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한 한미동맹으로 북핵 해결해야
대북정책 전면 재검토 불가피
외교 패러다임 전환 시급
美中 갈등·보호무역 대응 긴요
'바이드노믹스'…한국경제 기회와 위기
더 세질 통상파고, 기술 초격차가 살 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우여곡절 끝에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바이든 시대'의 미국은 대외 전략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의 두 축은 한반도 외교·안보 정책과 경제ㆍ통상 정책이다.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정책이 바뀌면 한반도 정세에 격랑을 몰고 오게 된다. 큰 변화의 바람이 불게 된다.
바이든 시대 미국의 대외 정책은 이제, 동맹을 중시하는 전통 노선으로 복귀할 전망이다. 우리는 이에 맞춰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미·중 갈등 국면에서 초미의 현안인 대(對)중국 교역문제 등 주요 과제도 국익 손상없이 다뤄 나가야만 한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 들어 친중·친북 기조가 뚜렷함에 따라 한·미 동맹의 균열 또는 약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 만큼 한국은 바이든 시대를 맞아 그동안 훼손됐던 동맹가치를 복원하고 새로운 동맹관계 구축의 전기(轉機)가 될 수 있도록 정책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우리의 선제적 소통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미국의 새 행정부와 첫 단추를 잘 끼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정은 정통성, 한·미 동맹위기 초래" 비판론
바이든 시대의 개막은 대북한 정책의 전면적 재검토를 함축한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강력한 대북 제재를 펴는 전통적인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식의 하향식, 일괄 타결식이 아니라 충분한 실무협상을 거치는 단계적 해결 방식을 택할 공산이 크고, 동맹과의 공동 대응, 중국을 통한 압박 강화 같은 다자적 접근으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전통적 접근법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 차례의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을 성과로 포장한데 대해 바이든 당선인은 매우 비판적이다. 바이든 당선자는 이미 그런 회담들이 북한 정권에 정당성만 부여하고, 정작 북핵 폐기는커녕 검증단도 보내지 못했다는 등으로 강력히 비판했다. 트럼프의 협상이 결국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며 김정은 정권에 정통성을 부여한 것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바이든은 한국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했으나, 그 실패를 보며 대북 강경 자세로 돌아선 바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36년의 상원의원과 8년의 부통령 경력이 말해주듯 최고의 외교·안보 전문가로서, 이 분야에 관한 한 미 역사상 가장 준비가 잘 된 사람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대북·안보·외교 정책 리셋 여건
특히 그는 최근 한 언론 기고문에서 한미동맹을 '피로 맺어진 동맹'이라고 표현했다. 또 한국을 '한강의 기적', '민주주의와 경제 강국의 모범'이라고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른 시각이다. 실제로 트럼프-김정은 쇼 결과 확인된 것은 김정은의 비핵화 거부일 뿐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훈련을 중단했다. 미·북 회담으로 오히려 동맹 위기만 깊어진 형국이다.
이와 관련, 바이든 당선인은 최근 “핵능력 축소에 동의한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국제 쇼’로 소비해 버리고 평화 구축에는 아무 진전이 없었음을 감안하면 오히려 바이든 당선인의 접근이 진지하다고도 할 수 있다.
실질적 성과 없이 끝난 트럼프의 협상에 의존했던 문재인정부의 접근 방식에 근본적인 리셋이 필요한 이유다. 진척이 전혀 없는 북한 핵 폐기, 흔들리는 한·미 동맹 등 문제가 산적한 문 대통령의 대북·안보·외교 정책에 대한 리셋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냉철한 판단과 정책 수정 절실
따라서, 이제 미국 바이든 새 행정부의 북한 다루기만큼 눈길이 가는 사안은 없을 것이다. 그 철학과 접근법이 결국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한미공조, 한반도 평화정착, 북미관계 개선 정도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바이든 시대는 문 대통령에게 대북·안보·외교 정책을 원점부터 점검해 수정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강경한 대북관을 갖고 있고, 정상끼리 담판보다는 비핵화 원칙에 입각한 실무협상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부응 못 하면 국익은 물론 국가 안전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문 대통령의 냉철한 판단과 정책 수정이 절실하다.
