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차명진의 문수형>에 따르면, 김문수 경기지사는 한때 한국의 레닌으로 불렸다. 그런 그가 민자당에 입당한 것은 센세이션 한 사건이었다. 민중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신념으로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갈 당시, 민자당 김윤환 대표는 결사반대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이 밀어붙였고 김문수 지사는 그 계기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처음 출마를 하던 15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은 박지원, 박규식 후보에 이어 3등이었다. 당 내에서도 김 지사의 승리를 확신하지 않았다. 다만, 사력을 다한 후보 자신과 신들린 지지자들의 열정이 전부였다. 이 같은 용감성은 선거 당일, 기적을 일궈냈다. 김문수 이름 석 자가 당선된 것이다. 김문수 캠프에서 조직2본부장을 맡고 있는 차명진 전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도 그때와 같은 기적은 올 거라고 확신하는 눈치다.
김문수와 차명진은 30년간을 함께 했다.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차 전 의원이 쓴 글들을 읽어보니, 그에게 있어 김문수란 운동권과 정치권을 함께한 평생 동지, 서슴없이 대할 수 있는 형, 만년 우상인 듯했다. 아니다, 이걸로는 부족하다. 둘의 관계는 쇠심줄같이 질긴, 그리고 소금기가 가득 어렸다.
“김문수는 민주화된 박정희”
새누리당 대선후보 첫 TV토론회가 지난 24일 있었다. 차명진 전 의원과의 인터뷰도 같은 날 저녁에 이뤄졌다. 김문수 캠프 사람으로서 첫 토론회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했다.
“박근혜 의원은 토론회 글 쓴 사람하고 출마선언문 써준 사람이 좀 다른가 봐요? 지난번 선언문에서는 국정운영기조를 국가에서 국민으로 바꿔야 한다 하고, 이번에는 국민하고 국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하대요. 또 지난번에는 경제민주화가 국정의 제1과제처럼 얘기했다가 이번에는 경제민주화도 좋고요, 성장도 좋고요, 재벌 때리기는 아니고요…(웃음) 그때는 분명히 그렇게 안 했거든요.”
TV토론 당시 김 지사는 박 의원의 출마선언문 한 구절을 인용하며 “국민과 국가를 왜 자꾸 대립시키나”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출마선언문을 왜곡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차 전 의원에게 물었다.“김 지사는 박 의원의 출마선언문을 그대로 인용한 거잖아요. 연설문을 잘 보시면요, 이제는 국가가 아니라 국민이다, 그렇게 말했지요? 저 같으면 그렇게 안 해요. 국가와 국민이 서로 조화해서 발전하고, 이런 게 있어야죠.”
일각에서는 박근혜 의원이 생각보다 말을 잘했다, 스피치연설을 열심히 한 것 같다는 평도 있다고 하자, 차 전 의원은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봐야 한다니까요. 좋은 말만 끌어 쓴다고 말 잘하는 게 아니죠. 달달 외워서 말한다고 나라를 잘 이끌 수 있나요. 국가 지도자가 시 씁니까?”라고 되묻는다.
- 첫 토론회 결과, 김문수 지사와 박근혜 의원의 차이점이 확연히 드러나 보였는지 궁금합니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얘기하는 게 박근혜 의원 스타일 아니에요? 근데 김문수 지사는 그렇게는 안 된다, 분명히 본질이 뭐냐, 본질이 뭔지를 규정하잖아요.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어렵고 복잡한 상황에서 가닥을 잡아주고 국민을 이끌어줘야죠. 좋은 게 좋은 거다, 이건 아니죠.”
- 김 지사는 박근혜 의원이 경제민주화를 국정 제1과제로 선택한 것을 비판했는데요.
“지금 중요한 것은 일자리라는 겁니다. 경제는 일자리다, 그렇지요? 일자리야말로 소위 말하는 양극화와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고 남북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요.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겁니다. 국가가 만드는 일자리는 세금 거둬서 만드는 건데, 결국은 일자리를 나누는 것에 불과하거든요.
물론 성장의 방식은 달라져야겠지만, 이것은 기본적인, 상식의 문제인데 박근혜 의원을 비롯한 많은 정치인들이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요. 박 의원이 일자리도 하고요, 복지도 하고요, 세금도 더 내게 하고요…이러잖아요? 안철수 원장도 책에 그렇게 써놨어요. 좋은 게 다 좋은 거다…그러고 보면 박근혜 의원하고 안철수 원장하고 같아요. 그러면 안 되죠. 현 경제가 또다시 한방에 나가떨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경제위기 파고를 넘어서야죠.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일자리라는 겁니다.”
