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ARM 엔비디아에 매각 추진…삼성·인텔·퀄컴 등 반대로 불발
엔비디아처럼 불발 가능성에…SK·인텔, 컨소시엄 구성 의사 공식 표명
삼성전자, 컨소시엄 참여할까…애플 참여시 로열티 지급 문제 '부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SK하이닉스가 영국계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팹리스) ‘ARM’에 대한 공동 인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당초 미국 ‘엔비디아’가 인수를 추진했으나 규제 당국의 결합심사를 넘지 못해 실패했던 ARM을, 다수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형태로 우회 인수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한 것이다. SK하이닉스의 구상대로 ARM 인수합병이 이뤄지면 지난해 인텔·키파운드리 이후 관련 업계에서 최대 M&A(인수합병) 사례가 된다. 업계에서는 M&A 추진 의사를 지속적으로 드러냈으나 조용히 현금만 쌓아뒀던 삼성전자가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인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하이닉스·엔비디아 탐낸 ARM은?…손정의 ‘러브콜’ 받았지만 다사다난
ARM이 '뜨거운 감자'가 된 건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던진 작은 공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최근 정기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ARM을 사고 싶다”면서 “인수합병을 위해 다른 기업과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이후 ARM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ARM은 모바일 반도체(AP) 칩을 설계해 △삼성전자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 글로벌 기업에 공급하는 팹리스 기업이다. AP 분야에선 독보적인 점유율(90%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독점 기업으로 분류된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태블릿PC 설계 관련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85% 수준이다.
ARM(ARM홀딩스)은 1990년 △애플 △아콤 컴퓨터 △VLSI 테크놀로지 등이 공동 투자해 만든 합작회사(JV)다. 이후 손정의(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2016년 7월 234억 파운드(한화 33조5000억 원)에 ARM을 인수하면서 나스닥 상장 등 청사진을 그렸다. 그러나 소프트뱅크는 2020년 사상 최악의 적자(한화 16조5000억 원)를 기록, 유동성 확보를 위해 4년 만에 ARM을 시장에 내놓아야 했다.
독보적 팹리스 업체가 매물로 나오자 ARM 아키텍처(설계 회로) 이용이 많은 삼성전자나 애플 등으로부터 인수설이 즉각 거론됐다. 하지만 가장 먼저 손을 뻗은 건 엔비디아였다.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가 매각 의사를 밝힌 직후 인수 협상을 시작, 400억 달러(한화 약 48조 원)를 투입해 ARM M&를 추진했으나 규제 당국의 ‘독점 금지법’으로 인해 불발됐다.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엔비디아와 세계 최대 AP 팹리스 기업 ARM이 만나면 반도체 공급망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현재 ARM 인수설이 제기되는 △퀄컴 △인텔 △AMD △삼성전자 등 유수의 반도체 기업들도 닫시 엔비디아-ARM 인수합병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ARM은 반도체 기업들이 가장 탐내는 기업인 동시에 누가 가져갈까봐 견제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다시 매각을 추진한다고 해도 규제에 막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SK하이닉스와 박 부회장은 ARM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을 공동으로 나눠 갖는 방안을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할 당시, 한·미·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 15%를 인수한 것과 유사한 형태다.
ARM 컨소시엄, 누가 뛰어들까?…인텔·애플·삼성전자·퀄컴 등
업계에서는 △인텔 △삼성전자 △애플 △퀄컴 등 IT 기업들이 SK하이닉스와 'ARM 컨소시엄'을 구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쳐진다.
실제로 지난달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지난달 2월 '인텔 인베스터 데이 2022'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텔 파운드리 사업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 ARM 딜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먼저 ARM 인수 관련 컨소시엄 조직이 형성되고 있다고 내비친 셈이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의 끈끈한 인연도 양사 컨소시엄 결합설에 힘을 싣는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 1차 인수를 완료하면서 자회사 '솔리다임'을 출범시켰다.
업계에선 애플이 인수할 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애플은 1990년 ARM 첫 창립 당시 주요 투자자로 참여한 기업이다. 최근엔 중앙처리장치(CPU), 5G 모뎀칩 등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자체 역량을 키우면서 팹리스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20년엔 14년 동안 썼던 인텔 CPU 대신 'ARM 아키텍처'로 자체개발한 CPU(애플실리콘)를 발표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2020년 소프트뱅크와 ARM 인수와 관련해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때문에 업계에선 애플의 인수를 막기 위해 삼성전자나 퀄컴이 컨소시엄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애플이 ARM을 인수할 경우, 삼성은 매년 애플에게 회로 사용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AP 등 시스템반도체를 육성하려는 기업 입장에선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꾸준히 ARM 인수 후보로 거론돼 왔다. 삼성은 2017년 전장 회사인 '하만' 인수 이후 대형 M&A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가능성에 불을 지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행보는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은 최근 실적발표회(컨퍼런스콜)를 통해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부품과 완제품(세트) 모두에서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고 검토 중이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