수를 추진했으나, 기존 재무적 투자자(FI) 반대와 49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로 인해 최근 인수 논의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신주 발행으로 왓챠에 400억 원을 투자해, 최대주주로 등극하는 방안으로 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LG유플러스가 대주주에 오를 경우 두나무와 밴처케피탈(VC) 인라이트벤처스 등CB 보유사들에게 대규모의 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는 측면에서 우려가 있었고, 더욱이 LG유플러스가 기존 기업가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왓챠 경영권을 확보하려 했기 때문에 구주 투자자들과의 접점을 찾을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자금난에 직면한 왓챠는 새로운 투자자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왓챠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말 약 3000억 원대로 추정됐으나, 현재 약 75%가 감소한 780억 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동시에 실적은 지난해 기준으로 708억 원, 영업손실 248억 원을 기록하면서 2년 연속 자본잠식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누적 결손금은 이미 2000억 원을 넘어섰으며, 결손금은 2017억 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 박태훈 왓챠 대표는 지난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정보통신기술(ICT) 민간 합동 간담회에 참석해 “투자 유치 등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매각 가능성을 열어뒀다.
OTT 침체기 맞은 이동통신사…KT는 출구전략, SKT는 해외 진출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가 왓챠 주주들에게 투자밸류(투자 전 기업가치) 200억 원을 제시하며 경영권 인수를 요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왓챠 가치가 이처럼 급락한 이유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와의 경쟁으로 인한 가입자 수 감소와 경기 침체기까지 맞물리면서 업계 자체가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왓챠의 경우 월 이용자 수가 지난 8월 60만 명에서 10월 기준 54만 명까지 줄었다. 신규 콘텐츠 제작과 음악-웹툰 결합 구독 서비스 등 신사업도 일시 중단된 상태다.
이로 인해 티빙·웨이브 등 국내 OTT들은 살아남기 위해 합종연횡을 추진하는 등 새판짜기에 나섰다.
CJ ENM의 OTT ‘티빙’과 KT의 OTT ‘시즌’은 이달부로 합병 절차를 완료했다. KT 입장에선 그룹에서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KT스튜디오지니’에 힘을 실어주고, 시즌을 떼어내 실적에 대한 고민을 덜어내는 등 ‘출구 전략’을 택한 셈이다. 시즌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272억5800만 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비용으로 673억4000만 원을 지불하면서 적자폭을 확대한 바 있다.
티빙의 몸집이 커지면서 국내 OTT 1위 자리에서 탈락한 웨이브는 해외 시장 공략법을 찾고 있다. 주주인 지상파3사가 제작하는 국내 콘텐츠를 기반으로 오는 2023년부터 일본 등 해외에서 가입자를 모집해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OTT에서 오리지널 콘텐츠가 중요하다 보니 유지비용 부담이 크다. 넷플릭스도 그렇듯 수익분기점 달성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그 기간 동안 중간광고를 추가해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든, 통신사와의 제휴를 강화해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하든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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