차 전 의원은 김문수 지사야 말로 일자리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지난 6년간 대한민국 신규 일자리 56%를 만들었어요. 또 복지와 교육 의료 일자리 등을 통합해서 무한 돌봄 서비스를 성공시켰어요. 김 지사는 무한복지시대를 열 적임자입니다.”
- 당의 정체성으로 볼 때 김문수와 박근혜는 어떻게 비교될까요.
“김문수 지사의 정체성은 확실합니다. 대한민국 건국 민주화를 주도했고요, 때문에 선진화를 주도했던 것에 대한 정체성과 애정을 갖고 있어요. 반면 박근혜 의원은 민주당 짝퉁입니다. 박 의원은 경제민주화를 얘기한 야당에 동조했어요. 여태까지 포퓰리즘에만 의존했어요. 이와 달리 김 지사는 진정한 공적 지도력이 있는 분입니다. 과거의 독재자 박정희가 아닌 민주화된 박정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문수 필승 무기는 애국심과 공적헌신”
- 사실, 김 지사에 대한 지지율 등 여러 조건이 열악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김문수 지사만의 필승전략, 무기는 뭐라고 보십니까.
“김문수 지사가 박근혜 의원을 비롯한 여야 대선주자들 모두와 다른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애국심, 둘째는 공적헌신입니다. 그 양반은 다른 주자들과 달리 공적헌신의 길을 줄곧 걸어왔습니다. 김문수 지사는 인생을 사회에 바쳤습니다.
김문수 역사와 김문수 비전, 국민이 결국은 동감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것밖에 없습니다. 사실, 그분이 돈이 있어요? 인맥이 있어요? 잘생겼어요?(웃음) 이런 거 없지만 김문수의 우직, 오직 열정 하나, 국가 미래에 대한 애국심, 미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 이것이 무기입니다. 국민이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줄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이깁니다.”
MS사람들은 ‘확실한 신념’이 있는 듯했다. 악조건인데도, ‘김문수가 이긴다’를 진짜로 믿는 분위기다. 바로 이 점이 MS사람들의 저력이 아닐까 싶다.
이들은 김문수가 될 것 같으니까, 혹은 가능성이 있으니까 하고 모여든 게 아니다. 대신, 오직 대통령 될 사람은 김문수 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김문수가 옳으니까 따른다는 신념. 이런 氣들이 모였기 때문일까. 김 지사는 이제껏 선거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왠지 이번에도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무서운 파급력이 엿보였다.
차 전 의원이 보는 김문수 캠프의 특징을 물었다. “전부 자원봉사들입니다. 그리고 김 지사 뿐 아니라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자존심이 강해요. 사안이 하나 터지면 열 시간 토론해요.” 그렇게 해서 합의가 되냐고 묻자 그렇다고 한다.
“선진통일 적임자”- 젊은 보수층은 김 지사를 지지할 거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우리 캠프에 청년들이 제일 많아요. 정말 청년들 바글바글 합니다. 그 친구들이 결정 다하고 우리는 그 친구들 심부름해요.(웃음)”
- 어떻게 조직 된 건가요.
“모두 자발적으로 왔어요. 북한인권운동하는 친구들 중심으로…그래서 우리 밑에 있지 말고 따로 청년캠프 만들라고 했어요. 아무래도 저희 밑에 있으면 심부름 하게 되고 그러니까요…청년캠프 조직은 소련공산당의 콤소몰(공산주의 청년 동맹) 같은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콤소몰은 1918년에 조직된 소련 공산주의 관련 청년 정치조직을 말한다.
- 김 지사는 북한인권운동가인 김영환씨 석방촉구에도 기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 지사는 선진통일도 강조했는데, 통일까지 내다본 대북관점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 대북관계는 두 가지 특징이 있었어요. 하나는 전통적인 상호주의입니다. 이것은 MB나 DJ나 똑같아요. 먼저 주고 나중에 받느냐, 아니면 먼저 받고 나중에 주느냐. 그런데 김 지사는 상호주의는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이른바 투트랙(two-track)정책, 전폭적 지원과 강한 안보를 동시에 한다는 겁니다. 한쪽에서는 비행기 띄어서 감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대북 말라리아 방역물자를 지원하자는 거지요. 왜냐, 우리는 북한이 얼마 안 남았다고 보거든요.”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쓰는 거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인 차 전 의원은 “채찍과 당근에 순서를 매기지 않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박근혜 의원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북관, 그리고 국가관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대립적인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박근혜 의원과 안철수 원장은 국가관계에서 신뢰가 중요하다, 그렇게 말하데요? 웃기는 것이죠. 개인관계는 신뢰가 중요하지만 국가관계에 신뢰가 어디 있습니까. 우리가 신뢰를 준다고 우리를 믿고 따릅니까. 그것은 국제관계를 모르고 하는 소리죠. 답답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 지지율 제일 높은 두 사람이 어떻게 그러나, 정말 걱정입니다.”