현재 한반도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은 훨씬 더 진전됐고, 미ㆍ중의 패권 다툼이 격화하면서 한반도 평화의 골든타임도 시시각각 줄어들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멈춰 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가능성과 이를 위한 한미공조 및 북미관계 진전 여부가 아닐 수 없다. 지난 성과를 토대로 평화프로세스를 한층 더 진전시켜 나갈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시스템 변화를 염두에 둔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새 경제블록 시도할 경우 한국 함정
이제, 바이든의 당선으로 한반도 정세는 다시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바이든 당선자가 일방주의보다는 상호주의, 고립보다는 개입을 천명한 만큼 미국의 새 행정부는 곧장 아시아ㆍ유럽 등에서 동맹을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을 복원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시대’는 미국의 대외 정책과 한반도 정책에 선제적,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준비를 서두를 때다.
한국은 동맹의 역할을 기대하는 미국과 주요 무역상대국으로서의 중국 사이에서 선택의 갈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한·중 교역관계도 트럼프 시대와는 다른 접근법이 요구된다.
큰 어려움은 바이든 후보가 중국을 포위, 배제하는 경제블록이나 협정을 시도할 경우 한국에 닥칠 수 있다. 이번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식으로 빠져나가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능동적이고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통적 동맹 가치 복원
바이든 시대의 개막은 지난 4년간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정책 대부분을 이전 상태로 되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노골적인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폐기되고 전통적 동맹의 가치가 복원될 것으로 점쳐진다.
트럼프 시대 미국은 자유 세계의 리더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 주도로 구축된 다자간 협력 체제는 뿌리째 흔들렸다. 미국 스스로 유엔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반을 흔들었다. 미·중 무역전쟁은 격화하고 한미동맹은 이완됐다. 그럴수록 우리의 안보와 경제는 불안에 휩싸였다.
‘미국 우선’을 외치며 일방주의로 달린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차기 행정부는 중국 견제의 고삐를 놓지 않으면서도 동맹 협력과 미국 주도의 다자무역 회복을 중시할 것이라는게 지배적 관측이다.
바이든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대해 보수·진보 차이를 넘어 세계가 환영하는 것은, 초강대국 미국의 대외 정책이 정상화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외교와 통상정책을 한 묶음으로
한국 역시 상호방위조약을 근거로 한 안보동맹 측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중심으로 한 경제동맹을 한 단계 도약시킬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된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보다 더 동맹의 ‘자격’을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구호 아래 통상을 통한 이익을 추구하는데 몰입했다면 바이든 당선인은 외교와 통상정책을 한 묶음으로 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비즈니스맨이고, 바이든 당선인은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외교 전문가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정권 교체에 따른 안보 불안에 대처키 위해서는 바이든 캠프와의 접촉을 늘릴 필요가 있다.
문 정부는 바이든 측과 제대로 된 인적 네트워크도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국가안보실 1·2차장, 외교부 장·차관, 국립외교원장은 바이든 진영 핵심 인사들과 안면조차 없다고 한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바이든 당선인 및 핵심 측근 인맥을 꿰고 있다. 외교 재앙을 더 키우기 전에 정책도, 인사도 바로잡아야 한다. 여야의 경쟁도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일탈하지 않기 바란다.
주한미군 전력도 이번 바이든 당선을 계기로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기대된다. 방위비 분담, 전시작전권 반환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때다.
바이든 당선인의 경제정책 즉 ‘바이드노믹스’의 축은 다자무역 체제 복귀와 중산층 복원, 친환경 정책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긍정적 요인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통상 공세의 강도는 훨씬 세질 수 있음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제조업 부활을 위한 통상 공세는 더 정밀해지고 국제 기구를 통한 제재 조치도 늘어날 수 있다.
바이든 팀과의 정책 조율 서둘러야
바이든 시대는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되 국제 규범과 질서를 준수하는 방향으로 대외 관계를 이끌 가능성이 크다.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핵무기 개발 완료를 선언한 북한은 이미 미국이 인내할 수준을 넘었고 그 위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북핵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가능성도 다분하다. 그러는 사이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로 모험주의 사이클을 다시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선(先) 비핵화, 후(後) 경제협력’이라는 큰 틀을 유지하되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일 공산이 크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벼랑 끝 전술’로 맞설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이제 메아리 없는 종전선언을 외치는 ‘보여주기식’ 대북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에는 거친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한미 민주당 정부 간 콤비 플레이에 대한 낙관보다 당장 대북정책을 둘러싼 동맹 간 엇박자를 노출하지 않을지 우려가 앞서는 이유다. 정부는 새로운 접근법을 토대로 바이든 인수팀과의 정책 조율을 서둘러야 한다. 그 시작은 앞으로 1년 반 남은 임기 안에 뭐든 이루겠다는 조급증부터 버리는 것이다.
