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 중심 GA 영업관행에 불완전판매 우려↑
보험硏 “판매 전문성 강화·사업모형 혁신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우한나 기자]
최근 시장 영향력이 확대된 대형 GA(법인보험대리점)를 중심으로 판매 과열 및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영업관행을 개선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판매채널을 운영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수준은 타 금융업권이나 다른 국가 보험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보험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보험산업 신뢰회복을 위한 과제’ 보고서를 보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신뢰하는 응답자 비중은 각각 50%, 47%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보험회사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보험연구기관인 LIMRA에 따르면 2022년 보험상품 판매자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 소비자는 44%만 설계사를 신뢰한다고 밝혔다. 이는 프랑스(58%), 영국(69%), 대만(72%), 싱가포르(73%) 등 다른 국가보다 낮은 수치다.
국내 보험산업에서는 보험설계사가 상품 판매에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다만 일부 설계사들의 허위 상품설명이나 불완전판매, 부당승환 등으로 판매채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개인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 신계약 중 보험설계사를 통해 가입된 계약비중은 각각 59.7%, 79.2%에 달한다.
문제는 단기실적에 대한 압박으로 다수의 GA가 소비자 중심의 영업보다는 판매자 주도의 보험모집 관행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GA 간 과당경쟁이 격화하면서 너도나도 높은 수수료, 정착지원금을 제시하면서 우수 설계사 빼가기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보험 가입자들은 기존에 상담했던 보험설계사가 짧은 기간 내 사라지는 등 체계적인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
담당 설계사의 잦은 변경으로 부당승환에 노출되기도 한다. 금융감독원은 작년부터 올해 8월까지 5개 대형 GA에 대한 부당승환 여부를 점검했다. 그 결과 5개 대형 GA에서 총 351명의 설계사가 2687건(1개사 평균 537건)의 신계약을 모집하면서 3502건(1개사 평균 700건)의 기존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설계사별로 살펴보면 설계사 1인이 39건의 신계약을 모집하면서 41건의 기존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킨 사례도 있었다.
부당승환은 보험설계사가 판매수수료를 받기 위해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보장내용이 비슷한 새로운 보험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보험 리모델링이나 보장강화 등을 명목으로 보험 소비자가 유사한 보험으로 갈아타도록 권유하는 행위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기존 보험계약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놓치게 될 우려가 있다.
보험모집시장에서 소비자, 보험사, 상품판매자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다 보니 보험설계사들은 소비자 입장보단 판매자 중심에서 수수료가 높은 상품만 판매하는 등 편향된 영업구조를 띠게 되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특성상 상품구조가 어렵고 가입과정이 복잡해 보험설계사를 통한 대면 중심의 영업구조가 지배적”이라며 “제판분리가 확대되면서 보험 판매 기능이 외주화됐지만 여전히 판매채널에 대한 책임 소재는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은 보험업계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의 판매채널 운영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모집수수료나 신규 판매인력 채용 경쟁 등 근시안적 영업관행에서 벗어나 판매 전문성을 강화하고 사업모형 혁신에 대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제판분리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환경에서 모집업무를 판매회사에 위탁한 보험회사가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위탁자로서 수탁자에 대한 관리·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보험회사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매업무 위탁회사에 대한 선정기준 및 내부통제장치를 마련하고 이들과의 협업을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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