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공화국化’…개인의 일탈인가, 시스템 부재인가 [한탕사회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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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공화국化’…개인의 일탈인가, 시스템 부재인가 [한탕사회②]
  • 손정은 기자 안지예 기자
  • 승인 2022.05.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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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불문, 쏟아지는 직장인 횡령…사건의 본질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손정은 기자 안지예 기자]

금융권부터 산업, 공공기관까지 업종 불문 하루가 멀다 하고 횡령 사건이 쏟아지며 대한민국은 '횡령 공화국화'되고 있다. ⓒ pixabay

대한민국이 '횡령 공화국화(化)'되고 있다. 금융권부터 산업, 공공기관까지 업종 불문 하루가 멀다 하고 횡령 사건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횡령이 유행이 됐다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아울러 이번 현상의 원인에 대한 분석도 줄을 잇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부터 우리·신한은행, 아모레…지자체 등 공직사회까지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단연 오스템임플란트일 것이다. 올해 초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이 회사 자금 2215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발각돼 구속 기소됐다. 횡령액은 상장기업 역대 최대 규모인 약 2200억 원, 회사 자기자본인 2047억 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재무팀장은 빼돌린 회삿돈을 주식 투자, 금괴, 부동산 투자, 회원권 구매 등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그는 760억 원 상당의 손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이 사건으로 상장폐지 위기까지 내몰렸고, 지난 4월에서야 간신히 거래가 재개됐다. 

공직사회에서도 횡령 사건이 이어졌다. 서울 강동구청 공무원은 폐기물처리시설 투자 유치금 중 115억 원을 횡령해 주식, 가상화폐 투자에 쓰다 적발됐다. 지난 2월에는 국고 4억 원 상당을 빼돌려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로 탕진한 횡성군청 공무원이 구속되기도 했다.

횡령 이슈는 잊힐 만하면 다시 터져나왔다. 계양전기 직원은 공금 245억 원을 빼돌려 가상화폐거래소 선물옵션 투자, 해외 도박사이트, 주식 투자, 유흥비, 게임비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에는 LG유플러스의 팀장급 직원이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수수료 수십억 원을 빼돌리고 잠적한 후 해외로 출국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신용이 가장 중요한 금융권 횡령도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지난 4월 우리은행에서는 우리 정부가 이란 업체에 돌려줘야 할 614억 원에 대한 직장인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돈을 빼돌린 직원은 선물 옵션에 투자했다가 318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경찰에 의해 밝혀졌다. 최근에는 신한은행 부산 영업점에서 직원 A씨가 고객 예금을 대출하고 금고에 남은 시재금 2억 원 가량을 횡령한 정황이 확인돼 물의를 빚었으며, MG새마을금고에서도 횡령 사건이 터져 언론에 보도됐다.

은행업계 횡령 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KB저축은행은 2021년 12월 기업금융 업무를 담당하던 한 직원이 기업대출 과정에서 수십억 원대의 은행 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자체 감사로 밝혀냈다. 횡령으로 인한 피해액은 30억 원대로 추정된다. 모아저축은행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 모아저축은행 본점의 한 직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업대출금 58억9000만 원 가량을 빼돌린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해당 직원은 "그 돈으로 도박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화장품업계도 임직원 횡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올해 초 클리오에서는 한 직원이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홈쇼핑 화장품 판매업체에서 받은 매출 일부를 개인 통장으로 빼돌리는 방식으로 수십억 원을 편취했고, 횡령액 대부분을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리오 측이 산정한 횡령 피해규모는 △매출채권 11억1709만 원 △재고자산 5억606만9000원 △거래처 피해보상액 5억9721만1000원으로 총 22억2037만 원이다.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집단 횡령 사실이 적발됐다. 횡령 가담자는 영업담당 직원 3명, 액수는 약 35억 원 규모에 달한다. 이들은 거래처에 상품을 공급하고 대금을 착복하거나 상품권을 현금화하고 허위 견적서 또는 세금 계산서를 발행하는 식으로 회삿돈을 빼돌렸으며, 이를 활용해 주식과 가상자산 투자, 불법 도박 등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모레퍼시픽은 내부 정기 감사를 통해 해당 비위 사실을 확인했고,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해당자 전원에 대한 징계조치(해고)를 완료했다. 횡령 가담자 3명에 대해 경찰에 고소장도 접수했다.