국회와 민간 역할도 중요
바이든 정부의 등장에 따라 그동안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력으로 균열의 위기에 처한 한·미동맹은 신속히 복원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한·미·일 3국 동맹의 역할과 비중이 커지고 북한 핵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이 강조될 수 있어 그간 갈등이 심화한 한·일 관계에서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 재개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 중재자로서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미국의 새 지도부에 우리의 상황과 입장을 설득하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끄는 등 평화중재자의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보텀업 방식에서는 정부뿐 아니라 국회나 민간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상회담으로 일거에 해결하겠다는 조급증은 벗어날 필요가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계적 협상을 대비해야 한다.
항구적 평화 외교력 발휘를
바이든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한·미의 탄탄한 공조 아래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접근법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종전 선언부터 하고 보자는 역주행 구상을 접고,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원칙에 기반한 북핵 폐기를 위해 한·미 공동의 접근법을 도출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대북 제재에 막힌 남북관계 현실을 알리고 제재를 우회하는 남북 교류·협력 의제에 대해서도 숙의하고 공감대를 넓히는 노력이 요구된다. 정부의 공식 채널뿐 아니라 정계, 재계, 학계 등 각계의 미국통 인사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속도 아닐까 싶다. 트럼프는 톱다운 정상외교를 즐겼으나, 바이든은 실무 협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정상외교로 가는 보톰업을 구사한다고 하니 스피드에서 큰 차이가 난다. 우리로서도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평화프로세스가 역진할 수 없게끔 대세를 만드는 것이 현 정부에서 여태껏 이상의 추가적 성과를 급하게 내려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지 모른다.
북한도 미국의 정권 교체기에 위력 과시용이든 관심 끌기용이든 무력 도발로 대화 분위기를 깨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지난 2년간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있는 척', 미국은 '믿는 척'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다 미북 간 '강대강' 대립은 예측 불허다. 북한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고, 되레 한국을 위협하고 조롱했다. 정부는 미국의 새 행정부에 대한 외교력 발휘로 북한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더한층 기울여 나가야 한다.
한·미 동맹 복원 물꼬 터야
지난 3년 반 동안 연합 군사훈련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통일부 장관은 '냉전 동맹'이라고 하는 등 한·미 동맹이 흔들리고 있다. 문 대통령부터 한국의 안보와 번영이 한·미 동맹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 한·미 동맹을 복원하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는 곡예식 외교에서 탈피하는 게 옳다.
동맹의 근본 가치인 '대한민국 방위'를 놓고 균열이 일어나서는 곤란하다.
화급한 것은 파열음을 내고 있는 한미동맹 관계의 정상화다. 양국 동맹 관계는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서도 입장차가 부각됐다. 주한미군 조정도 이뤄질 전망이다.
대표적인 것이 전시작전권 문제다. 한미는 2014년 전작권 전환 조건으로 한국군의 연합작전 능력, 북핵 초기 대응 능력, 한반도 주변 안보 환경 등 세 가지를 고려하기로 합의했다. 6년이 지난 지금 이 세 조건 가운데 어느 하나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즉각 새 행정부의 주요 인사가 될 사람들을 만나 동맹관계 복원의 물꼬를 터야 한다.
북한은 올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핵탄두 2~3개를 한꺼번에 장착할 수 있는 특대형 ICBM을 공개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3년 동안 한미합동훈련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주한 미군 분담금 문제도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미국은 주한 미군의 존재를 비용으로만 접근하는 근시안적인 사고를 버리고 동맹의 기본정신으로 이를 들여다봐야 한다. 우리는 곧 들어서게 될 바이든 정부와 긴밀해 협의해 북핵 문제를 풀어 가야 한다.
'바이든노믹스' 변화 예의주시를
경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보호주의가 쇠퇴하면 한국의 수출 여건은 전보다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의 경제정책, 즉 ‘바이드노믹스’의 핵심은 다자주의 통상질서 복귀와 저탄소 경제 강화이다. 한국에 기회 요인이 많지만 유의해야 할 점도 있는 만큼 세심한 대응이 요구된다.
바이드노믹스의 친환경 에너지 산업 확대 정책은 우리에게 기회이자 위기 요인이다. 수소차, 2차전지, 태양광 등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국내 기업들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협약 복귀를 선언한 바이든 시대에는 탄소배출 규제 등 환경 규제가 이전보다 훨씬 강화될 것이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5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에는 큰 부담이다.
