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의 밸류업…라이언 딜레마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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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의 밸류업…라이언 딜레마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4.08.14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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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적격성 리스크…新사업 직접진출 차질
창업자 구속에 카카오그룹 계열사 주가 줄하락
대주주 리스크 카카오뱅크도 주가 악영향 받아
카카오뱅크, 올 하반기 밸류업 계획 공시 예정
최대 수혜자는 결국 대주주인 카카오그룹 될듯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카카오 라이언과 김범수 의장(브라이언)이 카카오톡 10주년을 맞아 가상의 영상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카카오 나우

올 상반기 기준 2400만명의 이용자(MAU 기준 1780만명)를 확보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위 카카오뱅크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금의 카카오뱅크를 있게 한 기반인 카카오그룹이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입니다. 그 중심에는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 즉 카카오 창업자가 있습니다. 김 창업자의 카카오 내 영업이름은 브라이언, 카카오프렌즈 인기 캐릭터인 라이언과 똑닮은 모습과 유사한 영어이름으로 인해 해당 이모티콘 모델로도 알려져있죠. 라이언 캐릭터는 김범수 의장이 가장 애정하는 이모티콘이며 카카오그룹의 메인 캐릭터이자 얼굴마담이기도 합니다. 이번 금융속풀이에서는 카카오發 리스크의 중심인 김범수 창업자와 카카오그룹을 ‘라이언’으로 칭하겠습니다.

라이언의 혐의는 앞서 말했듯 주가 조작입니다. SM엔터 인수전을 두고 경쟁관계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식 매수가인 12만원 위로 주가를 올리고자 단기간 대량 매입한 혐의죠. 해당혐의로 라이언은 구속기소까지 되면서 리스크 우려는 현실화 됐습니다. 카카오그룹의 계열사인 카카오뱅크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다른 계열사보다 더 현실화된 위험에 처했죠. 바로 대주주적격성 리스크입니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는 대주주에게 엄격한 자격요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법률적 근거에 따라 묻는 요건이기 때문에 만약 대주주적격성에 문제가 있다면 금융당국은 금융사 대주주에게 지분 처분까지 명령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는 카카오(1분기말 기준 지분율 27.16%)이며 카카오의 최대주주는 김범수 의장(지분율 13.27%, 특수관계 지분 제외)이죠.  

라이언의 혐의가 혐의다 보니 재판결과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카카오뱅크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습니다. 라이언이 금융 관련 법령에서 벌금형 이상만 받아도 대주주 적격성 재심사 대상에 오르기 때문에 카카오뱅크 지분 상당 부분을 매각해 대주주 지위를 내려놓을 위기에 처합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카카오뱅크는 대주주적격성 논란을 딛고 밸류업 계획을 준비 중입니다. 밸류업은 기업가치 제고 프로젝트로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연내 발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미 밸류업 공시를 한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총주주환원율 50%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한때 주가가 들썩 거렸죠. 밸류업 계획 발표만으로도 주가 상승 기대감을 만들 수 있다는 말입니다.

라이언 사태로 카카오를 비롯한 카카오뱅크 등 계열사 주가가 하락한 상황에서 카카오뱅크가 분노한 주주들의 마음을 회유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발표될 밸류업 계획의 내용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하지만 현재 카카카오뱅크가 처한 상황을 보면 밸류업 준비에는 많은 고민과 함께 사업 로드맵 변경이 불가피해보입니다. 이미 신용카드 사업 등 카카오뱅크가 그렸던 신사업 청사진은 훼손된 상태죠. 대주주적격성 논란으로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카카오뱅크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따라 신사업보다는 제휴 중심으로 플랫폼 기반을 확장하는 전략이 이번 밸류업 계획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인터넷은행이라는 특혜를 받고 있는 카카오뱅크이기 때문에 다른 시중은행과는 차별화된 밸류업 계획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높다는 점은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인터넷은행은 포용금융 확대, 금융혁신이라는 명확한 목적을 지니고 금산분리(은산분리) 원칙 완화라는 혜택을 받고 있는데 이는 카카오뱅크도 예외는 아닙니다. 즉 밸류업 계획 발표에 앞서 중저신용자대출비중 확대와 아울러 차별화된 디지털 전략 또는 사업도 구상해야한다는 말이죠.

어찌됐든 뚜껑은 열어봐야겠지만 카카오뱅크의 밸류업 공시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건 사실입니다.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도 있겠죠. 여기에서 역설적인 상황이 생깁니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크게 하락했던 상황을 되돌아보면 카카오페이 경영진 스톡옵션 상장 후 매각에 따른 먹튀 논란, 라이언 구속기소 등 대주주발(發) 리스크가 배경으로 거론되기 때문이죠. 카카오뱅크 밸류업 계획 수혜를 많이 받는 이들 중 하나가 라이언이라는 점은 참으로 공교롭습니다. 이때문에 일부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카카오와 카카오뱅크 결별 여부가 확실하게 결론이 내려진뒤 밸류업 계획을 내놓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카카오 없는 카카오뱅크, 점차 현실화된 위기 속에서 카카오뱅크가 라이언의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지 지켜볼 부분입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금융지주·정무위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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