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추가 대책 발표가 뒤로 밀려날 조짐이 보인다. 6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당초 이번주 중 입법예고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정부와 집권여당이 속도조절론을 제기하면서 일정 연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이 내세운 속도조절 명분은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로 전해진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으로 범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이 필요한 만큼, 그밖에 현안은 우선순위로 삼기 힘들다는 논리다.
명분과 논리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일본 경제보복 조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등 미중 무역전쟁 격화 등으로 국내외 경제 불투명성이 심화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때문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사전교감해야 할 청와대, 기획재정부 등이 급한 불을 끄느라 정신이 없는 것도 맞다. 분양가 상한제 부작용에 대한 우려, 더불어민주당 내 반발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속도조절론을 들먹이기에 딱 안성맞춤인 형국이다. 반일여론이 극심한 상황에서 국민감정에도 부합하는 명분과 논리다.
하지만 합리적인 관점에서는 선뜻 수긍할 수 없다. 일본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이 과연 국민 주거권 실현·보장보다 시급한 현안일까. 그렇지 않다고 확언한다. 현 정권 출범 이후 폭등한 집값으로 국민들의 시름이 깊어졌고, 이로 인한 저출산·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수준에 이른 실정이다. 무엇과도 경중을 따지기 어렵고, 경중을 따져서도 안 되는 사안이다. 특정 문제가 발생했다고 다른 문제를 외면한다면 우리사회에 조직은 왜 있으며, 정부는 왜 존재한단 말인가.
더욱이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인 공무원·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의 일환으로 '일자리 5년 로드맵'에 맞춰서 2017년 1만2700명, 2018년 2만9700명의 공무원을 충원했다. 불과 2년 만에 공무원 수를 4만여 명이나 늘려놓고, 인적자원이 부족하다고 시급한 민생현안을 뒤로 미루는 걸 어떤 국민이 쉬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총력 대응을 통해 일본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내놓은 방안이 남북 경제협력이라는 점도 과연 범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정부 대책은 시그널(신호)과 예측가능성으로 반은 먹고 들어간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작은 신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쉽게 동요하고, 쉽게 혼란에 빠진다. 현 상황이 그렇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시사한 이후 부동산 시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분양가 상한제가 도대체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시행되는지 깜깜무소식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공급자들은 분양일정을 대거 조정했고, 내 집 마련이 시급한 실수요자들까지 큰 피해를 입었다. 시장에 거대한 시그널을 주고서는 정부가 입을 굳게 닫아 발생한 사태다.
그래놓고 또다시 일본 경제보복 조치를 핑계로 추가 대책을 연기하겠다는 건 정부에 대한 시장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는 일이다.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평가는 별론으로 하고, 정부 대책의 불안한 예측가능성은 결국 국민 안정과 평안을 저해하기 마련이다. 지친 몸을 뉘고 쉬는 집에 대한 문제는 더욱 그렇다.
이쯤 되면 정부의 진정성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집값 안정화에 기여하는 부동산 대책을 펼치겠다고 해놓고 정작 내놓은 대책 대부분은 시행되는 과정에서 축소·퇴보했다. 부동산 보유세, 임대소득 과세 등이 그랬다. 민주당의 총선공약이었던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은 당안팎 갈등으로 제대로 추진조차 안 되고 있다. 이번 분양가 상한제도 그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선거공학적인 차원에서 군불만 지펴놓은 게 아닌지 의문이다. 최근 민주당 씽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서 한일갈등이 총선에 긍정적이라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당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한 점은 이 같은 의구심에 무게를 싣는다.
집값 안정화와 기득권 유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정치권 주요 인사들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부를 증식하고 권력을 거머쥔 사람들인데, 자신들의 목에 스스로 칼을 겨누는 대책을 제대로 추진하겠는가. 적폐청산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인 만큼, 많은 국민들이 기대했는데 현재 돌아가는 꼴을 보면 갑오개혁 당시 백성들도 땅을 가질 수 있게 하는 토지개혁을 쏙 빼놓은 개화파가 떠오른다. 이들의 작업은 초기에는 많은 지지를 얻었으나 민중의 최대 관심사였던 토지제도 개혁을 배제하면서 결국 실패로 막을 내렸고, 이후 개화파들은 몰락했다.
일본 경제보복 조치뿐만 아니라, 그밖에 시급한 민생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 과열로 전 국민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추가 대책이 절실하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면 집값을 언제 잡고, 소는 누가 키우나. 여러 마리의 소를 키우는 대농장의 주인이 소 몇 마리 키우는 데에만 집중한다면 나머지 소는 굶어 죽는다. 정부가 업무분담을 통한 균형의 묘를 발휘해 효율적으로 여러 사안들을 다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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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현정부때도 그랬고.. 오로지 폭등만 있을 뿐..
폭등시키고 세금걷고.. 또 폭등시키고 세금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