- 안철수 원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분 생각하는 거 보니까 안 되겠더라고요. 안 원장은 국가에 대한 강한 신념, 비전, 자기 확신 등이 부족해요. 지지율이 높으니까 해볼까, 어디가 안 되어서 해볼까, 이런 생각이 드니까 해볼까. 아니, 대통령이 그러면 되나요.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
뭐, 오늘 시간 나는데 영화구경 갈까, 그 사람하고 사이가 안 좋으니까 잘 지내기 위해서 대화 신청을 해볼까, 이런 것은 되겠죠. 근데 제가 지지율이 높으면 한번 출마하겠습니다. 4.11총선 때 민주당이 져서 제가 다시금 정치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런 건 안 돼요.”
“변화의 바람이 분다”
- 차 전 의원은 김 지사의 경선 참여를 찬성한 온건파로 알고 있습니다.
“그게 잘못 본 거죠. 차차기냐, 차기냐 그 차이인데, 차차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어차피 박근혜 의원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니까 이번에 출마하지 말라고 하죠. 근데 차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아니다, 박근혜로는 안 된다, 나오자. 이런 겁니다. 그러면 누가 강경이고 온건입니까. 그냥 소위 말하는 네이밍이 적절치 않아요. 출마한다고 해서 온건이고 출마 안 한다고 해서 강경입니까. 보시다시피 저는 박근혜로는 안 되니까, 이게 더 강경한 거 아닙니까.”
- 김용태 의원 경우는 경선 참여를 반대했었잖아요. 어떤 형태로 김 지사를 도울지 고심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식으로든 저희는 같이 할 겁니다. 하나만 더 얘기하자면 저 옛날에 혁명하려고 했거든요? 러시아 혁명사 보시면, 혁명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한 번도 보이콧 한 적이 없어요. 결국은 다 합류했어요. 보이콧 하던 사람들도요…”
김 지사의 이번 경선 참여. 마지노선으로 차차기까지 바라보는 건지도 궁금했다. 그러자 우문현답으로 돌아왔다. “내세에 다시 태어나면, 뭐로 태어나고 싶어요?”.
-그럼에도 경기지사직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양손에 떡을 쥐었다는 비판도 여전합니다.
“그것도 웃긴 겁니다. 도지사 던지면 비장하고, 안 던지면 안 비장한 겁니까. 그건 일부 언론, 일각에서 미화시킨 거라고 봅니다. 제도적으로 9월 20일까지 겸직을 못하게 되어 있으니까, 그때 가서 던지면 되죠. 그렇잖아요. 행사장에 꼭 연미복만 입고 가란 법 있나요? 바지저고리 입고 갈 수도 있죠.”
- 조직2본부장을 맡고 계신데요, 김 지사에 대한 지지. 체감 온도는 어떻습니까.
“조직 단이 두 개 있는데요, 서쪽 담당, 동쪽 담당 이렇게요…동쪽담당이 접니다. 동쪽의 경우는 처음에는 다들 박근혜 의원이 잘 되도록 도와줘라, 이런 얘기를 저희에게 했다면, 이제는 (김문수가)한번 해봐라, 이렇게 변했습니다. 전국적으로는 아직은 김 지사를 잘 모르는 분들도 있고요…수도권 체감은 초반만 해도 김문수 지사가 나오는 것을 싫어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새누리당 경선이 맨송맨송하지는 않겠구나,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TV토론회 이후도 변화가 느껴지는지 물었다. 차 전 의원은 “변화되고 있는 게 느껴지는데요, 오늘 토론회부터 시작해서요. 전국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겁니다”라고 자신했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아쉽지만 낙선했다. ‘낙선해서 죄송합니다’라고 쓰인 푯말을 목에 걸고 부천소사구민들 앞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는 한 장의 사진이 인상에 남았다. 잠시 숨고를 시간도 필요할법한데, 얼마 안 돼 김문수 캠프에 뛰어들었다. 차 전 의원은 “어휴, 지금도 괴로워 죽겠지요. 집에 숨어들어서 울고 싶고 그렇지요. 그래도 대한민국을 위해 뛰어들어야죠.”라고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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