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뭔 힘 있나. 우리도 피해자” 변명 일관
주택재개발사업 등 도시정비사업을 둘러싼 건설사-정비업체간 검은돈 비리 커넥션이 또 터졌다. 이번엔 국내 10위권 안에 드는 대형 건설사인 대우건설이 비리 커넥션의 중심에 있어 논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한동영)는 재개발 시공사로 선정되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 3곳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이하 정비사업체) L사 대표 김모(46)씨 등 임직원 5명을 구속 기소(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했다.
7일 검찰에 따르면 김모(46)씨 등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대우건설에 10억원을 비롯 대형 건설사 3곳에 거액의 뇌물을 요구했고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 용역계약을 맺은 것처럼 꾸며 돈을 세탁한 혐의다.
검찰 조사 결과 L정비사업체는 공사 선정 영향력을 앞세워 대우건설 등 건설사에 요구한 10억원 중 8억7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고, 이런 영향 때문인지 서울 상계동 재개발 시공사로 대우건설이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이유는 정비사업체가 재개발사업 시행사인 추진위원회 등의 위임을 통해 시공사 선정 업무 지원을 대행하지만 시공사로부터 직접 돈을 못 받도록 법에 명문화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검찰 측은 페이퍼 컴퍼니를 운영해 건설사-정비업체-조합간 검은돈 비리 커넥션에 가담한 김모씨(26) 등 3명도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번 사건은 주택재개발사업을 둘러싼 건설사-정비업체간 전형적인 비리 커넥션이지만 문제는 대우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이 법을 어기면서 시공사 수주를 따내기 위해 로비를 일삼는 등 도덕적 해이가 만연돼 있다는 점이다.
대우건설 홍보실 관계자는 “검찰의 공식적인 입장도 아니고 수사 중이라 뭐라고 말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며 “우리가 무슨 힘이 있느냐. 우리도 피해자”라고 항변했다.
이어 “정비사업체들이 자기들이 시공사 선정에 도움을 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거나 협박하면 우리는 어쩔 수 없다. 우리가 무슨 힘이 있느냐”며 변명으로 일관했다.
대신 이번 사건에서도 정비사업체가 협박이나 돈 요구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내가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또 그는 “법을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우리는 수주를 따내야 하는 입장인 점을 이해해 달라”고 위법사실은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이와함께 ‘대형건설사들의 수주경쟁에 따른 검은 돈이 결국 분양가를 높여 입주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한편 검찰은 L사가 수도권 지역 재개발 정비구역 20여 곳에서 정비사업체에 선정된 것을 확인, 다른 건설사들에게 뇌물을 받았을 가능성이 농후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시사오늘(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