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기준금리 오르는데 대출금리 내리는 속사정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은행권, 기준금리 오르는데 대출금리 내리는 속사정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2.06.30 1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수요 줄며 은행간 금리 경쟁
尹정부, 은행권 이자장사 비판 목소리… 전방위 압박
일부 은행들, 대출 금리 인하… 정부 눈치보기 우려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일부 시중은행들은 최근 가파른 기준금리 상승에도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대출고객 확보를 위한 전략이지만, 최근 금융당국과 여당 등에서 은행권의 이자장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눈치를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시사오늘(그래픽 : 김유종 기자) 

일부 시중은행들이 예대마진 줄이기에 들어갔다. 대출금리 상승폭을 우대금리 제공 등을 통해 낮추고 있다는 말이다.

시중은행간 금리 경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 그리고 여당에서 이자장사 비판이 연이어 나오면서 은행권이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3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시중은행들이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대출금리를 내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폭을 반영하면 대출금리가 올라야하는 상황이지만, 우대금리 확대 등을 통해 오히려 인하하는 은행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5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에 따르면 5월중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금리는 전월대비 0.15%포인트 상승한 2.02%, 대출금리는 전월대비 0.11%포인트 상승한 3.68%로 나타났다.

대출금리가 여전히 높긴 하지만 수신금리보다 상승폭이 작아 예대마진이 줄었다. 이에 따라 예금은행의 5월 중 예대금리차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전월대비 0.04%포인트 줄어든 1.66%포인트를 기록했다.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에 따라 예매금리차가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먼저 우리은행은 지난 5월12일자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40%포인트 인하했다. NH농협은행도 오는 7월1일부터 주택관련대출(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10% ~ 0.20%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주택관련대출 상품이 없는 토스뱅크를 뺀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모두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9일자로 주담대와 관련해 혼합(고정)금리의 경우 0.2%포인트 낮췄으며, 비거치식의 경우 올해 말까지 1조원 한도 내에서 추가로 0.3%포인트 내리기도 하면서 최대 0.50%포인트 인하를 결정했다.

케이뱅크도 지난 21일 아파트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연 0.32%~0.41%포인트 낮췄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정치권 등에서 은행권을 향한 ‘이자장사’ 비판 목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17개 국내은행 은행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지나친 이익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으므로,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금리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지난 28일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이 대출수요자들에게만 가중되지 않도록 은행권이 나서서 예대마진을 자율적으로 점검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당회의에서도 "은행들은 막대한 이자 이익을 얻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사실상 예매마진 격차를 더 줄이라는 압박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대출금리 인하를 진행하지 않은 시중은행들도 내부적으로 검토에 들어가는 등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출금리 인하 여부에 대해)내부적으로 검토에 들어갔지만, 현재로선 인하 여부 등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은행권에서는 대출 금리 인하 배경으로 이자장사 비판도 의식한 부분이 있겠지만 대출 관련 영업환경이 변화한 영향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해도 대출규제 등으로 은행 대출이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최근 수요자 중심으로 흐름이 바뀌었다”면서 “금융소비자들이 대출금리를 간단하게 비교할 수 있어 은행간 금리(인하)경쟁이 활발해지고 이에 따라 고금리 은행은 고객들에게 외면받아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영업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차주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차주가 금리 비교 등을 통해 대출 받을 은행을 선택한다는 말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다른 은행보다 낮은 대출 금리를 통해 여신고객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다만 은행권 안에서는 은행간 금리 경쟁으로 대출 금리 인하가 하나의 전략이 된 상황에서 계속되는 이자장사 비판은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예대마진을 은행 자율에 맡긴다고는 하지만 당정 등에서 은행권을 겨냥한 비판성 발언이 연이어 나오는 건 사실상 강제하는 거와 다름없다는 볼멘 소리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은행들이 주담대 등 대출금리 인하를 전략적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장사로 몰아가는 건 (은행입장에서)억울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금융지주·정무위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