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지난 15일 동반성장포럼이 오랜만에 열렸다. 제69회 포럼이 열린 7월 이후 3개월여 만이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완화되면서 포럼 장소인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본관 2층 마로니에 세미나장은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예전처럼 북적북적하지는 못했다. 가급적 인원을 제한한 터라 사전에 예약한 사람들만 왔다. 마스크 필수 착용, 열 체크, 인적사항 기재를 비롯해 띄엄띄엄 앉기 등 방역 준수가 진행팀 안내 아래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이날 제70회 포럼 강연은 베트남 출신의 루이엔 교수가 맡았다. 국립호찌민 대학에서 한국어학과 학과장 겸 교수로 지내다 지금은 재능기부를 비롯해 전래동화 번역 등 양국의 교육과 문화를 소개하는 일부터 다양한 사회 활동을 통해 베트남과 한국의 동반성장을 잇는 가교 역할에 나서고 있다.
“미래의 베트남 교육부 장관이 될 재목”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소장(전 국무총리 겸 현 KBO총재)이 루이엔 교수에 대해 극찬하며 마이를 넘겼다. 정 소장이 서울대학교 총장일 당시 루이엔 교수는 동대학원 사범대학에서 국어교육학을 배우는 학생이었다. 호찌민 대학에서 한국어학을 배운 뒤 한국으로 온 루이엔 교수는 국어교육과 관련해 서울대에서 석사를, 연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제 고려대에서 공부하면 되겠네요.(웃음)”
자신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중시하는 대한민국 풍토를 풍자하듯 농담을 전하자 좌중에서도 한바탕 웃음이 일었다. 한국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구사했다.
이번 강연의 주제는 ‘이주민으로서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미래’였다. 자신이 어떻게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인지부터 얘기를 풀어갔다.
“한국은 아시아의 용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극을 받게 됐어요. 가난한 나라에서 급성장한 나라가 한국이잖아요. 대단히 놀라운 점이었어요. 베트남은 왜 용이 되지 못했을까. 베트남도 그렇게 될 수 없을까, 답은 우리도 할 수 있다. 베트남 국민들은 똑똑하고 근면하고 성실해요. 잠재력이 커요. 한국을 통해 베트남의 내일을 꿈꾸게 된 거죠.”
베트남-한국, 동반성장 '주목'
하지만 한국에 살면서 부정적인 경험도 적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불안정하고 암울한 뉴스, 돈이 많아도 불행한 모습과 갈등과 분열의 모습 등. 여기에 다문화에 비토적인 시선과 베트남인이라고 하면 무시부터 하고 보는 인종차별도 경험했다. 한국 내 우울증과 자살률이 늘어나는 가운데 다문화 가정에서도 불안감이 높아지는 단면을 접하면서 앞으로 잘 어울려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등등이 고민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얻은 힌트가 절을 짓는 거였다.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에 온 건 90년대 초반이에요. 그런데 5년 전만 해도 힘들면 갈 데가 없었어요. 의지할 곳이 없으니 술 먹고 도박하고 등 나쁜 길로 빠지는 경우도 생겼고요. 연대에서 공부할 당시인데 우연한 기회로 베트남 불자를 만났어요. 베트남은 불교 국가니까 사찰을 만들면 이들이 찾아갈 수 있는 안식처가 되겠구나. 그렇다. 절을 짓자. 그런데 그 큰돈이 어디 있겠어요. 다들 빈손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오직 간절한 마음으로 절을 짓게 해달라며 하루에 백 원, 천원 모아나갔어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겨났는지 모금을 위한 행사도 세 번이나 개최하고….”
처음엔 꿈만 갖고 시작한 일인데 이후 어떻게 됐을까. 루이엔 교수는 준비해온 파워 포인트의 다음 장을 넘겼다. 천안 소재의 멋지게 건축된 사찰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펼쳐졌다.
“와”
강연을 지켜보던 참석자들도 놀랍다는 듯 핸드폰을 들어 사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모금을 한지 5년 만에 10억 정도가 모였고 드디어 저렇게 ‘베트남 절’을 짓게 된 거예요. 우리는 더 큰 꿈을 꾸고 있어요. 교육과 채식 식당, 경영과 투자, 자연법 건강 치료, 정신 치료, 감사의 장소가 어우러진 문화교육센터를 비롯해 숙소와 복지가 있는 베트남 공동체 타운을 조성할 계획이에요.”
또 이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좀 더 행복하게 바꾸는 길이라고 루이엔 교수는 믿고 있다.
“현재는 이주민들이 잠재력이 많음에도 막노동 등에만 투입되는 현실이어서 그 점이 안타까워요. 귀화한 이주민 중 대한민국 성장에 보탬이 되고 양국 간 교류를 높일 인재들이 많음에도 아직까지는 자신의 역량을 맘껏 발휘할 기회가 많지 못한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개선돼 서로 잘 어울리고 잘 정착돼 양국의 주민 모두 평화롭고 행복한 공동체 여건을 열어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주민들의 힘이 보태진 플러스 역량 강화를 통해 20년 뒤 한국은 모범적인 다문화 나라로 성장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곧 이 포럼의 취지인 동반성장 아니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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