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핵위기가 엄습하고 있다. 북한이 4차 핵실험과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전 세계를 향해 도발하고 있다. 중국, 일본 등 주변국, 태평양 너머 서방국가들이 온통 불안에 떨고 있지만, 정작 북한과 분단선을 마주한 우리나라는 평화롭다.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15일 국민대 정치대학원 북악포럼 연단에 선 권오성 육군사관학교 석좌교수는 "우리는 전쟁에 관심이 없지만, 전쟁은 우리에게 관심이 많다"며 북한의 안보 위협을 실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권 교수는 "경제적 우위가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며 국민들이 안보에 대해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은 안보도 위기고 경제도 위기라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여러분은 지금 우리가 위기라고 생각하느냐. 내가 40년 넘게 군생활했는데 윗분들이 위기가 아니라고 말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젊었을 땐 '무슨 위기가 그렇게 많아'라고 막 짜증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연륜이 차서 생각해 보니까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많은 사람들이 위기를 위기라고 느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세계를 호령하는 경제대국이 된 것 같다. 항상 위기라고 생각하면서 역동적으로 움직였기에 북한과 첨예한 대립 속에서도 경제발전을 이룬 것이다. 그 사람들이 위기를 위기로 느꼈기 때문에 축복을 받은 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 '부국강병', 경제와 안보라는 두개의 수레바퀴가 상호보완적으로 같이 가야 되는데, 너무 경제 쪽으로 편향돼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보다 총소득이 40배가 높으면 군사력도 40배 높은가? 그렇지 않다. 경제적 우위는 우리를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없다. 그런 식으로 안일하게 생각하다 보면 위기가 관리되지 않고 분쟁이 생기고, 다툼이 일어나고, 결국 국지전이든 전면전이든 전쟁이 발발하는 것이다.
권 교수는 진정한 안보의 힘은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과 생각에 의해 형성된다고 말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한 힘은 경제력이 아니라 제대로 된 안보 의식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육사에서는 금요일마다 생도들이 예식을 한다. 다음 주에도 잘해보자고 함께 구호를 외치고 분열 퍼레이드를 한다. 천여 명의 생도들이 우렁찬 목소리를 내면서 왔다갔다하는 게 그야말로 장관이다. 얼마 전 내 지인이 그걸 처음 보고는 사열대 앞에서 손을 흔들고 환호를 하더라. 앞으로 이 나라를 지킬 젊은 생도들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린 거다. 그 친구들을 응원해 줘야 된다는 생각을 하신 거다. 나는 그게 바로 진정한 안보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과 생각이 대한민국 안보를 지배하는 것이다. 요즘 군을 불신하는 국민들이 많아 정말 안타깝다. 우리 군대가 상당히 후진국적으로 인식돼 있다. 물론 군 스스로가 잘못해 신뢰를 잃은 부분이 적지 않지만 자체적으로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국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전쟁에 관심이 없지만 전쟁은 우리에게 관심이 많다"
이어 권 교수는 6·25 전쟁의 아픔을 들어 우리가 항시 전쟁에 대해 대비하고, 위기를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6·25 때 많은 군인들, 민간인이 죽었다. 미망인과 고아들이 발생해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봤다. 당시 남한의 인구는 1600만 정도였고, 북한은 900만이었다. 합해서 2500만인데, 전쟁 피해를 본 총인구가 500만이다. 전쟁에 참여했던 미국은 대한민국이 전후복구를 통해 사람답게 살려면 100년은 걸린다고 했었다. 그만큼 전쟁은 처절하고 잔인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해양대국과 대륙대국이 갈등하는 자리에 위치해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등 밀집도가 정말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늘 이슈가 되고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다. 위기와 위협으로부터 항상 노출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과연 전쟁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가. 위기와 위협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우리는 전쟁에 관심이 없지만 전쟁은 우리에 관심이 많다'는 걸 늘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좌우명 : 隨緣無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