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축소에 형평성 논란↑…환경단체 비판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실효성 논란으로 6개월 연기된 ‘1회용컵 보증금제’가 또 좌초 위기를 맞았다. 오는 12월 시행을 앞두고 환경부가 시범 사업안을 내놨지만, 프랜차이즈업계와 소상공인단체, 환경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반발하면서 제도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예정대로 올해 12월 2일로 하되,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선도적으로 실시한다는 내용의 시행안을 지난 23일 발표했다.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의 구체적 내용도 제도화된다. 환경부는 그간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9월 26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자원순환보증금액을 300원으로 정하고, 1회용컵은 영업표지(브랜드)와 관계없이 구매 매장 이외 매장에서도 반납 가능한 방식(교차반납)을 원칙으로 하되, 시행 초기에는 예외적으로 영업표지(브랜드)별로 반납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제주와 세종에서 음료를 구입하면 소비자는 300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며, 이후 1회용컵을 보증금제 참여 매장에 반납할 경우 현금이나 포인트 등으로 환급받을 수 있다.
당초 보증금제는 지난 6월 10일부터 실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각종 비용 부담, 실효성 등 논란이 일었고, 결국 환경부는 제도 시행을 6개월 유예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를 두고서도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전국이 아닌 제주와 세종 일대로 대상 지역이 축소됐으며,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책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논란의 중심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이하 협회)는 “전국 실시가 아닌 일부 지역 시범사업인 점은 다행이나, 우리 업계의 의견과 달리 일방적으로 제도를 추진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보증금 제도를 1회용 컵을 사용하는 모든 업소로 확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만 보증금제가 시행될 경우 소비자들은 사실상 300원이 인상된 커피·음료 판매 업소를 외면할 것이고, 자판기 커피 판매 편의점, 개인 카페, 무인카페 등 1회용컵 사용이 늘어날까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이하 조합)은 환경부의 일방적인 발표를 규탄했다. 조합은 보도자료를 통해 “환경부는 형평성을 고려해 커피를 판매하는 모든 업종에 확대해 적용함과 동시에 순차적 시행날짜를 제시한다고 약속했으나, 단 한 번도 논의하지 않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 두 지역에서만 선도적 시행을 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고 비판했다. 두 지역에서도 형평성과 관련한 문제점과 저항이 야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체적인 지원책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조합은 “환경부에서는 선도적 시행을 실시하는 지역에 대한 지원, 인센티브를 강화한다고 발표만 했을 뿐”이라며 “‘언발에 오줌누기’ 식의 지원이 아닌 강력한 지원과 인센티브를 요구한다”라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는 시범 사업격으로 축소된 1회용컵 보증금제를 두고 ‘두 번째 유예’나 다름없다며 반발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이하 협의회)는 환경부에 △선도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전면 시행 시기 제시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선도 지역 확대 △텀블러 사용 소비자 인센티브 지원 정책 전국 동시 시행 등을 요구했다.
협의회는 “1회용 컵 보증금제의 전면(전국)시행을 전제로 논의하고, 준비해 왔던 이해당사자로서 매우 아쉽고 유감”이라며 “오래전부터 1회용품사용 규제에 대해 우리사회는 동의했고, 이를 시행하는 데 있어 힘을 모아 오고 있는 과정에서 환경부의 갑작스러운 유예, 축소시행 등은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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