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불붙는 기술대전(技術大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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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불붙는 기술대전(技術大戰)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1.08.07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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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산업 패권 전쟁 비상
기술·인재 유출 막아야
'정치가 기업 발목을 잡는 한국'
삼성 투자 지연…흔들리는 K반도체
업계 명암, LG전자 1위 등극
과학기술 초격차가 살 길
이공계 실태 제대로 파악·준비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한국 실물경제의 악화. 과연 돌파구는 없을까. 문제의 근원적 처방은 어디서 시작되는 것이 옳을까. 국가경쟁력의 취약화를 다시 붙들어 매고 재도약을 이룰 수 있는, 주요 관건과 희망의 단서를 우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글로벌 산업 패권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이 비상 상태로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첨단 기술과 고급 두뇌를 빼가기 위한 경쟁국들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올해 6월까지 5년 6개월 동안 우리 주요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려다 적발된 사례가 111건, 피해 예방액은 21조 4,474억 원에 달했다. 

기술·두뇌 탈취 시도는 반도체·배터리 등 우리 경제의 근간인 핵심 산업 분야에서 주로 일어났다. 적발된 111건 가운데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전자 분야의 기술 유출이 4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디스플레이(17건), 조선(14건), 자동차(8건) 등의 순이었다.

문제는 기업의 방어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보안 체계와 인력 관리 등이 허술한 중소기업은 자칫 한 번의 기술 유출로 생존의 기로에 설 수 있다.

이에 대한 진지한 탐색, 그리고 세계 경제환경의 급변하는 조류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정면승부의 대응전략 없이는, 이제 '한국호'의 회생은 장기적 관점에서 큰 타격을 받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 실물경제의 악화. 과연 돌파구는 없을까.ⓒ연합뉴스
한국 실물경제의 악화. 과연 돌파구는 없을까.ⓒ연합뉴스

선각자적 '기술력', 국부(國富) 견인 

지난 날의 교훈을 돌아본다. 한국경제는 그동안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1970년대 초반의 석유파동,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사망에 따른 정치 경제적 혼란, 1980년대 초반의 2차 석유파동, 1997년 외환위기 등 숱하게 얼룩져 왔다. 역사상 이런 고비 때마다 불확실성과 위기의식은 예외없이 나라 경제 전체를 흔들어 댔다. 

그렇다면, 무엇이 국가를 견인하는가? 이같이 어려운 현대사적 난국들을 극복키 위해서는 '구호의 정치'나 정부 정책 보다는 위기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도전과 개혁의 '실사구시(實事求是)'적 기업가 정신이, 그 실제 근간을 이루었다. 그런 면에서 삼성그룹의 고(故) 이병철 회장, 현대그룹의 고(故) 정주영 회장 등은 애국자(愛國者)라 아니 할 수 없다. 

당초 기술 불모(不毛)의 이 땅에서, 탁월한 선견지명으로 세계적 독자 기술력을 창출, 21세기 정보화시대가 열리는 오늘날까지 그나마 대한민국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국부(國富) 성장의 견인력을 발휘하고 있는 삼성의 '반도체', 현대의 '자동차'가 이를 웅변한다. 그 핵심은 결국 선각자적인 '기술력'의 문제로 좁혀진다. 

LG전자 세계 1위…혁신 DNA '정치'엔 없어 

최근들어서는 LG전자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LG전자는 올 상반기 기준으로 ‘가전의 역사’로 불리는 미국 월풀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따돌리며 명실공히 글로벌 톱 기업으로 등극했다.

LG전자 성공 비결은 뭐니뭐니 해도 혹독한 경쟁과 끊임없는 혁신에 있다. LG전자(옛 금성사)는 1959년 진공관 라디오(A-501)를 내놓으며 가전사업을 시작한 이래 국내에서 세탁기 TV 냉장고 등 각 분야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며 성장해왔다. 또 세계시장에선 ‘TV는 소니, 세탁기는 월풀’이란 경쟁 목표를 정해 놓고 이들을 꺾기 위한 기술개발과 혁신에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63년 만에 세계 1위에 오른 것이다. 

월풀은 올해 창립 110년째를 맞은 회사로 세계 가전산업의 역사나 다름없다. 과거에는 비교조차 힘들었던 그런 기업을 제치고 LG전자가 세계 1위에 등극한 것은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 덕분이다. 

