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폭발’ 연애 프로그램, 자극과 감동 사이 [주간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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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폭발’ 연애 프로그램, 자극과 감동 사이 [주간필담]
  • 강수연 기자
  • 승인 2024.05.04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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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프로그램, 플랫폼 견인 중…‘더 자극적으로’
‘화제성’ 목마른 만큼 ‘진정성’ 고민도 깊어져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강수연 기자]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이미지. ⓒ사진제공=연합뉴스


‘도파민(Dopamine)’은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으로,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의 전구체입니다. 흔히 에너지·의욕·동기부여·흥미 등을 부여하는, 긍정적인 감정에 관여하는 물질이죠. 최근 대중들은 연애 프로그램을 통해 ‘도파민’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TV를 장악한 연애 프로그램들 속에서 시청자들은 어느새 ‘과몰입러’·‘도파민 중독자’가 돼 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사실 연애 프로그램은 2000년대부터 대중들의 주목을 받아왔지만, 연예인 중심의 인위적인 연애 이야기로 인해 비판받고 쇠퇴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짝’, ‘하트시그널’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연애 프로그램은 부활에 성공합니다. 일반인 출연을 통해 현실적이고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제공한다는 콘셉트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죠. 시청자들은 더 이상 연예인 중심의 인위적인 연애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지 않았고, 그 보단 자신에게도 일어날 법한, 몰입할 수 있는 일반인의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이죠.

최근 인기몰이 중인 △스킨십 금지 설정인 넷플릭스의 ‘투 핫’ △전 연인이 한 장소에 모인 티빙의 ‘환승연애’ △남매들이 모여 서로의 연인을 찾아가는 웨이브의 ‘연애 남매’ △결혼을 원하는 남녀가 모인 ENA의 ‘나는 솔로’ 등이 모두 그러합니다. 기존 연애 프로그램들과는 차별화된 콘셉트와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꼭 붙들어 두고 있습니다.

특히 ‘환승연애’는 이전 연인들이 한 장소에 모여 함께 생활하며,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으로, 이별과 시작을 동시에 경험하는 독특한 상황을 다룹니다. 이는 한국의 전통적인 유교 사상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콘셉트였지만, 이내 곧 시청자의 마음을 녹였습니다. 시작과 이별에 선 출연자의 감정선이 시청자에게 통한 것이죠. 이에 환승연애는 높은 화제성을 이어갔고, 마지막 회는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이벤트까지 열기에 이릅니다. 일명 ‘환친자(환승연애에 미친 자)’로 불리는 수식어가 생길 정도의 인기를 과시했죠.

‘연애 남매’는 남매들이 모여 서로의 연인을 찾아가는 가족 참견 연애 프로그램입니다. 누구의 남매인지 모른 채 누구의 남매일지 추리하는 것도 시청 포인트입니다. 또한 다른 연애 프로그램과 달리 연애와 가족애를 같이 담는 차별성을 뒀습니다. 남매들의 가족사가 공개되면서 시청자 또한 가족 간의 유대감을 느끼며, 다른 연애 프로그램에 비해 ‘힐링’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듯 연애 프로그램의 다양성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콘셉트와 장치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감정과 경험을 제공하며, 연애의 다양한 모습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를 통해 대중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달하며, 각자의 삶과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도파민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죠. 더 자극적이고 매운 연애 프로그램을 찾게 되고, 그러한 프로그램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iHQ의 ‘에덴, 본능의 후예들’과 ‘나는 솔로’와 같은 작품들을 통해 명확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에덴, 본능의 후예들’은 남녀 침대 혼숙·상의 탈의·비키니 등의 장면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충격을 안겨줬죠. ‘나는 솔로’에서는 초유의 '뽀뽀 사태'가 발생, 자극적인 연애의 수위가 더욱 올라가고 있는 양상을 보입니다.

자극적인 연애 표현이 항상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러한 내용들이 과도하게 선정적이고,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걱정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고, 그만큼 작품의 내용과 표현 방식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화제성’에 목마른 콘텐츠 시장이 자극성의 유혹을 뿌리치긴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진정성이 더욱 중요해지길 기대해 봅니다.

담당업무 : IT, 통신, 전기전자 와 항공, 게임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Hakuna mat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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