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는 코앞인데…삼성D, 패널 생산 능력은 전체 TV 출하량의 2%대 불과
삼성전자, LGD로부터 TV용 OLED 공급 가능성↑…"삼성-LG 윈윈 전략"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삼성과 LG가 중국에 맞서 ‘OLED 동맹’을 맺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공급받아 OLED TV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가설이 불거지면서다. 양사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결국 LG디스플레이의 백색 유기발광다이오드(W-OLED) 패널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QD OLED’ 패널과 함께 LG디스플레이의 'W-OLED' 패널을 공급받아 OLED TV를 투트랙 생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QD OLED TV를 개발하고 있다. 해당 패널을 공급하는 계열사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30일 충남 아산캠퍼스 Q1라인에서 QD OLED 양산을 기념하는 출하식을 개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해당 디스플레이를 삼성전자와 소니 등 고객사에 공급하고, 삼성전자는 내년 초 ‘CES 2022’를 통해 신제품을 전격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실적발표회)을 통해 “올해 4분기 QD 디스플레이 양산을 시작해 제품을 출하, 내년부터 세트 시장에 공개하는 계획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LCD에서 QD 디스플레이로의 재편을 계획대로 마무리하고, QD 디스플레이를 통한 프리미엄 TV 제품군에서 리더십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의 TV 공급량을 맞출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QD OLED를 생산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Q1라인(8.5세대) 월 생산능력은 3만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55·64인치 TV를 연간 180만대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수율(생산품 중 불량품을 제외한 비율)까지 고려하면 100만대 정도의 TV를 생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수율은 OLED 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LG디스플레이 대비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OLED 수율을 최근의 80%까지 끌어올리는 데 3년이 넘게 소요됐다.
업계 관계자는 “OLED는 수율이 LCD 대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OLED는 TV용 대형 패널로 만드는 기술이 어려워 수율을 (LGD의) 80%까지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생산량 부족과 낮은 수율로 OLED 사업 부문 적자를 기록해 왔으나, 최근에서야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대형 OLED는 올해 목표였던 출고량 800만대를 달성, 연간 기준으로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삼성전자의 연간 TV 판매량은 약 5000만대로,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로 TV를 생산하면 연간 출하량의 2% 수준에 머무른다. 사실상 출시가 불가능한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패널 생산 물량을 삼성전자와 소니 등에 이원 공급하는 점까지 고려하면, 삼성전자로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양산 라인 확대와 수율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증권가를 포함한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검증된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미 LG디스플레이로부터 일부 LCD 패널을 공급받아 TV를 제작하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의 LG디스플레이 OLED TV 패널 채택이 확실시돼 간다. 업계에선 이미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내년에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OLED 패널은 약 200만대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만대는 LG디스플레이가 한해 생산하는 OLED 패널의 약 20% 규모로 추정된다.
시장조사업체인 유비리서치도 최근 세미나를 통해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TV용 OLED 패널을 200만대 정도 구매하면 삼성은 내년 250만대 이상의 OLED TV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선 삼성과 LG의 OLED 밀월을 두고 ‘윈윈’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가격 경쟁에서 중국 업체에 밀리는 LCD TV에서 OLED TV로의 전환이 절실한 상황인 데다,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 외에도 공급사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QD OLED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숙원사업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아산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QD-OLED 생산시설 구축과 연구개발에 오는 2025년까지 13조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LCD 라인을 QD로 전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이날 해당 사업을 총괄하는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을 세트 부문장의 수장으로 승진 임명하면서 OLED TV로의 전환 의지를 강조했다. 한 신임 부회장은 삼성전자 내 대표적인 TV 기술 전문가로, 내년 초 QD OLED TV가 공개될 CES 2022에서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 역시 글로벌 TV 시장 1위인 삼성과의 협업을 통해 OLED TV 진영을 확대하고 수익성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
앞선 정원석 연구원은 “양사 협력관계 구축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사는 OLED 패널 공급 계약설을 두고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OLED TV 판매량은 지난 2019년 300만대에서 오는 2025년 1050만대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DSCC이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3분기 글로벌 OLED TV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88% 늘었고,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TV 점유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9%p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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