모터와 컴프레서는 LG전자의 핵심 경쟁력이다. '신가전'이라고 불리는 스타일러·식기세척기·건조기에서 LG전자가 약진한 것도 모터 경쟁력 덕분이다. 모터가 약하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도 없다. LG전자는 가전사업부의 모터 기술을 기반으로 2013년 자동차 부품산업에 본격 진출하기도 했다. 

스마트폰과 D램·낸드플래시·조선 분야 등에서 세계 선두인 한국 기업들의 성장경로도 LG전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안타까운 점은 가전에서 보는 혁신과 공정의 DNA를 한국 정치권에선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현 정부를 비롯해 정권마다 변화와 혁신을 외쳤지만 실제로는 기득권 보호를 위한 칸막이식 규제 도입과 반(反)시장적 규제입법, 내로남불식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에 몰두해왔다. 그 결과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경제활력이 갈수록 떨어져 기업들은 한국을 떠나고 청년들은 취업절벽에 고통받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특히, 근간에 들어 왜 한국의 공장들은 밖으로 빠져나가려 하고, 일본의 공장들은 다시 돌아오는가. 우리는 작금의 경제난국과 관련, 이 물음에서 중요한 국가경제적 기술력의 단서를 포착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자 일본 기업들은 장기 불황 하에서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의 내실을 꾸준히 다져온 결과 최근 국내 생산의 경쟁력이 다시 살아나면서, 제조업의 거점으로서 일본 국내가 재평가를 받게 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특히 전자, 기계, 화학 산업중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들 간에 상호 조정을 적극 추진, 국가 전체 차원에서 제품 개선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여 고급, 고부가가치 기종, 혹은 핵심 부품의 개발과 생산을 국내로 다시 되돌리게 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최근 일본의 디지털 가전 메이커들이 국내 부문은 설계, 시제품 제작, 부품 생산 및 부품 조달선 결정 등 기술집약적 핵심 역할만 담당하고, 해외 거점은 단순 조립생산만 하도록 하는 역할 분담 시스템을 구축해 가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반영한다. '기술력'만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관건이 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본격적 기술전쟁의 발화(發火)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런 '기술력'의 관점에서 국제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일본 기업들의 첨단기술 위주 국내 생산 거점 확보 전략은 아시아 각국의 지적 재산권 문제와 곳곳에서 충돌을 야기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고, 특히 한국 중국 대만의 주요 기업들을 겨냥한 일본 정부와 기업들의 거국적인 지적재산권 보호 정책 강화와 이에 따른 분규의 확산 추세는 본격적인 '기술대전(技術大戰)' 시대의 도래를 알린다. 정보화 지식산업화로의 세계 경제적 흐름이 가속화 될수록 이런 기술력 전쟁은 더욱 기업과 나라의 사활이 걸릴 정도로 탄력을 받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 현장은 실로 치열하기만 하다. 첨단산업의 고급 인재를 선점하려는 국가 간 쟁탈전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엄청난 돈과 파격적인 조건으로 반도체·배터리·원자력 핵심 인재를 빼내 가려는 중국 등 주요국들의 시도가 속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패권 다툼에서는 단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영토가 작고 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창조적인 고급 두뇌 육성을 통한 과학기술 초격차 전략만이 살 길이다. 

반도체와 5G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대표 기업 삼성이 리더십 공백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첨단 산업에서 투자 타이밍을 놓치면 한순간에 낙오자로 전락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은 미·중을 비롯, 유럽·일본·대만 등과 피 말리는 ‘초격차 경쟁’ 국면을 맞았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5개 경제단체장이 최근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것은 재계의 일치된 위기감을 반영한다. 단체장들은 건의서에서 ‘치열해지는 반도체 산업 경쟁 속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지면, 그동안 쌓아 올린 세계 1위 지위를 하루아침에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 실상은 그보다 더 심각하다.

우리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삼성이 흔들리면 국가 경제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삼성이 하루빨리 리더십 공백을 메우고 발 빠르게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기업 옥죄기 갈수록 참담

한국의 기업환경도 문제다. 미국 국무부가 17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21 투자환경 보고서’의 한국편은 충격적이다. 기업 옥죄기가 갈수록 참담하다.

정치권력이 기업을 압박하고 갑질을 일삼는 제3세계 후진국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나라 기업환경이 이처럼 열악하다고 미 국무부는 신랄하게 지적했다. 민망한 일이다. 

