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홍대 공연장의 이유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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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홍대 공연장의 이유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③]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4.09.2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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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에서 홍대로 이동한 서울 인디음악 거점, 다시 분산되는 중
생기스튜디오 “씬에 코로나 생채기 깊어…지금은 생존이 목표”
클럽 빵 “문 연 지 30년…‘지속가능성’ 위한 새로운 과제 찾는 중”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지난 9월 22일 홍대 클럽 빵 전경. 오늘 공연 팀 이름이 나무에 기댄 칠판에 적혀 있다. ⓒ시사오늘 권현정 기자
지난 9월 22일 홍대 클럽 빵 입구. 당일 공연 팀 ‘떨리는 가슴’, ‘류수환’, ‘소히’, ‘사람또사람’ 등의 이름이 나무에 기댄 입간판에 적혀 있다. ⓒ시사오늘 권현정 기자

지난 몇 년간 수다한 공연장이 홍대를 떠났다. 다만, 서울 지역 음악가들의 오프라인 거점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다. 문래로, 을지로로, 성수로 공간이 옮겨가면서 홍대 앞에 밀집해 있던 ‘인디음악 씬’은 분산 혹은 확산 중이다. 1990년 대 말,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으로 신촌에서 홍대로 문화예술인들이 자리를 옮겼던 것처럼, 대안을 찾아 떠나고 있는 셈이다.

꼭 홍대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더 적절한 곳이 있다면 공간과 사람은 언제든 옮겨갈 수 있다고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도 씁쓸함은 남는다. 문화자산이 키운 동네가 결국 문화자산을 밀어내고 허울만 남는 일이 자꾸 반복되는 것 같아서다.

시련의 굴레를 벗을 수야 없겠지만, 기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를 것이라고 믿는다. 홍대 소재 인디 음악 공연장 두 곳 ‘클럽 빵’과 ‘생기 스튜디오’에 홍대 및 홍대 인디씬에 대한 기억과 현재의 고민을 물었다. 인터뷰는 각각 진행했으나, 기사에서는 이를 대담형식으로 재구성했다.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네요”


Q. 각 공연장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운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영등 클럽 빵 사장(이하 ‘김’): 클럽 빵은 사회적인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또, 이걸 목표로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문 연 지 30년 됐다. 개인적으로는 홍대 쪽에 많은 친구들과 공간들이 모여 있다는 점에 끌렸다. 즐겁게 운영하는 중이다.
 
정주영 생기 스튜디오 생기장(이하 ‘정’): 생기 스튜디오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중심으로 공연, 이벤트, 파티를 할 수 있는 ‘베뉴’(Venue, 공연, 회담 등 행사가 열리는 장소)다. 간간이 공연 라이브 클립 등 음악과 관련한 영상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인디 씬이나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여기에 기여하면서 개인적 생활도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자 문을 열었다. 특히, ‘녹음 스튜디오’ 만큼 사운드 퀄리티를 높여서, 음악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자기를 프레젠테이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자 노력했다. ‘생기세션’ 등 유튜브 시리즈를 만든 것도 이를 알리기 위함이다.

Q. 코로나가 남기고 간 상처가 컸다. 공연 자체가 무산되는 일도 많았고, 관객 수도 제한됐다. 지금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다.

김: 코로나 시기는 몇몇 친구들의 금전적 도움이나 공연장 밖에서 벌어온 재원 등으로 버텼다. 지금은 코로나 시기보다는 상황이 더 낫긴 하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이 넘치는 공간은 아니기에 나아졌다가 쪼그라들었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9월은 좀 마이너스를 본 상황이다.

코로나 영향도 있겠지만, 빵이 가진 사람을 끄는 역량 부분이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생각도 한다. 아무래도 유튜브 등이 나오면서 공연을 찾고 즐기는 형식이 바뀌었으니까. 여하간, 운영이 궤도에 오를 때까진 한참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올해 운영 6년차를 맞았는데, 이중 절반인 3년을 코로나로 고생했다. 코로나 때는 ‘제약이 있었다’기 보다 아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나름 공을 들여 공간을 만들었는데 ‘포기해야 하나’ 생각할 정도였다. 월세를 밀려가면서 겨우 버텼다.

지금은 상황이 나아지긴 했다. 다만, 코로나 전과 비교해보면 시장이 전보다 작아졌단 걸 느낀다. 관객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무대를 찾는 뮤지션 측면에서도 그렇다. 그 전까진 새로운 뮤지션이 씬에 들어오면서 오래 활동한 이들과 ‘순환’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코로나가 끝나고 기획 공연을 잡으려 보니 ‘대가 끊어진’ 느낌이 들더다. 장르적으로 말하자면 ‘똘기 있는’, ‘객기 부리는’ 이들이 줄었다는 느낌. 무대가 줄다보니 그 계기로 사라지게 된 건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느껴진다.

생기 스튜디오 내부 무대. ⓒ생기 스튜디오
생기 스튜디오 내부 무대. ⓒ생기 스튜디오

Q. 최근 몇 년간 많은 공연장들이 문을 닫았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공연장에도, 뮤지션들에게도 깊은 시기인 것 같다. 어떤 시도들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김: 씬 안에서는 공연이 방법이겠다. 오래 전부터 몇몇 공연장이 모여 한 달, 두 달에 한 번씩 진행하는 ‘라이브 클럽 데이’ 형태라든지.

다만, 문화예술 영역은 정부나 사회로부터의 적절한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만 지속해나갈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그간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인디음악 지원사업 등이 그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별개로, 최근에 해당 사업이 서울시 단위 사업에서 구 단위 사업으로 바뀌면서 씬 안에서 걱정이 있더라. 얼마나 잘, 체계적으로 이뤄질 것인지 하는 부분에서다.

