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증권사 ‘핑크빛 전망’ 다른 양상…‘코로나19’ 재확산 등에 부진
좁은 횡보 흐름 이어질것…달러 강세, 기관 수급 현황 ‘부정적’ 작용
“악재, 오히려 정부 경기부양책 기대 높일 것…주식시장 우려 완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누가 알았을까"
최근 주식시장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2020년, 2000선에 머물던 코스피는 코로나19의 여파로 1400선까지 떨어졌다가 3000선 부근까지 떠올랐고, 개인 투자자들의 '동학개미운동'은 국내주식을 넘어 해외까지 번졌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는 상승을 견인했으며, 시가총액(코스피+코스닥)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를 바탕으로 한 증시 '활황'은 계속될까. 아니면, 거품처럼 꺼질까.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지난 2주간 수급별 동향을 살펴보고 전문가 전망을 모아 의미있는 기록(記錄)을 만들고자 한다. <편집자 주>
코스피가 연기금을 필두로 한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의 영향으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연초 최대 3500선까지 전망됐던 지수는 석달간 계속해서 3000선을 위협받고 있는 상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최근 3000선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지난 10일 이후 2거래일 연속 상승세였지만 이내 하락장으로 바뀌며 23일 3004.74(마감가 기준)까지 내려갔다. 다음날인 24일에는 2996.35에 장을 마쳤다. 올해 들어 9번째 3000선이 깨진 날이었다.
각 수급별 상황을 살펴보면, 3월 초반 이어졌던 기관·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는 중반을 지나 후반에도 계속됐다. 기관 투자자의 경우, 지난 19일부터 5거래일 연속으로 2조 1374억 원의 주식을 팔았다. 이중 연기금은 절반 가량인 1조 1888억 원을 순매도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도 2조 1646억 원의 매도세를 더했다.
현재까지 부진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제기됐던 증권사들의 '핑크빛 전망'과 다른 양상이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2021년을 전망하면서 코스피의 상단을 3000포인트 이상으로 열어놨다. 최소 3100선에서 최대 3500선까지 내다보는 곳도 있었다. 버블 논란이 있었지만, 경기 개선과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지수를 끌어올릴 것으로 봤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감은 '변이'의 출현과 재확산의 반복으로 무뎌졌고, 개인 투자자의 풍부했던 유동성은 상대적으로 힘이 빠졌다. 여기에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 상승과 중국 등 시장 외부 리스크들이 증시 상승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판단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좁은 박스권 등락이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가 다시 1.6%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달러 강세, 기관 수급 현황이 계속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지수를 누르는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횡보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봤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 수급환경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외국인 수급환경은 견조한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 부담 완화, 달러 강세 속도 조절로 점차 개선될 것"이라며 "한국 증시의 연초대비 12개월 선행 EPS(주당순이익)증가율은 MSCI지수 대비 9.1%로, 이익 개선 속도는 백신 접종이 상당히 진행돼 경제 재개 기대감이 높아진 미국·영국과 비슷하거나 더 높다"고 전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호재는 오히려 완화적 정책의 지속성에 대해 의구심을 키우는 요인이며, 악재는 정부 완화적 정책의 신뢰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최근 주식시장에 코로나19 재확산, 미국 무역분쟁 재점화 우려 등 악재가 부상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여전히 필요하며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공산"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악재가 주식시장의 우려를 완화하며 좁은 박스권 내 등락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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