종합하면, 한국 국회와 대통령이 앞뒤 안 가리고 기업 옥죄기 법규를 쏟아내고 시행하니 투자 및 기업 활동에 각별히 조심하라는 경고다.

반기업·반시장 규제 탓에 갈수록 기업하기 어려워지는 국내 기업환경을 감안하면 반박하기 힘든 질타가 아닐 수 없다. 매 순간 발목을 잡는 과잉 규제의 덫을 헤쳐나가야 하는 게 기업인들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인들의 절규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큰 반성이 요구된다.

반(反)기업 행태 강력 비판

문재인 정권의 반(反)기업 행태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급기야 미국 정부가 보고서를 통해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선것은 설득력 면에서 크게 주목된다. 

‘한국에서 근무하는 외국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안전·노사·직장 내 괴롭힘 등 현안까지 일일이 챙기지 않으면 법정행(行)도 각오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그 이유를 소상히 전했다. 이런 환경이 개선되긴커녕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까지 담았다. 

이미 문 정권은 기업규제 3법·노동 3법은 말할 것도 없고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밀어붙이면서 기업들은 소송 쓰나미에 내몰릴 처지다.

특히,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국내 반도체 업계는 TSMC의 2.5배에 달하는 법인세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은 반도체지원특별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 경쟁국 수준만큼은 국가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기술 초격차도 유지할 수 있다. 우물쭈물하다가는 20년 가까이 지켜온 ‘반도체 강국’ 위상마저 다른 나라에 내줄 위기에 처했다.

경쟁 업체들, 삼성전자 압박

삼성전자의 위기는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현금자산을 209조원이나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5년 동안 대규모 인수·합병(M&A)과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부재로 리더십 공백이 길어진 탓이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발표한 미국 공장 증설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 수감 이후 기업 인수합병(M&A)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투자 시기를 놓치면 TSMC의 독주와 인텔의 협공에 끼어 2위 자리마저 흔들릴 수 있다. 정부는 K반도체 전략에 이어 반도체 특별법을 준비 중이다. 법안을 준비 중인 여당 관계자는 ‘기업이 해볼 만하다’고 느끼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기업의 전략적 투자는 총수의 결단 없인 불가능하다. 팔짱만 끼고 있기에는 세계 반도체업계의 지각 변동이 너무 빠르고 위협적이다.

삼성이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에 경쟁 업체들은 대규모 투자와 M&A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텔은 애리조나주에 20억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 2곳을 짓기로 했고 글로벌파운드리(GF) 인수에도 300억달러를 베팅할 것이라고 한다. 인텔은 독일과 벨기에 등 서유럽 지역에도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파운드리 세계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는 2024년까지 설비 투자에만 1280억달러를 쏟아붓기로 했다. 차세대 기술인 3나노미터급 파운드리 상용화를 내년으로 앞당겨 애플과 인텔에 공급할 계획이다. 파운드리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메모리 반도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견제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추격은 주춤한 상태지만 미국의 마이크론이 신기술을 잇달아 공개하며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치열한 기술경쟁 업계 명암(明暗)

그 중심에는 치열한 '기술경쟁'이 자리한다.  최근 국제 경쟁력에 낭보를 전한 LG전자는 글로벌 가전 생산의 3분의 1을 맡고 있는 창원에 연구개발센터를 배치해 혁신과 생산의 시너지를 도모했다.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트윈워시'와 무려 9년을 투자해 개발한 'LG 트롬 스타일러'는 그 결과물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LG의 경우 '기술'과 '예술' 어느 한쪽에서도 양보가 없는 제품으로 명품의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세계 가전시장이 월풀의 시대에서 LG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혁신을 게을리하면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 시장의 법칙이다. 

한편, 자동차 산업 구조가 미래 자동차 중심으로 재편되지만 국내는 여전히 변화에 둔감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친환경차 판매가 전체 신차 판매의 20〜30%인 577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레벨3 이상 자율주행차는 신차의 49%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술]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대응 역량도 취약한 것으로 지적했다. 내연기관 부품 산업의 경우 국산화율이 99%에 이르지만 미래차 부품 국산화율은 전기차 68%, 수소차 71%, 자율주행 SW 38% 등으로 낮다고 분석했다.

통계 데이터 축적 활용을

악화되는 국내 기업환경도 달라져야 한다.  툭하면 기업인들을 교도소로 보내는 형사처벌법을 만들기에 혈안이 돼 있으니 답답하다. 

