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전기룡 기자)
해외축구 팬들에게 익숙한 말이 있다. 바로 ‘무리뉴 3년차’다.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세 무리뉴 감독이 세 번째 시즌마다 부진한 성적을 선보여 왔던 만큼, 일부 팬들은 ‘약속의 3년’이란 말로 그의 징크스를 풍자해왔다.
이와 달리 동일한 3년차를 맞이했지만 호(好)성적을 선보인 인물이 있다. 두산그룹의 박정원 회장이 그 주인공. 1985년 두산산업에 입사해 동양맥주, 두산건설 등을 거친 박 회장은 2016년 그룹의 수장을 맡은 이래로 그룹의 청사진을 그려나가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은 상반기 9조540억 원 상당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상반기(8조3212억 원)보다 약 8.81% 늘어난 금액이다. 영업이익(7891억 원)과 당기순이익(1300억 원)도 같은 기간 22.34%, 74.62% 상승했다.
이는 박 회장이 진두지휘했던 연료전지부문에서 일정 부분 성과가 발현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 2016년 취임사를 통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적인 경영을 두산의 색깔로 만들어나가겠다”며 “연료전지 사업의 경우 글로벌 넘버원 플레이어로 키워 나갈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 두산은 연료전지부문에서 올해 상반기 8400억 원 상당의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수주 물량인 3116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준으로, 기확보 물량도 약 22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업계에서는 두산이 올해 연료전지부문에서 약 1조4000억 원 상당의 수주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박 회장이 차세대 먹거리로 선정한 전지박 사업도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상황이다. 전지박은 2차 전지의 음극 부분에 씌우는 얇은 구리막으로,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방출시킬 뿐만 아니라 전극의 형상을 유지하는 지지체 역할도 수행해 전기차용 배터리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두산 측은 지난 2014년 룩셈부르크 소재 동박 제조업체인 ‘서킷포일’을 인수해 전지박 원천 기술을 확보, 양산 단계에 이르렀으며 현재는 동유럽 헝가리 터터바녀 산업단지 내 14만㎡ 부지에 공장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
2019년 하반기 완공예정인 해당 공장에서는 연간 5만 톤의 전지박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외에도 글로벌 전기차 및 배터리 업체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협의 역시 진행 중에 있다.
두산 관계자는 “4차 산업 시대에 진입하며 자동차의 스마트화, 자율주행 가속화가 이뤄지는 한편 환경 문제로 인한 전기차 장려 정책으로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우수한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럽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한 후 미국과 중국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회장은 ‘내실 다지기’에도 매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부채 문제를 해소하겠단 취지에서 지난 3월 김민철 두산 지주부문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두산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이 꼽힌다. 두산그룹을 위해 ‘외조’와 ‘내조’에 집중하고 있는 박 회장. 그에게 있어 3년차 징크스는 어찌보면 남의 나라 이야기인듯하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