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명화 자유기고가)
우리 모두 일상이 바삐도 돌아간다. 어디를 가는 지 모를 정도로 바쁜 현대인의 삶...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나날에서 벗어나, 슬로시티 완도 청산도로 나를 찾는 시간 여행을 떠났다.
우리나라 대표 섬인 제주도와 울릉도가 아름답고 훌륭하지만, 언제부턴가 한려수도 해상국립공원인 남도 또한 답사하고픈 열망이 컸다. 그리하여 그 첫 신호탄으로 완도 청산도를 택했다.
산, 바다, 하늘이 모두 푸르러 청산(靑山)이라 이름 붙혀진 섬 청산도. 완도에서 19.2km 떨어진 다도해 최남단섬으로, 완도항에서 뱃길로 50분 거리에 자리 한다.
봄이면 그 어떤 섬보다 화사해지는 남도의 끝자락 청산도다. 현재 완도 슬로시티 청산도 일원에서 2018.04.07(토)부터 2018.05.07(월)까지 2018 청산도 슬로걷기 축제가 진행중이다.
이에 4월엔 탐방객이 빼어난 청산도 풍광과 축제를 즐기기 위해 유난히 몰려들어 섬 전체가 북적된다. 축제 기간을 피해 한적한 시즌에 호젓한 나홀로 걷기를 하면 더욱 청산도와 친해질 것 같다.
섬마을 길, 해안 길의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걸음이 절로 느려진다는 청산도 슬로 길 100리(42.195km).
청산도는 섬이 지향하는 슬로건 역시 더딘 풍경을 반영하는 ‘삶의 쉼표가 되는 섬’으로, 청산도 마을을 잇는 길 이름도 슬로길이다. 여기에 느림의 종, 쉼표 조형물 등 느림을 형상화한 조각물이 곳곳에 있다.
걷기 여행자에게 필수 방문지가 된 청산도는 슬로길 11개 코스를 갖춰, 제주올레, 지리산 둘레길 등과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길에 속한다.
푸른 바다, 푸른 산, 구들장논, 돌담장 등 느림의 풍경과 섬 고유의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청산도는 이제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고, 1981년 12월 23일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 2007년 12월 1일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선정되었다.
국제슬로시티연맹은 2011년 청산도 슬로길을 세계 슬로길 1호로 공식 인증했다.
바다가 안쪽으로 패여 곡선 해변이 아름다운 마을.
슬로길 구석구석 청산도 봄의 상징인 유채꽃과 청보리가 대조를 이루며 마을과 언덕을 봄 정취로 가득 채운다. 한때 청보리로 유명했던 청산도는 이제 유채꽃이 더 많이 섬 전체를 차지할 정도로 온통 샛노랗게 물들었다.
청산도항에서 해안을 따라 오른쪽으로 보이는 언덕길을 오르면, 영화 '서편제' 촬영지가 나타난다. 청산도에 인파가 몰리기 시작한 것은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가 이곳에서 촬영되면서부터다.
<서편제> 촬영 무대로 유명한 당리 언덕길과 구불구불한 옛 돌담으로 채워진 상서마을 등은 대표적인 슬로길 코스다.
서편제 주인공들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당리 언덕길을 내려오는 장면은 느리게 흘러가는 청산도의 시간을 잘 표현한 것이다.
사람이 살면은 몇백년 사나 개똥같은 세상이나마 둥글둥글 사세
문경 새재는 웬 고개인고 구비야 구비구비가 눈물이 난다
소리따라 흐르는 떠돌이 인생 첩첩히 쌓은 한을 풀어나 보세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이네 가슴속엔 구신도 많다
아리아리랑 서리서리랑 아라리가났네 에으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가버렸네 정들었던 내사랑 기러기때 따라서 아주 가 버렸네
저기 가는 저 기럭아 말을 물어보자 우리네 갈 길이 어드메뇨
아리아리랑 서리서리랑 아라리가났네 에으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노다 가세 노다나 가세 저달이 떴다 지도록 노다나가세
아리아리랑 서리서리랑 아라리가났네 에으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 서편제 진도아리랑 가사 중-
청산도엔 관광객 편의를 위한 섬내 교통으로 청산도 순환버스와 투어버스 등이 운행된다. 다만 투어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도보로 이동해야 슬로길의 제맛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총 42km에 이르는 슬로길 전체 코스를 걸으면 꼬박 2박 3일이 걸린다는데,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미항길- 동구정길- 서편제길- 화랑포길이 포함된 1코스와 사랑길의 2코스, 그리고 낭길 4코스 정도만 걸어도 청산도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걷기를 통해 청산도 산하와 호흡하면, 슬로길마다 안기는 느림의 행복이 선물처럼 다가온다.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섬 앞 바다엔 양식장이 거미줄처럼 펼쳐져 있다. 낭만적인 잔잔한 바다 밑, 섬 사람들 삶의 현장이 소리없는 아우성처럼 들리는 듯하다.
이 길은 당리에서 구장리를 잇는 해안 절벽길인 사랑길로, 소나무 숲의 고즈넉함과 해안절경의 운치를 즐길 수 있고, 3코스 시작인 읍리앞개까지 이어진다.
해안 벼랑길 위에 자리한 연애 바위와 모래날 길을 지나면 2코스 마무리인 읍리앞개에 도착한다.
읍리 마을의 몽돌해변에선 동긍동글한 돌이 많아, 잔잔한 파도가 부딛히며 섬아기의 자장가처럼 따스하고 정겨운 소리를 낸다.
청산도는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온통 어찌나 눈부시도록 푸르른 지, 산도 바다도 하늘도 푸른 섬이란게 피부에 와 닿는다.
자연 경관이 워낙 아름다워 청산여수라 불렸다더니, 명성만큼 대표적인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서 손색이 없다.
유유자적 걸으며 자신과 깊이 교감하고, 시리도록 아름다운 자연과 소통할 수 있었기에 또 다시 가고픈 섬 청산도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사진과 글만 봤는데도 청산도를 다녀온 기분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