당장 지난해 졸속입법 논란 끝에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만 봐도 그렇다. 처벌 범위가 포괄적이고 모호해 기업인 앞에 감옥문을 활짝 열어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재계가 과잉 입법이니 수위를 낮춰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는데 집권 여당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동안 국내에서 이공계 대학원에 대한 실태 파악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만성적인 이공계 대학원 진학 인력 부족, 학생 연구자들의 열악한 처우 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기본 실태조차 알 수 없으니 해결책이 나올 리 만무하기만 하던 배경이다.

미국은 이미 70여년 전부터 과학기술분야 대학원총조사(GSS), 학부 졸업자 추적조사(NSCG), 박사추적조사(SDR) 등 시행으로 방대한 통계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이는 곧 과학기술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바탕이 됐을 것을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도 이를 본격 활용해야 할 것이다. 

주력산업 제도정비 전력 쏟아야

“이대로 가면 현재 한국이 주도하는 산업들이 순식간에 따라잡힐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 주력 산업의 인력 엑소더스를 막기 위해 핵심 인재를 파격적으로 우대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더 나아가 급여 수준, 인프라, 업무 환경 등을 혁신적으로 개선해 특급 인재가 와서 일하고 싶은 ‘매력 국가’로 거듭나게 하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최근 '기업이 바라는 산업기술혁신정책 건의안'을 마련해 국회와 관련 정부부처, 정책입안자 등에 전달한 것은 그런 맥락의 움직임이다. 

건의안의 주요 내용은 정체된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인재 확보 시스템 △글로벌 수준으로의 제도 정비 △민간 중심의 국가기술혁신 파트너십 △활력 넘치는 산업기술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기업이 제안하는 구체적 대안, 이른바 실행방안도 담았다.

정부는 국정원·검찰 등 수사 당국과 기업 간 공조 시스템을 만드는 등 기술·인재 유출 방지를 위한 종합 보안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해 엄중한 처벌도 필요하다. 산업기술보호법상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최고 형량은 ‘3년 이상 유기징역’이지만 법원의 실제 양형 기준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 실형 선고를 받는 경우도 2017~2019년 기술 유출 사건 중 3건에 불과했다. 

기술전쟁, 전문인력 수준이 관건

기술전쟁은 결국 전문 인력의 문제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 디지털전환(DX)을 통한 국가 대전환의 핵심은 우수한 이공계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이공계 대학원 실태조사가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현황을 제대로 알아야 현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등 꼼꼼한 정책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비해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대로 이공계 대학원 실태를 파악하고 자료를 축적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미래차로 넘어가면 인력 상황은 달라진다. 자동차연에서 조사한 자동차 부품 산업 인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미래차 분야 육성의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전문 인력 부족(21.0%)을 꼽았다. 기술 경쟁력도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사람을 준비하는 게 결국 미래를 위한 투자다.

이미 주요 나라는 인력 양성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은 2019년 기준 친환경차 인력이 25만명, 차량용 SW 인력이 2만3000명에 달했다. 독일은 자동차 산업 엔지니어가 12만6000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국내는 2018년 기준이지만 친환경차 인력은 4만2000명이었다. 연구개발(R&D)·설계·디자인·시험평가 인력은 2만1000명, SW 인력은 1000명에 각각 그쳤다. 

종합 인력 양성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더 뒤처질 수 있다. 미래차 시장 준비는 전문 인력을 길러 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과학기술과 ‘부국강병’의 길

정치가 기업 발목을 잡는다는 말을 듣기 싫으면 반기업 과잉 규제를 풀어 기업할 수 있는 자유를 주면 된다. 그래야 나라가 발전하고 국부도 커진다. 우리 기업이 혁신을 거듭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발목을 잡아선 안 될 일이다.

세계경제 질서는 정보화, 첨단화의 물결속으로 급속히 재편되어 나가고 있다. '기술'만이 살길이다. 우리는 지금 어디쯤 서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나라 정치권과 정부를 포함하여, 지도층 전체의 심각한 자기 성찰이 요구되는 '시대(時代)'라 아니 할 수 없다. 

탈원전 등 이념에 갇힌 정책을 폐기하고 과학기술로 무장하면서 교육 개혁을 통해 인재를 키워내야 ‘부국강병’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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