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진영 기자]
아니다. 한국은 여전히 여성에 대한 고정적인 성역할이 강요되는, 남녀 성별 구분이 지배적인 사회다
최근 동아제약의 성차별 면접 논란이 불거졌다. 면접에서 "여자는 군대 가지 않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군대에 갈 생각이 있느냐" 등 성차별적 질문을 던진 것. 여성 이슈에 민감한 2021년 현재, 이런 상황이 알려지니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불매운동까지 번지는 등 상황이 심각해졌다. 이에 동아제약은 긴급 사과문을 내고, 인사책임자에게 해임, 정직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동아제약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차별적인 채용 문제는 한국 사회 도처에 만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국내 은행이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합격자 남녀 성비를 3대1로 인위적으로 조정하거나, 남성지원자의 서류 점수를 높이는 등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의혹 사례가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해당 은행장들이 재판까지 받게 됐다. 불과 3년전의 일이다.
이후 채용 성차별 문제가 개선됐을까? 대답은 '알수없다' 이다. 관련 문제가 불거진 은행들이 최근 3년동안 여성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난 정규직 채용성비 현황을 공개했으나, 최종 합격자 통계만으로는 이를 판단하기 어렵다. 지원자 성비 통계나 직군별 현황 등을 구체적으로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 일부에서는 필수적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기에 상황이 나아졌는지 논의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회사에 들어가서도 문제다. 직장 내 유리천장은 여성에게 여전히 견고하다. 남녀 채용비중이 비슷하더라도, 위로 올라갈수록 남성 비중이 확연하게 높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2019년 기준 국내 상장기업 중 여성 CEO 비중은 불과 3.6%였다. 전체 임원 중 여성임원의 비중도 4.5%에 그쳤다. 또 최근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등기임원 구성을 살펴보니, 여성 비율이 6.4%에 불과했다. 일부 금융지주나 지방은행의 경우 여성이사가 한명도 없는 곳도 있었다. 중요한 결정을 하는 자리에 여성의 수가 현저히 부족하기에 직장 내 성차별 문제 개선이 더딜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혹자는 반문한다. 여자들이 이전보다는 살기 좋아졌지 않냐고. 이는 여성들이 전보다 나아진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과하게 불만과 불평을 늘어놓는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이전과 비교하면 답이 없다. 비교대상을 잘못된 과거에 두는 것이 문제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무시가 당연시되던 사회와 여성으로서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해서 얻은 사회를 두고,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 자체에 어폐가 있다. 이전에는 기본적인 인권조차 유린되던 '잘못된' 사회였고, 현재는 여성으로서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겠다고 투쟁하는 '역사의 길목'에 서있는 상황이다. 더 좋아졌다, 나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금 현재 2021년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에게 묻고 싶다. 현재의 한국이 여성들이 살기 좋은 사회인가요? 늦은 밤 혼자 귀가할 때, 이젠 더이상 무섭거나 두려움에 떨지 않는지. 이제는 직장 내에서 남성과 동등하게 능력으로 인정받고 있는지. 어디서든 더이상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차별적인 발언을 듣지 않는지. 여성으로서의 성역할을 강요받지 않고 젠더프리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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