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전수영 기자)
“생산, 판매 전 부문이 기본으로 돌아가 기초역량을 탄탄하게 다져라.”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23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하반기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기초역량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은 “내년은 세계 자동차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에서 벗어나 성장 국면에 접어드는 중요한 시기”라며 “변화의 시기에 적기 대응하는 자동차 업체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회장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각 시장별 수요 변화는 물론 환율 추이 등 글로벌 경영환경을 면밀히 분석해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정 회장은 “내년은 현대·기아차의 프리미엄 차종이 선진시장에 출시되고, 핵심 전략 신차들이 글로벌 시장에 공개되는 중요한 해”라며 “신차들의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판매 성장세를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이날은 현대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프리미엄 세단 ‘신형 제네시스’ 1호차를 전달하고 국내 전 지점을 통해 고객에게 인도를 시작한 날이다.
이날 회의에는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 총 60여명이 참석해 올 한 해 지역별 실적 및 주요 현안 등을 공유하고 내년도 생산, 판매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올해 현대·기아차 실적은 해외판매가 주도했다.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11월까지 국내시장에서는 지난해 대비 3.1% 감소한 101만 대를 판매했지만, 해외시장에서는 5배가 넘는 590만 대를 기록하며 7.8% 증가했다.
하지만 내년 현대·기아차를 둘러싼 환경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글로벌 자동자 시장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메이커 간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 규모는 올해보다 4.1%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중국 시장의 지속적인 수요 확대 속에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거둔 유럽, 인도, 러시아 등이 내년에는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현대·기아차의 주력 시자인 미국과 중국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미국 양적완화 축소 시행 시기 및 정도에 따라 신흥국들의 위기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에 힘입어 일본 메이커들은 세계 시장에서 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며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는 유럽 메이커들의 공세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해 현대·기아차는 환율 하락 및 수입차들의 공세로 국내외에서 힘겨운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지난 5년간 유로화 약세 효과를 누려온 독일 메이커들이 내년에도 환율뿐 아니라 자유무역협정(FTA) 관세 인하 등 이중의 이점을 바탕으로 국내시장에서 공격적인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