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명화 자유기고가)
낭만적인 바다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지역 중 한 곳이 경남 통영이다. 2000년대 초 대진고속고로가 개통되면서 서울및 수도권과 중부권역에서 통영까지 당일 코스로 접근이 훨씬 용이해졌다.
동양의 '나폴리'라 불릴 정도로 미항인 통영은, 바다 풍광과 함께 식도락가들에게 유혹적인 바다내음 가득한 음식들이 넘쳐나는 굉장히 매력적인 도시다.
또한 박경리, 청마 유치환, 윤이상, 화가 이중섭, 시인 백석 등 문화 예술인의 발자취가 듬뿍 담긴 예향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인기를 끌었던 TV N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을 통해 작가 유시민과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등의 방문과 소개로 전국민이 보다 심화된 통영 나들이를 할 수 있었다.
이번 주인공은 통영 바다 풍경으로, 언젠가 통영의 대표 문화예술인들의 흔적을 따라 가 볼 것이다.
통영버스터미널에 내리면 거의 모든 시내버스가 통영의 대표 수산시장인 북신시장과 중앙시장, 서호시장을 통과한다.
먼저 중앙시장 인근 맛집에 들러 도다리쑥국과 물회로 봄바다를 입안 가득 머금었다.
동선상 식사후 처음 발걸음을 내딛은 곳이 동피랑 벽화마을. 중앙시장옆에 위치한, 배우 정우성이 주연한 드라마 '빠담빠담' 촬영지로 유명한 통영의 명소다.
이곳은 통영항이 내려다 보이는 아기자기하게 벽화들이 그려진 아담한 마을로, 유명세를 타면서 많은 찻집이 들어 찬, 가족단위와 연인, 친구들끼리 한번쯤 들려봄직하다.
바다를 제대로 보려면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러기에 한려수도 조망을 위해 미륵산 케이블카를 탔다.
미륵산 케이블카와는 그동안 인연이 썩 좋질 않았다.
흐리고 비내리는 날 와서 탔더니 가시거리가 영 시원치 않아 제대로 한려수도를 보지 못했다.
날씨가 화창할 땐 인원이 너무 많이 몰려 매진이라 못올랐었고, 그러니 이번엔 알쓸신잡에서 작가 유시민이 그토록 극찬했던 절경을 볼 수 있으려나 하며 올라가 봤다.
운행규칙을 보면, '날씨 관계로 휴장하거나 운행이 중단될 수 있으니, 사전 확인 바람'이라고 적혀있다.
※ 매표는 운행종료 2~3시간 전에 조기마감 될 수 있다.
※ 정기휴장일은 매월 2, 4주차 월요일.(공휴일의 경우 익일)
※ 5월, 8월, 10월은 조기운행 및 연장운행 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한려수도 다도해는 시야가 멀리까지 잡히며 가슴이 툭 트이고, 경치가 수려하여 감탄에 감탄해 마지 않은 풍광들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이번엔 한려수도의 바람을 바다위에서 직접 느끼고 싶어, 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해 가장 가까운 곳인 한산도행 배에 올랐다.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선 한산도행 뿐 아니라 연화도, 욕지도, 소매물도, 비진도, 사량도 등으로 운행하는 다양한 배편이 있다. 한산도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돼 잠시 바닷바람을 쐬기엔 부담없는 거리다.
한산도행 뱃길따라 가는 길에 만난 양식 어장.
치열한 삶의 터전인 어업인들의 작업 현장인데, 지나가는 철없는 객의 시야엔 아름답게만 보인다.
때론 모든 것을 삼킬 듯 광풍을 일으키지만, 이날 만은 매우 잔잔하고 평화로운 바다였다.
한산도 가는 뱃길은 한산대첩으로 치열했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고뇌서린 항로이기에 감회가 새로웠다.
한산도 약간 못 미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 나타났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칼 옆에 차고
깊을 시름 하던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난중일기 中-
충무공의 목숨바친 활약덕에 오늘날 거북선옆으로 보트와 수많은 배들도 지나는 태평성대를 후손인 우리는 구가하고 있다.
장군님이 내려다 본다면 뭐라고 여기실까.
이에 이순신 장군의 존재가 가까이 느껴지고 절로 감사하단 생각이 들며 평온해져, 에메랄드빛 바다에 모든 시름을 내려놓고 힐링 타임을 갖는다.
그리고 청마 유치환의 시 '행복'을 나직이 읊어 본다.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희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찾아보니 좋은 글들이 참 많으네요.
글로만이라도 힐링을 하게 하는 편안한 글 자주 만나길 바랍니다.
아 내고향 통영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