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야당이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청와대 우병우 수석 때문만은 아니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큰 그림’을 예단하겠다는 뜻이 깔려있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시절 청문회를 통해 검증 과정을 거쳤던 만큼 이번에는 무난한 청문회가 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야권이 조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5억 생활비 논란’부터 딸의 취업 특혜 의혹, 교통법규 상습위반 의혹, 남편의 사건 수임 관련 의혹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조 후보자 역시 이번 청문회를 ‘물러날 수 없는 싸움’으로 규정하고 있어, 장관 임명까지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야당이 ‘박근혜 키즈’인 조 후보자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우정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간접 겨냥하고, 장관직을 발판으로 ‘큰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 조 후보자가 이에 맞서면서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작년부터 여의도에는 조 후보자가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포스트 박근혜’를 꿈꾸는 조 후보자가 여권의 대표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간판’이 필요하고, 서울시장 자리는 그에 적합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였다(관련기사 - '2016' 아닌 '2018' 겨냥하는 정치인…조윤선 김태호, '주목'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682). 당내에서 험지출마 요구가 빗발쳤음에도, 4·13 총선에서 조 후보자가 굳이 이혜훈 의원과 맞붙으면서까지 서울 서초갑에 출마했던 것 또한 서울시장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경선에서 이 의원에게 패퇴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조 후보자가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2011년 ‘문화가 답이다’라는 책을 내고, 지난 3월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문화전문가와 정책 코디네이터로서의 역량을 살려 서초를 일대혁신하고 품격 있는 삶의 공간으로 가꿔가겠다”고 말할 정도로 ‘문화’를 강조해왔던 그가 ‘문화 정치인’을 표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문체부 장관이 대권으로 가는 초석이라는 분석은 여기에 근거한다. 문체부 장관 자리에서 문화에 대한 전문성을 발휘해 업적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서울의 문화도시화(文化都市化)’를 내세우며 시장직에 도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과거 조 후보자는 저서 ‘문화가 답이다’에서 정치·외교·삶·교육·복지·경제 분야를 총망라하며 ‘문화적 도시경영’을 화두로 던진 바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디자인 서울’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또한 역대 서울시장은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5명의 민선 서울시장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권을 거머쥐었고, 조순 전 시장과 고건 전 시장은 한동안 유력한 대권 후보였다. 오세훈 전 시장과 박원순 시장은 유력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문체부 장관으로 전문성을 확보하고, 서울시장에 도전한 뒤 대권을 노릴 것이라는 풍설에도 일리가 없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31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 야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굳이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한 데는 조 후보자를 정치적으로 키워보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라며 “조 후보자가 영리하게 커리어를 잘 설계해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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