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투자금,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쓰여"…넷플·디즈니 등 견제
충성도 낮은 고객층 잡아야…K-OTT “K-콘텐츠 투자만이 살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코로나19에 따른 ‘집콕’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글로벌 OTT 업체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한 K-OTT(웨이브·왓챠·티빙·시즌 등)의 몸집 부풀리기가 시작됐다. 최근 KT의 ‘국내 최대 규모 투자’에 맞물려 SK텔레콤 자회사 웨이브도 ‘1조 원 투자’를 선언하면서, 다수 OTT 업체들이 K-오리지널 콘텐츠 경쟁 국면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온다.
KT “최대 규모 투자” 언급에… SKT “3000억 받고 1조”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웨이브 대주주인 SK텔레콤은 이사회를 통해 1000억 원 추가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기존 확보된 자금과 향후 투자금, 콘텐츠 수익 재투자 등을 통해 70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앞서 웨이브 측은 오는 2023년까지 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웨이브의 ‘1조 원 선언’은 지금까지 발표된 한국 OTT 업계 최대 투자 규모다. 최근 KT의 OTT 광폭 행보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KT는 이달 말 콘텐츠·미디어 자회사 스튜디오지니를 출범시키면서 “구체적인 (투자금) 액수는 밝히기 어렵지만, 2023년 기준으로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 중 가장 높은 금액일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당시 업계에서는 티빙의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5000억 원대 후반으로 추정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당시 “다른 미디어 제작사의 투자규모가 3000억~5000억 원 정도인데 적어도 다른 국내 사업자보다 많지 않겠느냐”며 “오리지널 타이틀 100개 정도에, 각각 50억~500억 원의 투자 규모”라고 설명한 바 있다.
넷플릭스·애플TV·디즈니 '현지 맞춤형 전략'에…K-OTT '맞불'
웨이브 투자액 1조 원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주로 쓰일 것으로 분석된다. 웨이브 관계자는 “세부적인 투자 계획안은 대외비”라면서도 “OTT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게 콘텐츠인 만큼, 투자받은 금액은 대부분 오리지널 콘텐츠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T·웨이브 등 K-OTT 업체들이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는 까닭은 넷플릭스·디즈니 등 글로벌 업계의 ‘K-오리지널’ 확대 때문이다. 해외 OTT 업체들의 한국 현지화 전략에 맞서, 국내 OTT 업계가 생존을 위해 적극적인 맞불 작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자체 방송을 통해 한국 콘텐츠 제작에 약 55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라인업에는 △킹덤: 아신전(전지현 출연) △오징어 게임(이정재 출연) △지옥(유아인 출연) △고요의 바다(공유 출연) 등 인기 블록버스터 작품이 포함됐다.
올해 하반기 내 한국 진출을 선언한 디즈니플러스도 ‘너와 나의 경찰 수업’ 등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를 방송한다는 방침이다. 애플TV플러스 또한 드라마 ‘파친코’(윤여정·이민호 출연)와 영화 ‘닥터 브레인’(김지운 감독·이선균 출연) 공개를 앞두고 있다.
웨이브 관계자는 “OTT 가입자들은 계약에 묶여 있는 IPTV와 다르게 이탈이 쉽다는 게 특징”이라면서 “장기 고객이 아니다보니 콘텐츠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면 바로 해지 신청을 하거나 다른 OTT를 동시에 계약한다. 결국 킬링 콘텐츠가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업계 관계자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은 최소 몇 억씩 요구되기 때문에 사측에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지만, 그만큼 이용자들의 목적 의식에 부합하는 결과물”이라면서 “유료 가입자 동향을 파악했을 때, 특정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기 위해 가입하는 유료 이용자들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내 OTT 티빙과 카카오TV도 오는 2023년까지 각각 4000억 원, 3000억 원 투자를 예고한 바 있다. 왓챠는 지난해 36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쿠팡도 쿠팡플레이에 1000억 원의 투자를 계획 중에 있어 K-오리지널 콘텐츠 대결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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