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정은하 기자)
2016년 병신년(丙申年)은 재계에게는 바람 잘 날 틈이 없었던 한 해 였다. 올 한 해는 오너가 3·4세들의 세대교체로 시작해 면세점 추가 선정,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공식화, 횡령·배임으로 인한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수사,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재벌 총수 청문회로 마무리 되고 있는 모양새다. <시사오늘>은 2016년 한 해 재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핫톡(Hot Talk) 5가지를 선정했다.
오너가 3·4세 세대교체 바람
올 한해 오너가 3·4세들은 본격적으로 경영 승계 절차를 밟았다. 한화그룹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막내 김동선 한화건설 팀장 모두 한화그룹 실적 승전보에 힘을 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윤홍 GS건설 전무, 허준홍 GS칼텍스 전무, 허서홍 GS에너지 상무 등 GS그룹의 4세들은 오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을 안정되게 이끌어나가고 있으며,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으로 후계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올해 본격적으로 경영전선에 뛰어든 신세계그룹 3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은 실적개선에서 일부 성과를 보이며 첫 평가에서 최악의 점수는 모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스타필드 하남과 이마트 트레이더스, 일렉트로마트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경영권 승계의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두산그룹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본격적인 4세 경영과 함께 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면세점사업을 시작했지만, 최근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추가 선정
지난 17일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전국 6개(서울 4곳·부산 1곳·강원 1곳) 시내면세점 사업자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쳇말로 ‘3차 면세점 대전’에서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대기업은 현대백화점·신세계·롯데며 SK와 신라는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2차 면세점 대전’에서 사업권을 딴 두산의 경우 사업 추진의 난항을 겪으며 MD 구성도 못마치고 명품 브랜드 유치도 못한 상태에서 일부 매장만 오픈했다. 따라서 관세청의 사업 수행이 타당했는지에 대해서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기존 면세점 중 대부분이 매출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어 성급하게 신규 면세점 숫자만 늘려줘 사실상 ‘면세점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것 아니냐는 논란 또한 이어지고 있다. 면세점의 수가 급격히 늘면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고 그에 대한 비용은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간다는 점도 지적 대상이다.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공식화
올해의 화두 중 하나는 삼성의 지주사 전환 문제다. 지난 11월 29일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향후 삼성전자를 삼성홀딩스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을 하고 삼성물산도 삼성물산홀딩스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을 한 뒤, 삼성홀딩스와 삼성물산홀딩스를 합병해 통합삼성홀딩스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이 과정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취약한 삼성전자 지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두 차례에 거쳐 삼성증권 지분을 매입했다. 지난 8월에는 삼성증권 지분 613만주를 매입한 바 있고, 지난 11월에는 835만9040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이로써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증권의 지분은 19.16%에서 30.1%로 높아졌다.
삼성생명 측은 잇따른 자사주 취득 목적에 대해 보험 영업 시너지 확대와 보험자산 운용 수익 제고를 위한 것이라 설명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단계로 보고 있다.
한편, 현행 지주회사법상 자회사의 상장 주식을 30% 이상, 비상장 주식을 50% 이상 소유하게 되면 지주회사가 될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롯데그룹 검찰수사
올해는 롯데그룹에게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지난 6월부터 장장 132일 동안 검찰수사를 받았다. 검찰수사는 4개월만에 오너 일가에 대한 불구속 기소로 지난 10월 마무리 됐다.
검찰은 롯데그룹의 검은돈 3755억 원을 적발했다. 이중 오너가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 사용된 횡령액이 1462억 원이다. 탈세액까지 포함하면 5456억 원이다.
검찰은 오너일가 외에도 채정병 롯데카드 대표,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등도 불구속 기소했다.
오너일가 5명을 제외하고 구속·불구속 기소된 전현직 임직원은 모두 14명이며, 개인 22명과 법인 2곳(롯데건설·롯데홈쇼핑)을 포함한 전체 기소 인원은 총 24명이었다.
재벌총수 청문회
지난 12월 6일 초유의 정치 스캔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헌정 사상 가장 많은 재벌총수들이 한꺼번에 청문회장에 나갔다. 현재 재벌총수들은 피해자이면서도 용의자 의혹을 받고 있다.
청문회에 소환된 재벌총수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무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 총 9명이다.
청문회 위원들은 재벌총수를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 등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청문회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의 외압과 대가성이 있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청문회 의원들의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도 재벌총수들은 “청와대의 요청이 있었지만 대가성은 없었다”, “모른다”는 발언만 되풀이했다.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청문회 의원들의 도를 넘는 질문 수준 때문에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비판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추가적으로 진행될 청문회에 재벌총수들을 다시 소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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