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신용인 제주대 로스쿨 교수]
이번 계엄사태의 본질은 뭘까? 윤 대통령이 괴물이기 때문일까?
난 진영논리에 있다고 본다.
윤 대통령은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봤다. 그래서 검찰력을 동원해 이재명 대표를 수사·기소했고 일체의 대화를 거부했다. 야당의 비판은 모두 선전·선동으로 취급했다.
야당 또한 윤 대통령을 악의 화신으로 보았다. 모든 화력을 총동원해 윤대통령을 공격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190석 가까이 얻게 되자 정상적인 국정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총공세를 펴 윤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계엄을 이용한 친위 쿠데타를 시도해 온 국민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그럼에도 윤대통령은 구국의 결단이라고 강변한다.
탄핵을 반대하는 분들도 윤 대통령이 잘못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탄핵하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어 나라가 망하기 때문에 탄핵에 반대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진영논리의 늪에 깊게 빠져 있다.
헌정질서를 유린한 윤 대통령의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그러나 진영논리가 이처럼 극심한 상황에서는 제2의 윤석열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2019년 조국 사태 때 우리 사회가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두 쪽 나서 상대 진영에 대한 증오와 분노, 악마화가 넘쳐 나는 모습을 보며 이러다 파시즘이 오는 것은 아닌가 두려웠다.
만일에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다면 우리나라는 파시즘 국가가 되지 않았을까?
국회 권력까지 장악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통해 반국가세력인 야당을 쓸어버리고 뉴라이트를 국가이념으로 정립해 파시즘 통치를 하려고 했을 것이다.
탄핵이 인용돼 내년 조기 대선에서 야당이 승리한다면 거대 정당의 지원까지 받아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대통령이 파시즘의 유혹에 빠지지는 않을까?
우리가 8년 전 탄핵 이후의 과정을 그대로 되풀이해 진영논리는 더욱 강화되면서 차차기 대선에서 보수당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 대통령이 제2의 윤석열이 되지는 않을까?
지금 대한민국은 기로에 서 있다.
민주주의를 집어삼키는 파시즘으로 가느냐. 아니면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느냐.
대한민국은 어느 길로 갈까?
나라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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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인은…
고려대 법학과 및 동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거쳤다. 사법시험 합격 후 부산지방법원 판사를 지냈다. 현재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전임교수 겸 변호사다. 저서로는 <마을공화국, 상상에서 실천으로>, <생명평화의 섬과 제주특별법의 미래>, <참사람 됨의 인성 교육>, <헌법소송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