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년 정치인’ 박지현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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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년 정치인’ 박지현에 거는 기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4.11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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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서울시장 출마에 반기…진영 논리 넘어 할 말은 하는 정치인 될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비판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비판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늘 실패한다. 하지만 또 반복한다. ‘청년 정치인 영입’ 이야기다.

선거 때마다 각 정당은 ‘뉴 페이스’를 찾았다. 그러나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정당의 지원이 부족했다. 선거 국면에선 ‘청년이 미래다’를 외쳤다. 선거가 끝나면 달라졌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청년은 ‘이미지 세탁’을 위한 소모품이었다.

청년 정치인의 태도도 문제였다. 국민이 원하는 건 ‘변화’다. 진영 논리에 빠진 기성 정치인. 세상이 바뀐 걸 모르는 국회. 그걸 바꿔달라는 게 국민의 요구였다. 하지만 청년 정치인도 똑같았다. 재선(再選)을 위한 줄서기. ‘우리 편’이면 다 옳다는 비겁함. 거기에 국민은 절망했다. 그렇게 수많은 청년 정치인이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눈에 띄는 건 그래서다. 박 위원장은 ‘이재명 픽’이다. 그 스스로 인정한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전화로 1시간을 설득했다”는 게 그가 밝힌 비대위원장 수락 배경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미래가 ‘뻔할’ 것 같다. 무비판적 지지와 두둔. 그 대가로 얻는 정치적 미래.

그러나 박 위원장의 행보는 뭔가 다르다. 지난 8일 박 위원장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를 ‘공개 저격’했다.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겠다고 물러난 전 당 대표가 후보자 등록을 했다. 서로서로 잘 안다고 잘못된 선택도 눈감아주는 온정주의가 민주당을 다시 패배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11일에도 “서울은 새로운 후보를 더 찾아야 한다”며 “비대위가 더 적극적으로 경쟁력 있는 의원들의 출마를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대선 패배 원인 중 하나가 생각이 달라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진영 논리, 우리 편이면 무조건 감싸는 온정주의 때문이었다”며 “제 사명은 진영 논리와 온정주의를 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전 대표의 출마 뒤에 이재명 상임고문이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달 29일 정성호·김남국 의원은 송 전 대표를 찾아가 서울시장 출마를 설득했다. 두 의원은 이 고문의 측근으로 꼽힌다. 송 전 대표 출마는 ‘명심(明心)’인 셈이다. 즉, 박 위원장은 이 고문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무적’으로 보면 박 위원장은 ‘오인 사격’을 한 셈이 됐다. 하지만 ‘청년 정치인’으로서는 환영할 만한 행보다.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하는 용기. 진영 논리를 넘은 쓴 소리. 이것이야말로 그동안 국민이 청년 정치인에게 기대했던 변화 아니던가.

물론 박 위원장이 갈 길은 멀다. 정치에도 조직 논리가 작동한다. 당을 위해 침묵하라는 요구가 빗발칠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자중하라는 지적도 계속될 것이다. ‘말 안 듣는’ 청년 정치인을 밀어내려는 시도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너 살자고 동료들을 죽일 거냐”는 말에 가슴 펴고 맞설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한 걸음 내딛고 나면 사방이 가시덤불이다.

그럼에도 박 위원장에게 기대를 건다. 그 작은 한 걸음조차도 내딛지 못한 ‘청년 정치인’이 대부분이었으니 말이다. ‘정치를 잘 아는’ 사람들의 낡고 낡은 정치 문법에서 벗어나 할 말은 하는 패기. 그를 중심으로 모이는 청년 정치인. 그들이 가져오는 변화의 바람. 박 위원장이 내딛은 작은 한 걸음이 ‘진짜 정치 개혁’의 시작이기를 바라는 건 과한 욕심일까.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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