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와 한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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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와 한국 대선
  • 곽수연 기자
  • 승인 2022.01.10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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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사태, 양극화 심화와 권력층 부패 원인
차기대선, 도덕적 후보 뽑아 부패청산 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곽수연 기자)

새해 초부터 중앙아시아 국가인 카자흐스탄은 반정부 시위로 나라 전체가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다.ⓒ연합뉴스=카자흐스탄 내무부
새해 초부터 중앙아시아 국가인 카자흐스탄은 반정부 시위로 나라 전체가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다.ⓒ연합뉴스=카자흐스탄 내무부

새해 초부터 카자흐스탄은 반정부 시위로 나라 전체가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일 액화천연가스(LPG)가 폭등에 있다. 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가격 상한제를 폐지하면서 연료비 가격이 급등했다. 사람들은 거리에 나와 항의하기 시작했고, 그 규모는 점차 대규모 시위로 번졌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또한, 러시아 공수부대를 포함한 옛소련 국가들의 안보협의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의 평화유지군 2500명이 카자흐스탄에 파견됐다.

여기에 시위 엿새째가 되는 지난 7일 카심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에 대응해 군은 경고 없는 발포를 해도 된다고 천명했다. 그는 시위대를 '살인자', '범죄자', '테러리스트'에 빗대며 이들과 협상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시위대와 진압군 대치 과정이 격렬해지면서 유혈 사태가 속출했다.

그러나 평화유지군이 주요 지역을 장악하며 시위대를 진압하는 데 성공하면서 현재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9일(현지 시간) 타스·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경찰은 지난 2일부터 소요사태에 가담한 혐의로 6044명을 체포했다. 특히 카자흐스탄 보건부는 반정부 시위사태로 인해서 사망자가 164명으로 집계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내무부는 재산피해가 약 1억7500만 유로(약 2380억 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표면적으로 알려진 것은 연료비 급등이 촉발한 시위다.

그러나 카자흐스탄 국민들이 진정으로 화가 난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카자흐스탄 유혈 시위의 근본 원인은 양극화 심화에 있다고 분석했다. 카자흐스탄은 석유·석탄·우라늄·귀금속 등 막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대규모 외국인 투자 유치가 가능했고 이웃나라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에 따른 경제적 과실은 정부·권력자·기업인 등 소수에게만 돌아갔다. 회계법인 KPMG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전체 부의 55%를 단 162명이 점유하고 있다. 반면 카자흐스탄의 최저 임금은 월 100달러(약 12만 원)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부의 양극화 심화와 함께 권력층의 부패 또한 시위대 분노의 원천이 됐다. 카자흐스탄은 2020년 기준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CPI)순위에서 180개국 가운데 94위에 올라 부패 수준이 높다. 예컨대 지난 8일 영국 싱크탱크 왕립국제문제연구소는 30년 가까이 카자흐스탄을 통치해온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일가 등 유력 인사들이 영국에 5억3000만 파운드(약 8600억 원)어치의 부동산 34곳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했다.

카자흐스탄 사태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택지 개발 이익을 공공영역으로 환수한다며 민간 개발 방식에서 공공·민간 공동사업으로 바뀐 성남 판교 대장동 도시개발 사례의 경우, 5503억 원이 성남시에 환수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환수액을 제외한 나머지 개발 사업이익금 중 상당액은 특정 개인이 지분을 100% 보유한 화천대유 자산관리에 돌아갔다. 부동산개발사업 이익금이 소수에게만 돌아간 대장동 사건이나 천연자원 개발로 인한 경제적 과실이 소수 카자흐스탄 자산가와 정치권 인사에게 돌아간 것과 차이가 없어 보인다.

양극화 심화 현상도 고질적인 사회적 문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초래한 빚투·영끌로 인해서 자산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부자가 된 사람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취약계층들은 해고를 당하거나 사업의 수입이 반 토막 이상 줄어들면서 생존의 위협에 처해있다. 지난달 7일 세계 불평등 연구소가 발간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에서 한국인 상위 10%가 보유한 부는 평균 105만1300 유로로 전체 부의 58.5%를, 하위 50%는 평균 2만200 유로로 5.6%를 차지했다.

정도의 차이지 카자흐스탄 현재 상황은 충분히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 그런 사태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것을 미리 막으려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부패하지 않는 정권이 집권해야 한다. '도덕성'을 갖춘 대통령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각종 부패 행위로 경제적 혜택을 누리는 것도 모자라 자국민이 항의 시위를 하자 경고 없이 발포해도 된다며 다른 나라 군인까지 동원한 카자흐스탄 전·현직 대통령. 차기 한국 대선이 중요한 까닭이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정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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