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정비사업 규제 완화·분상제 폐지…40대 공략
“주거정책 보편적으로 가야…특정층 표심만 노려 실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21대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정당이 부동산 공약을 앞세워 '산토끼'(비우호적 세력)를 공략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시민사회에서는 특정 유권자층의 표심만을 노린 주거정책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내건 핵심 부동산 공약은 '청년·신혼부부들을 위한 맞춤형 도시 조성'이다.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내 택지개발지구, 유휴부지 등을 활용해 청년과 신혼부부만을 위한 주택 10만 가구(행복주택, 신혼희망타운 등)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상품도 마련한다. 일반 수익공유형 모기지 대비 저금리에 상환기간까지 연장한 청년·신혼부부 전용 수익공유형 모기지 상품을 청년·신혼부부들에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집권여당이 이 같은 공약을 내놓자 현 정권 역시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올해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국민임대·행복주택 신혼특화단지 등 공적임대 물량 5만2000호를 신혼부부들에게 배정한다고 밝혔다. 또한 1~2인용 소형 공공임대 공급에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미래통합당의 이번 총선 부동산 공약은 단순하면서 명료하다. '반문'(反文)이다. 통합당은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3기 신도시 조성 계획 전면 재검토 △공시가격 인상 저지 △2주택자 대출규제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모두 문재인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부동산 정책과 반대되는 내용이다. 정부여당의 역린을 건드리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울 종로에 출마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자신의 경쟁자인 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전셋집인 '경희궁자이' 앞에서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종로 주민들을 힘들게 하는 각종 세금폭탄을 저지하겠다. 양도소득세 등이 늘어나 이사를 가는 것도 힘든 상황이 됐다고 들었다. 정말 나라가 이렇게 가도 되는지 한 말을 잃게 된다. 주민들의 세금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황 대표의 총선 1호 공약이다.
이처럼 거대 양당의 엇갈린 총선 부동산 공약의 배경에는 각 정당별 선거 전략이 깔려있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최근 집값 폭등으로 부동산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은 상황인 만큼,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공약보다 비지지층을 겨냥한 정책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를 받아 지난달 24일 발표한 2월 3주차 정당 지지율에 따르면 민주당에 대한 연령별 지지도는 18~29세 35.9%, 30대 46.9%, 40대 52.7%, 50대 39.6%, 60세 이상 31.7% 등으로 집계됐다. 전통적 보수 지지층인 60세 이상을 제외하면 18~29세에서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인 것이다. 같은 기관이 동일 업체 의뢰를 받아 지난 2일 공개한 2월 4주차 조사 결과에서도 민주당의 연령별 지지도는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60세 이상을 제외하고 18~29세(39.0%)가 가장 낮았으며, 50대(41.4%), 30대(42.3%), 40대(50.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2030세대를 노린 부동산 공약을 내놓게 된 근거 중 하나로 보인다.
반면, 통합당에 대한 연령별 지지도를 살펴보면 2월 3주차와 4주차 모두 40대가 가장 낮은 수준(각각 25.1%, 24.7%)을 보였다. 40대는 안정된 직장, 사상 최고의 자산 상승기를 보내며 부동산 시장에서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세대다. 다른 세대보다 주택 공급자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 데다, 다주택자도 상당한 만큼 통합당이 내세운 각종 규제 완화 공약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교통, 부동산 문제는 선거판을 좌우하는 핵심 사안이다. 정당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 출마한 후보자들도 이 사안에 대한 공약을 가장 앞세워 공론화하고 경쟁하는 구도를 만든다"며 "이번에 민주당과 통합당은 최소한 부동산 공약에 있어선 집토끼가 아닌 산토끼 잡기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분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평가는 호평보다 혹평이 많은 눈치다. 부동산 정책은 국민 주거권과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인 만큼, 특정층의 표심만을 노린 공약을 내세워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정용찬 민달팽이유니온 기획국장은 지난달 주거권네트워크가 주최한 '21대 총선 주거 공약 평가 좌담회'에서 "(민주당의 부동산 공약은) 시민들의 보편적 주거권 실현보다는 정책 대상을 청년과 신혼부부로만 한정하고 있는 점, 취약계층 주거지원정책과 주거복지 전달체계 구축은 제외하고 주택공급을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크게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통합당의 부동산 공약은) 좌우 이념대결이라는 진영논리로 주거 정책을 보고 있다. 특정 계층과 특정 지역 주택 소유자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어 모든 사람의 주거권 보장이라는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며 "보통 사람의 상식이라는 기준으로 일부 정책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앞서 인용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2월 3주차 집계의 경우 지난달 17~2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4만5462명에게 통화(무선 전화면접 10%, 무선 70%, 유선 20% 자동응답 혼용)를 시도해 2512명이 최종 응답했으며, 응답률은 5.5%다. 2월 4주차는 지난달 25~2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4만8703명에게 통화(무선 전화면접 10%, 무선 70%, 유선 20% 자동응답 혼용)를 시도해 2520명이 응답을 완료했으며, 응답률은 5.2%다. 두 조사 모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좌우명 : 隨緣無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