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변창흠표 공공주도 정비사업, 유리한 고지 오른 중흥…변수는 부실·하자 이미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중흥건설그룹이 문재인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중견 업체임에도 대형 건설사급 대관 역량을 갖춰 정부·공공기관 관계자들과 긴밀하고 원활한 소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의 장남 정원주 부회장은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제14대 중앙회장으로 선출됐다. 2020년 초 공석이었던 회장직을 맡은 데 이어 연임에 성공한 것이다. 정 부회장은 200억 원대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징역 3년·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력이 있기에 첫 회장 취임 당시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와 맞지 않는 인사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집행유예가 만료된 만큼, 이번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는 새마을운동중앙회, 한국자유총연맹 등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변단체로 불린다. 일반 시민단체와는 달리 조직육성법의 보호를 받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정부 지원금 또는 보조금 방식으로 예산을 지원받는다. 때문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한다. 실제로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는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탄핵 반대 집회에 앞장서 관제데모를 벌여 극우단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에는 180도 바뀌어 코로나19 극복 성금을 각 지자체에 전달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앞서 2019년 5월 중흥건설그룹은 700억 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해 <헤럴드경제>, <코리아헤럴드>를 발간하는 헤럴드 지분 47.78%를 매입, 헤럴드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중앙 언론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 대형·중견 건설사 대부분은 언론사 인수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기업 홍보 효과는 물론, 수주를 비롯해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직간접적인 압력 행사가 가능하고, 기자들을 일종의 로비스트로 이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관 역량의 제고다.
실제로 2019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정원주 부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확정했지만 끝내 정 부회장의 얼굴은 국감장에서 보이지 않았다. 장세면 당시 중흥토건 대표가 대신 출석한 것이다. 정 부회장의 증인 출석을 요구한 의원실에서 '감사가 필요한 사업장이 알고 보니 중흥건설이 아니라 중흥토건이었다'고 설명하긴 했지만, 국회 내에서는 중흥건설그룹 대관팀이 움직인 결과로 해석하는 시선이 우세했다. 또한 중흥건설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이후 <헤럴드경제>는 과거 중흥건설그룹에 비우호적으로 작성된 기사를 수정하기도 했다.
아울러 공교롭게도 중흥건설그룹은 헤럴드를 품은 데 이어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와 인연을 맺은 직후인 2020년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들과 함께 정비사업 수주 1조 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정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중흥토건이 전국 각지에서 택지개발과 도시정비사업을 활발하게 펼치면서 얻은 성과다. 특히 중흥토건은 천호1구역 재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인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의 스킨십을 확대하기도 했다. 해당 사업은 공사계약을 체결할 때부터 정 부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가며 살뜰히 챙긴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또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으로 있을 당시 이뤄진 사업이어서 '변창흠표 공공재개발'의 표본으로도 불린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올해에도 중흥건설그룹이 '언관'(言官) 영향력을 앞세워 좋은 실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2·4 공급대책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대대적인 공공주도 정비사업을 본격 예고한 상황이다. 대관 역량을 갖춘 중흥건설그룹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운동장이 형성된 셈이다.
중흥건설그룹도 2021년 서울·수도권 지역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수도권 공공재개발 관련 TF를 조직했다는 말도 들린다. 이는 오너일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은 재계 순위 20위권 명단에 중흥건설그룹의 이름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서울·수도권 지역 인지도 제고는 그 포석으로 풀이된다.
변수는 브랜드 이미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흥건설은 전남 순천 해룡면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신대지구 일대에 수년에 걸쳐 8700여 세대가 넘는 '중흥S-클래스' 단지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아파트 부실시공·하자의 대명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자보수 접수만 18만 건으로 집계됐다. 때문에 정치권과 지역 주민들은 중흥건설그룹을 선월지구 택지개발사업자로 선정하면 안 된다며 사업자 지정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부실 이미지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눈치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은 2018년 하반기~2020년 상반기 각각 0.84점, 0.52점의 누계평균 부실벌점을 받았다. 1위인 서희건설(0.84점)에 이어 두 번째, 세 번째로 부실벌점이 높은 실정이다. 최근에도 경기 고양, 수원, 남양주, 강원 원주, 세종, 대구, 김해 등 전국 각지에서 하자보수 문제로 잡음이 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주도 정비사업은 아무래도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게다가 정부가 빠른 공급을 약속한 상황이기 때문에 막판 날림 공사 우려가 있다. 또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시행하는 단지는 부실시공·하자가 많다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평소 부실시공이나 하자로 말썽이 많았던 업체들이 보이지 않는 불이익이나 페널티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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