우리는 증세· 친환경투자· 다자무역 복원의 3대 키워드로 대변되는 ‘바이든노믹스’가 가져 올 변화를 예의주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대 관심사는 역시 미국의 다자무역체제 복귀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해온 만큼 글로벌 교역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3조 달러가 넘는 부양책도 공약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 또한 보호주의 성향을 띨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은 ‘미국산 구매(바이 아메리칸)’와 ‘미국 내 제조(메이드 인 아메리카)’ 공약을 내걸었다. 미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자유무역보다 자국 일자리 보호를 강조해왔다. 바이든의 통상정책에 무조건 낙관만 할 상황이 아니다.
역시 통상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기대하긴 어렵다. 안보문제를 내세운 비관세 장벽 등 힘을 바탕으로 한 일방적 태도는 바뀌어도 미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보호무역 기조는 유지될 공산이 크다.
‘바이드노믹스’ 윤곽이 드러난 만큼 문재인 정부는 각계와 협력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신(新)냉전' 미·중 갈등…한·미 공조 중요
다음, 관심의 초점은 중국과의 교역관계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 규범과 규칙을 통해 공감대를 모아 동맹국과 함께 중국 견제에 나설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확실한 동맹으로 여겨지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미·중 간 선택을 한층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중국 같은 나라가 세계 경제 질서를 쓰게(주도하게) 할 수는 없다’며 추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재부상할 것이다. TPP는 2015년 타결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 어쩔 수 없이 일본 주도의 포괄적·점진적 협정(CPTPP)이라는 반쪽 형태로 2018년 12월 발효됐다.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FTA를 핑계로 TPP에 가입하지 않았으나 더 이상 외면하기는 힘들 것이다.
바이든 시대에는 ‘미국 우선, 탈(脫) 중국’ 흐름이 더 강해질 수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3월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미국은 중국에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 중국이 마음대로 한다면 미국과 미국 기업의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계속 털어갈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불공정 행태를 일삼아온 중국을 견제·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또 “불공정한 보조금으로 미국 제조업을 약화시킨 국가들에 맞서겠다”고 강조하고, 임기 중 7000억 달러(약 785조 원)의 재정을 퍼부어 자국산 제품을 구입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공약을 내건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바이든 후보는 올해 2월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에 대한 수출금지 조치에 ‘확고한 지지’를 밝힌 바 있다. ‘신(新)냉전’이라 불리는 미중 갈등이 바이든 시대에도 계속될 것이란 의미다.
과학기술 초격차 확보 전략을
미·중 간 긴장 완화와 북핵 위협 해소가 절실한 우리로서는 어떤 낙관도 해서는 안된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급부상하는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해서는 안된다. 바이든 시대에도 한국은 여전히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경제 총량에서 10년 내 미국을 제칠지도 모를 중국과도 더는 평화로운 관계일 수가 없다. 동맹국과 연합해 더 강한 중국 압박에 나설 것이라는 게 지배적 견해다. 이미 미국 의회는 공화·민주 초당적으로 대중국 공세를 펴고 있다. 애매한 양다리 외교로 버틴 우리에겐 혹독한 시간이 될 수 있다. 더 공고한 한·미 동맹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바이드노믹스’에 직면한 우리도 국정의 중심을 튼튼한 안보와 함께 국익 극대화에 두고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지속되는 미국 우선주의 속에서 살 길은 과학기술 초격차 확보 전략뿐이다. 미국의 통상정책 대전환으로 환경·노동 규제 장벽이 아무리 높아져도 우리 기업들이 경쟁 기업들을 압도할 수 있는 기술력으로 무장하면 능히 이겨낼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더 이상 우리 기업들을 괴롭히지 말고 친시장정책으로 핵심 산업에 생기를 불어넣어야 할 때다.
근거 없는 낙관론 접어야
정부가 기존 대북정책을 고집한다면 바이든 행정부와 갈등이 빚어질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에 북한 인권 문제를 연계하면 문제가 더 꼬일 수 있다. 정부의 냉철한 현실인식이 절실하다.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근거 없는 낙관론을 접어야 한다.
바이든 당선인과의 대화 통로 확대가 절실하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바이든 당선인과 친밀한 대표적 인사다. 사무총장 재임 때 미 부통령이던 그와 자주 왕래하며 친분을 쌓았다. 정몽준 전 의원과 박진, 조태용 등 야당 의원들도 가까운 편으로 알려졌다.
이번 미국 대선을 한국경제 도약을 위한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여야 정파를 떠나 전천후로 인맥을 발굴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국익을 극대화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기존 정책의 틀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사고하는 경제·통상 전문가들을 대거 발탁해 적극적 통상외교에 나서야 한다.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향한 바이든 행정부와 미국의 선택을 한 발 앞서 내다보고 대비하는데 정부와 민간의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외교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