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대통령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일까? 취임식 날이라고 한다. 취임식 그 순간이 권력의 최정점에 도달한 때이고, 그날 이후부터 추락할 일만 남았다고 한다.
“자만은 모든 것을 망친다. 당신의 성공과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좋은 것들은 모두 당신이 노력한 직접적인 결과라는 점을 명심하라. 당신에게 살 집이 있는 것은 당신이 그 집을 가질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력하지 않는 자기 과신은 몰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 나 역시 경험을 통해 배운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만’에 빠진 성공한 이들에게 준 냉철한 경고다. 트럼프는 여러 번의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자만에 빠지기가 쉽지만, 언제든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는 사실 또는 잊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트럼프는 준비 과정에 만전을 기함으로써 자만에 빠지는 일을 피한다며, 나만은 절대 잘못할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커다란 실수로 빠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트럼프 자신도 대통령 재선을 과신하며 자만하다가 대선에서 패배한 후, 미 헌정사상 최악의 의사당 폭도 습격사건과 관련해 내란선동 혐의로 탄핵이 추진되는 망신을 당했다.
우리 역사상 가장 큰 영토를 자랑했던 고구려 몰락도 자만에서 비롯됐다. 고구려는 동북아 최강자로서 수백년동안 중원의 패자들과 자웅을 겨루며 민족의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수 양제는 고구려 침략으로 명을 재촉했고, 멸망 직전에도 중국 역사상 최고의 황제로 손꼽히는 당 태종의 침략도 물리쳤다.
연개소문의 리더십은 고구려를 지배했지만, 집안 단속에는 철저히 실패했다. 자신의 후계구도를 망쳐 사후 고구려는 분열의 길에 접어든다. 장남 남생이 동생 남산, 남건과의 갈등으로 나라를 망쳤다.
연개소문은 쿠데타로 집권했고, 강력한 카리스마로 1인 독재체제를 구축해 고구려는 비정상적인 국가가 됐다. 반면 아들들은 자질이 부족했다. 가뜩이나 비정상적인 체제로 겨우 연명하는 국가임을 망각하고 동북아 최강자라는 명성에만 과신해 언제든지 중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만에 빠졌다.
특히 한반도의 최약체 신라가 당과 동맹을 맺고 백제를 멸망시키는 현실도 외면하고 권력투쟁에만 몰두했다. 남생 형제의 대립과 갈등은 국론분열을 초래해 결국 망국의 길을 선택했다. 더 비참한 것은 남생이 동생들에게 권력을 빼앗기자 적국 당에 투항해 평양성 함락전 선봉에 섰다는 사실이다. 자만은 분열을 낳았고, 결국 국가도 망쳤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세와 비대면 확산에 따른 업황 개선 등이 호성적을 냈다는 평가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일은 전대미문의 팬데믹을 극복해 사상 최대의 호성적을 냈다는 자만의 덫이다.
실제 올해 상황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오미크론 변이의 대확산으로 확진자가 연일 신기록 갱신 중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와 국제 원자재 및 물류비용 상승, 미국 테이퍼링 가속화와 긴축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이 위협요소다.
3월 대선도 중요 변수다, 정권교체든 정권재창출이든 누가 집권하더라도 경제정책 대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국내 대기업은 3~4세 오너 천하다. 이들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기업을 쥐락펴락했던 선대 회장들과 다른 경영을 요구받고 있다. ESG경영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다. 하지만 선대가 성취한 업적과 자신들의 취임 후 이룬 성과에 도취되는 자만이 최대의 적이다.
자만이 초래한 동북아 최강국 고구려의 멸망. 사상최대의 실적을 성취한 대기업 오너들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역사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