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 보고 삽니다’…코로나19가 불러온 ‘묻지마 주택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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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 보고 삽니다’…코로나19가 불러온 ‘묻지마 주택 거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3.02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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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계약시스템 활성화 계기로 삼아야…사회적 거리두기 일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확산으로 주택 시장 구성원들이 공급자, 수요자 가릴 것 없이 집 구경을 꺼리고 있다 ⓒ 시사오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확산으로 주택 시장 구성원들이 공급자, 수요자 가릴 것 없이 집 구경을 꺼리고 있다 ⓒ 시사오늘

코로나19 확산으로 개인 간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주택 시장에 이른바 '묻지마 거래'라는 새로운 풍토가 생긴 모양새다. 공급자들이 바이러스 감염 우려에 집 보여주길 거절하는 경우는 물론, 수요자들도 집 구경 없이 계약하겠다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들어 주택 시장에서는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로 집 구경을 꺼리는 수요자들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월세를 구하는 수요자들 중 이런 사례가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오래 살 집을 구하는 게 아닌 데다, 아파트나 빌라의 경우 집을 꼭 방문하지 않더라도 도면만 꼼꼼하게 확인한다면 거래에 큰 지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서울 강남에서 셋방을 얻은 직장인 A씨(28, 여)는 "최근 일자리를 구해서 독립을 하려고 집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부모님께서 잠깐 살 곳이니까 집 구경하러 돌아다니지 말고 대충 계약하라고 권유했다"며 "집주인이나 기존 세입자들도 반기는 눈치였다. 집 상태는 사진으로 충분히 확인했다. 큰 하자가 없다는 판단에 계약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경기 북부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를 장만한 B씨(34, 남)도 "이런 시국에 애기를 데리고 집을 보러 다니는 게 좀 걱정스러웠다. 얼마 전에 관악구에서 부동산 중개업자가 코로나19 확진자로 밝혀지지 않았느냐. 굳이 집주인이나 부동산이랑 대면하고 침 튀기면서 얘기하는 게 싫었다"며 "준공된지 얼마 되지 않은 아파트라서 등기랑 도면만 잘 살피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집사람도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집주인들도 감염 걱정 때문에 집을 보여주길 거절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부동산 중개업자를 통해 집 곳곳을 촬영한 사진·동영상 등을 매입자나 예비세입자들에게 전달하고, 계약 희망 여부를 확인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집주인들이 바이러스 감염 우려 때문에 집에 찾아오는 걸 거절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래도 과거와는 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걸 이해하고 그냥 사진이랑 영상만 본 뒤 도장을 찍는 매수자들이 늘었다는 것"이라며 "예전에는 집 구경을 못하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열이면 열이었다. 요즘엔 그 정도는 아니다. 큰손 투자자들이나 그랬는데 최근엔 실수요자들 중에도 집 안 보고 그냥 사겠다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를 최근 처분한 C씨(57, 남)는 "매매가 안 되면 전세라도 놓으려고 매매랑 전세를 동시에 내놨는데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집 보고 싶다는 문의는 다 거절했다. 그러면 계약하지 않겠다는 예비세입자들이 무척 많았는데 운 좋게 집을 안 봐도 사겠다는 매수희망자가 나타나서 바로 계약했다"며 "TK(대구·경북) 지역에 이런 경우가 최근 종종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비록 국가적 재난이지만 이를 계기로 부동산 거래 전자계약시스템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집을 직접 확인한 뒤 계약을 체결하는 게 합리적이나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묻지마 거래가 여럿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는 전자계약시스템 활성화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반드시 활성화시켜야 하고, 이는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권장의 일환으로 주택 시장 구성원들에게 비대면을 강조해 홍보한다면 좋은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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