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주식 담보로 증권사에 대금 대출…반대매매, 19년 대비 80.7%↑
금융당국, 대출금리 개선안 발표…증권사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 계속
‘빚내서 투자’, 당분간 이어질 듯…증시 변동성 잔존, “손실 위험 여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2020년 국내 증시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베팅은 상반기 증시를 떠받쳤고, 떠나갔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귀환은 힘을 잃은 증시를 하반기까지 견인하는 동력이 됐다. 이에 코로나19로 롤러코스터급 등락을 지속했던 코스피·코스닥은 어느새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 결과, 주식시장엔 유례없는 유동성이 몰리며 증권업계는 호황을 이뤘다.
하지만 좋은 일 뿐이었을까. 유동성으로 쌓은 증시에 대한 불안이 시작됐고, '빚투'도 계속 늘어 개인투자자들의 재무건전성은 위협받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경제와 실물경제 간 '틈'도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흘러 들어온 '돈'은 냇물이 돼 다시 흐르게 될까. 아니면 웅덩이로 썩게 될까. 어느 때보다 내년 증시에 대한 관심이 더해지고 있다. <편집자 주>
올해 '빚투'는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과 함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4일 19조 원을 돌파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주식을 매수할 때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등을 담보로 맡기고 증권사로부터 일부 대금을 대출받는 거래 형태를 뜻한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주식시장으로 유동성이 몰리면서 부족한 자금을 대출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실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고 있었던 지난 4월부터 꾸준히 늘기 시작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저가매수 행진과 함께 폭증한 것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4월 평균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7조 9597억 원을 기록한 이래, 5월에는 이보다 25.6% 증가한 9조9992억 원을 나타냈다.
이후 6월부터 평균 10조 원을 돌파하더니, 4분기가 시작된 지난 10월에는 평균 17조196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후 지난 18일 19조4238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 2일부터 이달 21일까지 110.6% 증가한 것이다. 이는 1.5% 감소했던 지난해 연간 증감율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올해 전개됐던 개인투자자들의 '동학개미운동'과 함께 신용거래융자도 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시장 안팎 관계자들은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신용거래가 갖는 위험성 때문인데, 전술했듯 투자자의 계좌 가치가 증권사가 정한 담보유지비율에 미치지 않을 경우 추가 담보금을 지급할 수 있으며, 만약 미납될 경우 증권사가 임의로 담보 주식을 임의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올해 반대매매 규모는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은 3조7883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2조967억 원보다 80.7% 높아진 것으로, 최근 몇년간 꾸준히 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위탁매매 미수금에서 반대매매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만 30세 미만의 청년층의 신용거래가 늘어났는데, 지난 10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9월 기준 모든 연령층의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확대됐으며, 특히 30세 미만 청년층의 증가율이 지난해 말과 비교해 162.5%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체 연령층의 평균 89.1%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금융기관 대출 등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하는 경우,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 등으로 손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며 "대출 등을 이용한 투자는 개인의 상환 능력, 다른 지출 계획 등을 고려해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신중히 결정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빚투'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고, 반대매매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맞물려, 올 한해 증권사들은 신용거래를 중단하고 재개하는 것을 수차례 반복해왔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늘면서 자금을 빌려줄 수 있는 증권사의 잔액도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동시에, 증권사 이자율 논란도 등장했다. 9~10%(91~120일 기준)가 넘는 높은 이자율에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게 쟁점인데, 여기에 신용융자 이자율을 결정하는 조달금리 산정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더해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10월 개선안을 제시했고, 증권사들은 잇따라 신용융자 이자율을 낮췄다.
금융당국의 개선안은 크게 △대출금리 산정 적시성 제고 △대출금리 정보제공 확대 △증권담보대출 대출금리 산정기준 마련 등으로 나뉜다. 특히 조달금리를 증권사가 자체 선정한 기준금리로 변경해 매월 재산정하고, 가산금리도 원칙적으로 매월 재산정해 대출금리에 반영한다는게 주요 골자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내년 1분기부터 새로운 대출금리 산정 방식이 실제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개선안과 별개로, 투자자들의 '빚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코스피·코스닥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돈 벌 곳은 주식 밖에 없다"는 인식이 신규·기존 투자자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두고 시장 안팎의 관계자들은 신용거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변종 코로나19 등 증시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어 언제든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급격히 늘던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18년(미·중 무역분쟁)과 올해 1~2월(코로나19)을 비교해보면, 투자자들은 부채를 통한 주식 매수를 늘리며 악재에 민감한 경향이었다"면서 "주식시장의 상승 추세가 약세로 반전되거나 충분히 상승하지 못하면 재차 매도 압력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도 같은달 보고서를 통해 "신용융자매수세는 개인투자자 금액의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6월 당시 기준)"면서 "개인투자자의 차입자본 건전성이 다소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신용거래가 늘어난 주식은 그만큼 변동성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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