기자주: 지난해까지 서울문화재단에서 매년 진행했던 인디음악 기획공연 지원 시리즈 ‘서울라이브’는 올해부터 ‘N개의 서울-자치구 인디음악 생태계 지원사업’으로 변경됐다. 서울문화재단 주최사업인 점은 같지만, 이전에는 뮤지션 각각이 직접 공모하는 형태였다면 현재는 각 자치구가 경쟁공모를 통해 예산을 확보하고 각각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정: 결국 문제는 시장의 ‘캐파’(규모)다. ‘리그’가 형성되려면 인디 음악을 즐기는 수요층이 충분해야 하고, 맞물려서 충분한 숫자의 ‘선수’가 필요하다. 둘다 충분하지 않단 생각이다. 수요가 적어서 선수가 부족한 건지, 선수가 부족해서 수요층이 부족한 건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고민을 한다.

뭐든지간에,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는 느낌도 받는다. 지금 스스로 할 수 있는 노력이라고 해봐야 공연장을 잘 가꾸고 기획 열심히 하고 서비스 잘 해주고, ‘자영업자’로서 할 수 있는 일뿐이니까.

 

“여기서 청춘의 꿈을 꿨어요. 마음의 고향 같은 존재죠”


Q. 공연장 운영자로서 현재의 고민이나 목표도 궁금하다.

김: 라이브 클럽 운영을 막 시작할 때, 친구들과 그런 얘기를 했었다. 우리도 외국 공연장처럼 아저씨도 무대하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무대하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는 얘기였다. 지금은 시간이 쌓이다보니, 우리가 예전에 바랬던 기대가 지금 어느 정도는 실현되고 있다. 40대, 50대 뮤지션도 공연을 하고 있으니까.

다만, ‘다음 목표’가 고민이다. 예전엔 나와 여러 음악하는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같이 무언갈 한다는 게 이상을 실현하는 거였고, 그렇게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만으로 지속가능하진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50대에 접어들고 보니, 지속가능성에 대한 답이 20대, 30대, 40대 때와는 달라지고 있다. 체력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점점 어려운 상황이다. 나와 음악가들 사이에선 많게는 30년 이상 나이 차도 나다보니, 소통하는 부분이 예전같지 않더라.

(기자: 무섭게 들린다.) 그럴 건 아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가 지금의 가장 큰 고민이란 거다. 60대에도 빵을 운영한다면, 그때에 맞는 과제와 숙제들이 던져지겠지 한다. 지금은 처음으로 돌아간 것 같다.

정: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시작할 땐 원대한 꿈이 있었다.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니 좌절하게 되더라. 최종 목표는 지금도 같다. 음악가들이 퀄리티 있는 공간에서 프레젠테이션 할 수 있게끔 하는 것. 다만, 공연 외 콘텐츠 부분은 의뢰가 들어오면 제작하는 정도로 축소됐다. 당장의 목표는 ‘서바이벌’, 생존이다.

Q. 음악을 듣는 방식이 예전보다 다양해졌다. 오프라인 공연 거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또, 그게 홍대여야만 할지도 여쭙고 싶다.

정: 오프라인 공연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접 만나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즐기는 건, 전화통화로 연애하는 것과 직접 만나 연애하는 것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게 꼭 홍대일 필요는 없다. 여러 동네로 많이 분산되기도 했고. 다만, 여전히 홍대가 가진 상징성과 접근성은 남아있다. 그런 의미가 있겠다.

김: 마찬가지다. 거점이 꼭 홍대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양한 곳에 활동이 ‘확산’되는 형태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쨌든 홍대 앞은 여전히 관련한 공간과 활동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오래 전부터 꾸준히 많은 공간과 주체들이 활동하면서 씬을 형성한 공간이고. 지속할 수 있을 정도의 관심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홍대에서 오래, 여러 방식으로 머물렀다. 클럽 빵 사장님은 공연장 활동과 함께 서울여성공예센터 센터장 등으로도 활동했었고, 생기 스튜디오 생기장님은 여기서 활동하는 베이시스트였다. 홍대는 본인에게 어떤 곳인가?

김: 가장 오랫동안 사회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이다. 옛날 말이지만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정: 지금 50대를 바라보고 있는데, 홍대는 20대부터 놀던 곳이다. 당시 음악을 하고 싶었고, 그걸 하기 위해 비빌 데가 홍대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친구들도 여기서 만나게 됐고, 여기서 꿈을 꿨다. 딱 그런 의미겠다. ‘마음의 고향’.

지난 22일 클럽 빵에서 ‘사람또사람’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시사오늘 권현정 기자
지난 22일 클럽 빵에서 ‘사람또사람’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시사오늘 권현정 기자

빵은?

지난 1994년 이대 후문 부근에서 문을 연 공연장이다. 지난 2004년 서교동 지금의 위치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7월 포스트록 밴드 ‘잠’이 20년 만에 꾸민 무대를 시작으로 올해 30주년 기념 기획공연 시리즈가 진행되고 있다. 신인 발굴을 위한 오디션이 진행되는 공연장 중 하나. 대표 활동으론 지난 2015년까지 빵 활동 음악가들과 네 차례 진행한 ‘빵 컴필레이션 앨범’ 제작 및 기념 공연 프로젝트가 꼽힌다.

생기 스튜디오는?

지난 2018년 문을 연 공연장 겸 녹음·녹화 스튜디오. 대관공연을 주로 진행하지만, 공연장 색채를 드러내는 기획공연도 진행 중이다. 공연 영상 시리즈 ‘생기 세션’ 등 오픈 초기부터 영상 매체를 적극 활용해왔다. 오는 10월 24일엔 다복길 소재 인근 공연장 4곳과 함께 동시다발 공연 프로젝트 ‘올블레스 시그니처’에 참여할 예정.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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