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존폐 기로에 선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가 국정감사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의무휴업제는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규제개혁 과제로 꼽히지만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유통시장 구조가 크게 바뀐 만큼 국감에서도 의무휴업 실효성을 놓고 다양한 논의가 오갈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형마트는 2012년부터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월 2회 의무적으로 영업을 쉬어야 한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 지역은 매월 둘째, 넷째주 일요일이 의무휴업일이다. 해당 일에는 온라인 영업 역시 불가능하다.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10년 넘게 실효성 논란이 지속돼 왔다. 특히 최근 크게 성장한 온라인 업체들은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 만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진행한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다뤄졌다.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은 “기업을 규제하는 것만이 공정위의 역할이 아니다”라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시장과 대중소 상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산업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건강한 유통 산업 환경을 위해선 규제보단 상생이 핵심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껏 유지된 각종 규제가 골목상권에 효과가 있었는지는 여러 다른 의견이 있는데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유통산업도 하나의 산업 분야로 명확히 인식하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유통산업발전법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규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실제 대형마트 규제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을 이용하기보다는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쿠팡, 마켓컬리같은 온라인 업체 소비로 대체되고 있다”며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에는 전혀 영업제한이 없는 반면 대형마트는 상대적으로 온라인 영업 제한을 받고 있어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는 불합리한 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전통시장은 규제 덕이 아닌 아닌 자생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휴일에 전통시장에 나가보면 시장 역시 문을 닫은 곳이 많다”면서 “전통시장은 특성에 맞게 주차장 확충, 상품 차별화, 맛집 거리 조성 등 다양한 다른 방면에서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도 이에 공감을 표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0년간 온라인이 급성장하고 기존에 없던 새벽배송 등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시장구조가 크게 바뀌었다”며 “이에 맞게 경쟁구조를 재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는 21일 열리는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 종합감사에서도 의무휴업 관련 질의가 오갈 예정이다. 산자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은 최근 허영재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상근부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의무휴업과 관련한 대형 유통사의 입장을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를 통해 듣는다는 취지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에선 의무휴업제 유지 혹은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의무휴업 폐지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명시된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소상공인을 두 번 죽이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업계는 반대 여론과 법 개정 문제 등을 고려, 급진적인 폐지보다는 제도 개선을 통한 합의점 도출을 전망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대통령실이 실시한 온라인 투표 ‘국민제안 톱10’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1위를 차지한 만큼 규제 완화 기조에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시 투표 결과는 어뷰징 문제가 발생해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실제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이 아닌 평일로 조정하는 방안, 휴무일 온라인 배송 허용 등의 단계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되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휴무일 온라인배송을 허용하자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도 현재 발의된 상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대형마트 온라인 영업시간 제한을 푸는 부분은 규제 완화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면서 “전통시장·소상공인과 상생하는 방안이 모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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