 

직원 도덕적 해이? 무늬만 ESG 경영?…원인 두고 해석 분분
사건의 본질은 경제침체·팬데믹 속 사회에 뿌리 내린 '한탕주의'


지난 5월 2일 서울 남대문경찰서 수사관들이 서울 중구 소재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회삿돈 614억 원 횡령 사건 피의자가 근무했던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가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 연합뉴스
지난 5월 2일 서울 남대문경찰서 수사관들이 서울 중구 소재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회삿돈 614억 원 횡령 사건 피의자가 근무했던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가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 연합뉴스

이처럼 특정 업종에 국한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한 횡령 사건의 원인을 두고 업계 내 의견은 분분하다. 개인의 일탈에 무게를 둬야 할 것인지, 아니면 횡령을 사전에 막지 못한 조직의 시스템 부재에 근본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할지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전자는 가해 임직원들이 자신의 부를 늘리기 위해 회삿돈을 빼돌려 가상화폐, 주식 투자 등에 활용했다는 측면에서 이번 일련의 사건들이 개인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주장한다. 후자는 각 기업들이 겉으로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외치면서 보여주기식 활동에 치중한 나머지 내부 통제에 게을리해 결과적으로 주주가치 제고, 투자자 보호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비판한다.

전반적인 여론은 후자에 더 호응하는 분위기다. 수천억 원에 이르는 회삿돈을 직원이 빼돌렸다는 걸 뒤늦게 알아챈 오스템임플란트, 직원이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아무 것도 모르고 있던 우리은행 등의 면면을 감안했을 때 기업의 감시·관리·감독 소홀 책임이 커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은행권 횡령 사건에 대해 "규모가 굉장히 컸고, 상당 기간 동안 인지되지 않았다"라며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외부 감사를 해야 하는 회계법인, 그리고 감독해야 하는 금융감독원 모두 좀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일례로 클리오는 다양한 ESG 활동을 진행 중이었으며, 아모레퍼시픽은 일찍부터 ESG 경영을 강조한 기업으로 최근에는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지속가능경영연구소 ESG센터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등 ESG 고도화에 드라이브를 건 바 있다. 그럼에도 가장 기본적인 ESG 경영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내부 시스템 곳곳에 구멍이 났고, 결과적으론 횡령 사태를 야기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개인과 기업에게만 책임을 돌릴 문제가 아니라는 말도 들린다. 사람들을 한탕의 유혹에 몰아 놓은 우리 사회 현실에서 이번 사건의 본질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탕주의가 번창하는 시기는 보통 경제적 불황기, 집값 폭등과 물가 상승,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불확실한 미래에 내몰린 시민사회에 한탕 심리가 뿌리를 내렸고, 그로 인한 사회 현상 중 하나가 직장인 횡령 사태라는 것이다. 실제로 횡령 범죄를 저지른 직장인들 대부분은 거액의 회삿돈을 주식·가상화폐 투자, 부동산 구매, 도박 등에 탕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같은 분석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정론 중 하나다. 이종규 전 한국은행 부원장은 〈경제위기: 원인과 발생과정〉에서 "어느 단계에 이르면 투기자들 중 일부가 더이상 가격 상승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태에 이른다. 일부는 투기 대상 자산을 팔고 이익을 실현시키고자 하는데 그 결과 자산 가격이 더이상 오르지 못하게 된다. 이 상태에 이르면 투기자들은 재무적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며 "재무적 난관이 심해지면 위기의 전조로서 은행과 기업의 실패가 나타나고, 사기나 횡령 같은 행위가 나타났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재무적 난관을 벗어나기 위해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한 결과"라고 저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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