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상제 개편으로 민간공급 늘리고, 다주택자·일시적 2주택자 퇴로 열어주고
무주택자 대출 규제 완화…생애 첫 주택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LTV 80%
"부동산 시장에 돈 풀겠다는 것" vs. "유지·연착륙 못하면 금융 경쟁력 타격"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윤석열표 부동산 대책의 밑그림이 나왔다. 부동산 세제·대출 규제 완화, 무주택 실수요자 지원 등이 주요 골자다. 기대가 컸던 만큼, 관련 업계 일각에선 고물가 시대를 부동산 경제로 지탱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16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주택공급 확대, 세제 개편 등으로 서민 주거 안정을 도모하겠다"며 "충분한 주택공급과 시장기능 회복을 통해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주택공급에 대해선 분양가 상한제 개편 방안을 조속히 확정해 공개하겠다고 공언했다.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속에서 정비사업 조합, 건설사 등 민간 공급자들이 분양가 상한제로 공급일정을 미루는 현상이 나타난 것을 염두에 둔 부분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다음주께 개편안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250만 호 이상 주택공급 로드맵을 연도별·지역별로 오는 3분기 내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5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50만호+α 주택 공급으로 국민들이 믿을 수 있고 체감할 수 있는 주택 공급의 물꼬를 트겠다"며 "공공 일변도가 아닌 민간 창의성을 적극 촉진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아울러 '시장관리 목적으로 운영된 세제를 조세원리에 맞게 정상화하겠다'는 부동산 세제 개편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우선,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유도할 예정이다.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배제(1년), 일시적 2주택자 종전주택 처분기한 확대(1년→2년)로 양도세 비과세·취득세 중과배제 인정 등 예고된 방안에 더해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기존 100%에서 60%로 하향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종부세와 관련해 고령·장기보유 시(60세 이상 또는 5년 이상 보유) 납부를 유예하고, 일시적 2주택·상속주택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는 해당 주택을 주택수 산정에서 오는 11월 고지분부터 제외할 계획이다. 오는 7월에는 보유세 인하 등 내용이 담긴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 정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LTV 규제 완화다. 윤석열 정부는 대출 규제 단계적 정상화 등을 통해 실수요자 주거사다리 형성을 지원하겠다며 생애최초 LTV 상한을 지역, 집값, 소득과 무관하게 오는 3분기부터 80%로 완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대출 한도도 기존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현재 생애최초 LTV 우대 시 적용되는 주택가격(투기과열지구 9억 원 이하, 조정대상지역 8억 원 이하)과 소득(부부합산소득 1억 원) 요건도 적용되지 않는다.
LTV 완화만으론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선 DSR 산정 시 장래소득 반영방식을 오는 3분기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출시와 만기시 평균으로 DSR을 산출하는 현행 방식을 대출시~만기시까지 연령대별 소득 흐름의 평균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고금리·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저금리·고정금리로 대환하는 서민 안심대출(20조 원 규모)도 시행할 계획이다.
이밖에 임대차3법 등 전월세 시장 문제에 대해선 오는 8월 계약갱신청구권 소진 순차 도래 시점 이전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해당 방안은 다음주께 분양가 상한제 개편안과 함께 발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울러 건설형 공공임대 약 3만 호, 매입임대 약 1만 호, 전세임대 약 2만 호 등을 수시로 공급하고, 오는 하반기 중 계층별·지역별 맞춤형 복지 기반 주거복지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집값 하향 안정화가 아닌 집값으로 경제 떠받치기를 위한 정책 방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로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정부에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가 관리가 필요한 시점인데 이번 정책안을 보면 결국 부동산 시장에 돈을 대거 풀겠다는 거다. 일례로 건설투자가 연간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민간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대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다. 임기 말 건설투자 확대로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고 했던 문재인 정부의 방향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공이 민간으로 바뀐 것에 불과하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아닌 '정상화'로 못을 박은 것도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불가피하다. 물가가 고공행진이고, 미국에서 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환율이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반도체를 제외하면 스태크플레이션에 진입해 있다. 부동산 시장이 전(前)정권에서 짧은 기간에 폭등했기 때문에 여길 유지 또는 연착륙시키지 않으면 나라 금융 경쟁력이 큰 손상이 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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