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유통업계의 정기 임원 인사가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둔 분위기다. 경기 침체 속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내실을 다져 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CJ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주요 유통 대기업들은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인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신세계는 신상필벌 원칙을 기반으로 엄격한 성과주의, 능력주의 인사를 실시했다. 증정품 발암물질 논란을 빚은 스타벅스코리아의 송호섭 대표는 교체됐고, 백화점부문의 올해 역대 최대실적을 이끈 손영식 신세계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와 SSG닷컴을 이끌고 있는 강희석 대표도 연임에 성공했다.
특히 업계에선 강 대표 유임을 놓고 신세계가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 3년간 대표이사 교체, 대규모 인수합병 등 파격적인 변화가 이어졌던 만큼 강 대표 체제 아래서 본격적인 내실 강화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CJ그룹도 지난달 24일 임원 인사를 마무리지었다. 지난해보다 2개월 앞당겨진 시기다. CJ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가 예상되는 2023년은 그룹의 미래도약 여부가 판가름되는 결정적인 시기”라며 “중기비전 중심의 미래성장을 내년 이후 일할 사람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인사시기를 앞당겼다”고 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중기비전의 속도감 있는 실행을 위해 계열사 CEO 대부분이 유임됐다. CJ는 임원인사 직후 2023~2025년 새 중기비전 전략 실행을 위한 준비에 착수할 계획이다.
그룹 전반의 대외환경 대응력 강화 차원에서 지주사 경영지원대표를 신설하고 CJ ENM 엔터테인먼트부문 강호성 대표를 임명했다. 이에 따라 CJ주식회사는 기존 김홍기 대표가 경영대표를, 신임 강호성 대표가 대외협력 중심 경영지원대표를 맡는 2인 대표체제로 전환된다.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 신임 대표에는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가 내정됐다. 구 대표는 지주사 전략 1실장을 거쳐 CJ푸드빌, CJ올리브영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경영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공석이 된 CJ올리브영 신임 대표에는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이선정 경영리더가 내부 승진해 취임한다. 이선정 경영리더는 1977년생 여성으로 그룹 내 최연소 CEO이자 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CEO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지난 10일 계열사 모든 대표이사들을 유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대내외 경영환경 속에서 큰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조직 운영에 중점을 뒀다.
롯데그룹은 임원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통상 발표하던 11월 말보다 앞당겨 임원 인사가 실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룹 내 사정으로 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은 2019년까지는 12월 말 인사를 실시했지만 2020년부터는 11월 말로 한 달 정도 시기를 앞당겼다. 올해는 임원인사 평가가 빨라지면서 이보다 더 이른 인사가 실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롯데 역시 지난해 이미 대대적인 조직 변화와 쇄신 인사를 실시한 만큼 올해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눈치다. 롯데는 2022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순혈주의를 깨고 홈플러스와 신세계 등 경쟁사 출신인 외부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는 파격을 보인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롯데건설 자금난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올해 임원 인사 역시 예상 밖으로 변화의 폭이 커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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