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상인 "알바 1명 시급도 안 돼…택배기사·콜택시·퀵서비스 부재"
2018년 인터넷 불통 사건과 비교돼…KT "예외는 전담 콜센터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KT가 발표한 ‘인터넷 먹통’ 사태 보상안을 두고 반발이 거세다. KT는 약관에 기재된 손해배상 수준을 뛰어넘는 보상이라고 반박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보상 금액은 8000원 수준이라 특히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체감 금액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3년 전 아현국사 화재 사태와 비교되면서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거듭된 ‘통신 대란’을 겪지 않으려면, 먼저 전반적인 약관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상공인·전국가맹점주 "알바 시급도 안 돼"…KT "약관 관계 없는 보상"
2일 KT의 인터넷 오류로 피해를 입은 중소상인 연합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KT의 보상액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이날 “25일 KT의 유무선 통신망 불통 당시는 점심시간으로, 자영업자들에게는 하루 매출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간대”라며 “KT가 유무선서비스의 열흘치 요금을 감면해준다고 하지만, 업체당 평균 보상액은 7~8000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 중에 이 정도 보상금을 받고 만족할 사람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T가 최근 발표한 보상안에 따르면, 소상공인은 평균 2만 5000원 요금제를 사용할 때 7~8000원 선의 요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KT는 전체 보상규모를 350억 원에서 400억 원 정도로 추산했다.
이번 보상안은 기존 약관에 기재된 내용보다 높은 수준이다. 기존 약관에 따르면 피해 보상 기준은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했을 때’, ‘서비스 미지급 시간이 한 달 누적 6시간을 초과할 때’로 한정된다.
KT 관계자는 “기존 서비스 이용약관과는 관계없는 고객 보상안”이라며 “인터넷 장애로 인해 조금이라도 불편을 겪은 모든 고객에게 가능한 신속한 보상책을 마련하는 것에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피해자 측은 실질적인 보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 내세운 예시에 따르면, 사건 발생 시간에 평균 14건의 매출을 올리는 카페는 사건 당일 7건의 결제가 진행돼 매출 반토막이 났다. 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KT의 보상금은 당시 가게에 있었던 아르바이트 노동자 3명 중 1명 시급도 안 될 만큼 미미한 금액”이라며 “불통된 시간동안의 이용요금 감면이 아닌 실제 발생한 피해를 기준으로 보상액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상안이 공개된 후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몇천 원 안 받느니 안 받겠다", "포스기가 안 돼서 점심 장사를 날린 건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 "통신요금 10일치 감면이 아닌 실 손해액을 보상해도 모자랄 판"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018년 아현국사 화재 사태 수면 위로…KT, 추가 보상안 나올까
이번 사태는 지난 2018년 11월 서울 충정로 KT 아현국사 화재와 비교돼 더욱 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아현국사 화재 당시 KT는 1개월치 이용료 감면안을 제시했다가, 추가로 일반전화(PSTN) 가입자 최대 6개월 치 요금 감면안을 발표했다. 개인 고객에는 1개월 치 요금 감면이, 소상공인에겐 하루 불통에 20만 원씩 최대 120만 원이 지급된 바 있다.
아현국사 화재 당시 자영업자 상생보상 협의체에 참여했던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입장문을 통해 "아현국사 화재 당시 KT가 보여준 상생보상의 사례는 상당히 모범적인 사례였다. 그러나 최근 KT의 보상안은 KT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너무나도 부족한 보상안"이라고 비평했다.
안 소장은 "최근의 불통 사태가 아현 사태 때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89분이지만 그래도 비교할 수 없이 보상액이 적다"며 "업무마비나 계약불성립으로 인한 추가손해, 교육이나 강연 취소 등으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피해접수를 받고, 택배기사와 콜택시·퀵서비스 등 업종에 대한 보상도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범석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통신분과장은 이날 "KT가 말로는 고객들과 소상공인들의 피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한다고 하지만, 소상공인들에게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지 구체적으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요금 감면에만 급급하다"며 "정부도 이러한 KT의 생색내기 보상에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으면서 빠르게 이 국면을 넘어가려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한편, KT는 요금 감면을 위한 전담 지원센터를 이번 주 내로 오픈하고 2주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지원센터는 전용 홈페이지와 함께 전담 콜센터로 구성된다.
KT 측은 "과거에 있었던 여러 피해 보상 사례나 글로벌 사례를 고려했고, 여러 가지 제기된 불편 유형도 살펴봤다"며 "예외적인 부분에 대해선 전담콜센터를 통해서 상황을 파악하고 보상이 적정한지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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