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러일전쟁과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스크롤 이동 상태바
[역사로 보는 정치] 러일전쟁과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1.03.21 1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전투구에 빠진 보수야권 탐욕의 결과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주적도 모르고 이전투구에 빠진 보수야권의 탐욕의 결과가 궁금하다. 사진제공=뉴시스
주적도 모르고 이전투구에 빠진 보수야권의 탐욕의 결과가 궁금하다. ⓒ뉴시스

러일전쟁은 아시아의 소국 일본이 유럽의 강대국 러시아를 격침시킨 대이변이다. 일본으로선 전 세계에 신흥 강국으로 인정받는 쾌거였고, 러시아는 제대로 망신을 당했고 망국의 길로 들어선 참변이었다. 안타깝게도 한민족도 일본의 보호국으로 전락하게 된 비극이다.

병법에 선승구전(先勝求戰)이라고 했다. 이미 승리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 놓고 전쟁을 구한다는 뜻이다. 일본은 이 원칙을 정확히 지켰고, 이를 승전으로 실현했다. 

일본은 앞서 청일전쟁에서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당시 일본은 아시아의 병든 돼지로 전락한 청나라를 철저히 유린하며 파죽지세로 요동반도를 점령했다. 일본의 승전요인에는 해군의 역할이 지대했다.

일본 해군은 전쟁 초기 풍도해전에서 청 수군을 격파한 데 이어 압록강 인근에서 펼쳐진 황해해전에서 청이 자랑하는 북양함대를 궤멸시켰다. 일본은 미국 페리제독의 함대에 의해 강제로 개항했던 비참한 과거를 잊지 않았고, 해군 육성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가 청일전쟁의 압승이다.

하지만 ‘죽 써서 개준다’고 기껏 청을 물리치고 요동반도를 점령했으나, 러시아가 독일, 프랑스를 꾀어서 일본을 협박해 강제로 반환시켰다. 역사는 이 사건을 ‘삼국간섭’이라고 기억한다.

이에 일본은 자칫 러시아에게 조선마저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또한 외교력 부재와 국력이 약하면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굴욕을 당할 수 있다는 현실도 피부로 느꼈다.

조선도 러시아의 위력을 지켜보면서 친러내각을 구성했다. 결국 일본은 친러파의 거두인 민비를 시해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고종은 오히려 ‘아관파천’을 일으키며 아예 러시아에 의탁했다.

일본은 러시아를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현실 판단 아래 일전을 준비했다. 일단 국제정세를 면밀히 살폈다. 당시 세계 최강 영국은 러시아의 남진정책을 원치 않았다. 러시아가 태평양에서 부동항을 확보할 경우, 중국과 동남아에서 영국의 이익이 침해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함대가 태평양에 진출하면 식민지 필리핀이 위협받을 수 있었다.

‘적의 적은 아군이 될 수 있다.’ 일본의 판단은 정확했다.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선 영국과 미국과 손을 잡기로 했다. 전쟁은 자금력이 승패를 좌우한다는 인식아래 영국과 미국에게 전쟁자금을 융통했다. 미영도 일본에게 차관을 제공해 금전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고, 만약 일본이 승리를 한다면 손 안대고 코 푼 격이라서 좋았다. 일본도 제2의 삼국간섭을 차단할 수 있었다.

1904년 일본함대는 청나라 뤼순항에 주둔한 러시아 함대를 기습공격했다. 이는 러시아 육군과 해군의 연합작전을 방해하고 서해에서의 제해권을 확보하기 위한 치밀한 작전이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러시아는 북유럽에 주둔한 발틱함대를 급파했으나 일본의 동맹 영국은 발틱함대의 수에즈 운하 통과를 불허했다. 덕분에 발틱함대는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양을 거치는 7개월간의 대장정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운명의 신은 러시아 편이 아니었다. 도고 제독의 일본 연합함대는 대한해협에서 오랜 항해로 지칠대로 지친 발틱함대를 전멸시켰다. 근대 일본이 공을 들여 육성한 해군력이 비로소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일본은 승전이 뚜렷해지자 제2차 영일동맹과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어 反러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러시아도 국내 정국이 혼란에 빠진 상황이라서 더 이상 전쟁을 지속할 수 없었다. 결국 북극곰 러시아는 아시아의 변방 일본에게 무릎을 꿇었다. 조선도 이제 나라가 아닌 비참한 신세로 전락했다.

일본의 러일전쟁 승전 요인은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싸워야할 주적, 즉 러시아를 명확히 규정했고, 냉철한 국제 정세로 영국과 미국을 우군으로 확실히 포섭했다. 또한 비장의 무기 해군을 주력으로 삼아 바다에서 침략해오는 적을 바다에서 격멸했다. 일본은 자신과 적의 강약점을 정확히 파악해 전쟁을 준비했고, 이를 실행해 승전국이 됐다.
 
보수 야권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진흙탕싸움에 빠져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놓고 아름다운 단일화를 운운하더니 후보 등록을 마치고서야 단일화 원칙에 합의를 봤다.

이들은 겉으로는 정권교체를 위해 반드시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자신만이 후보가 돼야한다는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협상 과정을 보면 주적이 여권인지, 단일화 상대인지 알 수 없다. 특히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진정 단일화를 원하는지 속내를 알 수 없는 언행을 일삼고 있다.

아울러 절대 우군이 돼야 할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자기네들이 결정하면 무조건 따라오라는 오만방자한 행각을 펼치고 있다.

보수 야권은 일본이 섬나라라는 특성을 고려해 공들여 육성한 해군처럼 비장의 무기도 없다. 지난 박근혜 정권 당시 야권처럼 문재인 정권 실정의 반사이익에 기대 ‘넝쿨쨰 얻어 굴러온 승리’에 목을 매는 모습이다. 

이순신 장군은 죽어서 사는 길을 선택해 우리 역사 속에 영원히 살아 있다. 보수 야권은 승리를 장담할 수도 없는데 ‘살 수 있다’는 허튼 자만감으로 일시적으로 사는 길을 선택한다면 역사에서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는 교훈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