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원래 검찰 것 아냐…경찰에 돌려줘야"
"수사-기소권 분리 필요…검찰 권력 분산해야"
"검수완박, 완벽한 실패…검찰 권한 그대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방글 기자]
*검수완박 :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검수완박법이 통과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지난 6‧1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원인으로 ‘검수완박법 강행’을 뽑기도 했다.
어찌됐든 검수완박법은 통과됐고,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축소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검수완박은 성공한 걸까.
“검수완박으로 검찰 개혁에 성공한 것 아니냐고? 절대 그렇지 않다. 박탈이라는 단어 자체가 잘못됐다. 검수완박은 거부감을 줄 수밖에 없는 프레임에 갇혀 환영받지 못하는 법이 됐다.”
‘검찰개혁’이 정치 목표라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민주당 안에서도 검수완박법의 통과를 주도한 세력은 ‘처럼회’ 의원들이다. 처럼회는 당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초선 의원들의 모임이다.
처럼회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이 진행하는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섰다. 그는 ‘소명으로서의 정치와 검찰 개혁’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황 의원은 경찰대학교 1기 졸업생으로 35년간 경찰관으로 일했다. 그러다 21대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된지 2년 된 새내기다.
“검찰개혁을 부르짖은 지는 30년 됐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주장하기 시작한 게 1999년부터다. 검찰 조직은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이었다. 경찰 생활할 때도 내 목표는 검찰 개혁이었다. 검찰 개혁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입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법이 바뀌지 않는 한 검찰은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국회에 들어왔다. 국회에 가서 입법으로 검찰 개혁을 완성하겠다는 게 내 목표였다. 내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다.”
‘경찰의 반란’ 검찰파견 경관 복귀 ‘사상초유사태’ 파문
경찰청이 검찰에 파견된 경찰관들에게 전원 복귀 명령을 내려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일부 경찰서는 이미 검찰에 경찰관을 돌려줄 것을 요청, 23일 경찰관 5명이 실제 복귀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경찰청은 최근 13개 지방경찰청에 ‘대외기관 파견에 따른 업무지시’를 내려 “비공식적이고 장기적인 타기관에 대한 업무 지원 형태의 부적정한 인력운영을 시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23일 밝혀졌다. 경찰관이 파견된 기관은 검찰 외에 총리실 등이 일부 있으나 ‘비공식적‧장기적’이 아니어서 검찰을 겨냥한 지침으로 해석됐다.
경찰청은 특히 “지시 내용의 이행여부를 주기적으로 감사해 이를 지키지 않는 지휘관은 문책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지침에 따라 서울 성동경찰서는 서울지검에 파견된 경찰관 5명에게 “23일부터 경찰서로 돌아오지 않으면 경무과로 발령 내 외근 수당을 못 받게하겠다고 통보, 이날자로 전원 복귀시켰다.
서울지검은 이에 앞서 성동서의 요청을 받고 서울경찰청에 정식 공문을 보내 “경찰관 파견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으나 거부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인원 감출과 울산청 신설 등으로 인력이 부족해 기본 업무 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받아왔다”며 “그동안 무원칙하게 이뤄져온 파견관행을 바로 잡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파견은 경찰청장의 승인이 있어야 하고, 파견기간도 2년 이내여야 하나 대부분 이를 무시하고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검찰이 정식으로 파견을 요청할 경우, 그것도 파견으로 빠지는 인력만큼 정부가 증원을 해 줄 때에만 파견을 허용하겠다”며 “그 외에는 법에 따라 거부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1999년 6월 24일 <경향신문>
이 때 황 의원은 성동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수사권 독립 관련” 경찰입장
‘경찰의 반란’을 주도한 성동경찰서 황운하(37)형사과장은 23일 “이번 일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와 연관돼 있다”고 당당히 밝혔다.
그는 “경찰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마당에 경찰관들을 검찰에 파견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동안 검찰은 ‘수사지휘’를 명분삼아 경찰인원을 마음대로 데려다 썼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검찰과 경찰의 관계는 ‘상호협력’이 아닌 ‘상명하복’의 불합리한 것이었다”며 “수사권 독립을 통해 양 측의 역할이 명백히 구분된다면 경찰은 더 이상 검찰의 명령에 따를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1999년 6월 24일 <경향신문>
그리고 3일 후, 경찰청은 ‘경찰관 파견 요청 및 승인 절차 지침’을 마련한다.
이 때부터 시작된 황 의원의 수사권 독립 투쟁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일명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법이다. 그는 검수완박이라는 표현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박탈은 정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걸 빼앗는 느낌이 들게 하는 단어다. 그렇다면 검찰 수사권이 본래부터 검찰 것이었기에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 걸까? 본래 검찰의 것을 우리가 빼앗는 걸까? 그렇지 않다. 원래부터 검찰의 것이 아니었다.”
박탈의 사전적 정의는 ‘남의 재물이나 권리, 자격 따위를 빼앗는 것’이다.
“1953년 형사소송법을 만들 때, 수사는 경찰에 맡기고 기소는 검찰에 맡기자고 합의했다. 이것이 글로벌 스탠다드이고, 민주주의 원리에도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대한민국의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수사의 권한도 검찰에 맡기기로 했다. 그 기간이 길어져 지금까지 온 거다. 수사권이 원래 검찰의 것이었다는 것은 억지 주장이다. 잠시 관리하라고 맡겨놓은 권리를, 그 사유가 해소했으니 돌려달라고 했더니 ‘원래 내 것이었다’고 생떼를 쓰고 있는 거다.”
황 의원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하는 이유가 권력을 분산시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검찰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덮고 싶은 범죄는 덮을 수 있고, 없는 죄는 만들어서 벌한다. 대표적인 예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례다. 한 여성이 성 착취를 이유로 김 전 차관을 고소했다. 경찰에서 소환조사를 시도했지만 김 전 차관은 응하지 않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경찰의 소환 조사 요구를 무시할 수 있을까? 결국, 경찰은 체포 영장을 신청한다. 체포영장은 검사가 청구해서 법원이 발부하도록 돼 있다. 김학의 전 차관이 경찰의 소환 조사를 무시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찰은 결국 체포영장을 법원에 청구하지 않았고,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결과는 어땠을까. 당시 ‘김학의 별장 성접대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돌아 다녔다. 누가 봐도 김학의지만, ‘김학의라는 증거가 없다’면서 불기소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 존 액튼 경
-그럼 경찰이 수사하면 괜찮을까?
“경찰이 하는 수사에는 검찰과 같은 강력한 힘이 없다. 수사권은 기소권과 함께 있을 때 힘이 생긴다. 영장을 발부할 수 없다면, 힘이 생기지 않는다. 경찰에도 힘을 주고 싶지 않다면, 미국처럼 제3의 기관을 만들면 된다. FBI같은 전문 수사기관을 두자는 이야기다. 이게 수사-기소 분리 법안이다.”
-검수완박이 실패했다고 보는 이유는?
“검찰의 수사권이 덜 박탈됐다. 검찰의 권한이 그대로 남아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지 못했고, 여론이 돌아서면서 욕만 먹었다. 완벽한 실패다.”
황 의원은 마지막으로 “검찰 개혁이 정치인으로서 나의 소명”이라며 “정치인으로서 존재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대의명분으로 하는 것이고, 나에게 있어 첫 번째 목표, 대의는 검찰 개혁이다. 미완의 과제로 남은 목표 달성을 위해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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