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엔 ‘인재 확보’…“캐즘으로 R&D 더 중요해진 상황, 투자 지속”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에너지(Energy) 업계 내 ‘이 사람 저 사람’(이런 이 저런 이)의 ‘이러니저러니’ 하는 말들을 그러모아 한데 꿰어보려 합니다. 손에 안 잡히는 수치나 전문용어로 가득한 설명문보다는, 사람의 목소리로 전했을 때 더 선명하게 보이는 현장도 있지 않을까요.
배터리 업계가 유튜브 운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입니다. 소비자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과 함께, 2030 구직자와의 소통 채널 기능도 하고 있단 설명입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배터리 셀 제조 3사는 모두 공식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유튜브를 활용해 홍보에 나서는 게 이례적인 건 아니지만, 콘텐츠의 면면은 눈길을 끕니다. 기존의 브랜드 필름 일색에서 벗어나, 예능 형식 콘텐츠를 올리고 있어섭니다.
SK온은 앞서 댄서 아이키, 밴드 루시 등 유명인들과 협업해 예능, 뮤직비디오 틀의 영상을 연재했습니다. 삼성SDI는 각 부서 직원의 브이로그나 배터리를 활용한 실험 등을 주제로 콘텐츠를 게시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임직원이 수능 모의고사 화학 문제를 풀이해주는 짧은 영상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배터리 업계가 유튜브 문법을 따라 채널을 운영하는 배경으로는 소비자 대상의 브랜딩 필요성이 꼽힙니다.
배터리사는 전기차 등을 주요 고객사로 하는 B2B 기업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소비자들도 배터리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정부도 배터리 제조사 공개 의무화 등으로 호응하고 있습니다. 결국 브랜드 입장에선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제대로 알려야할 중요성이 대두됩니다. 업계 관계자 A씨의 말입니다.
“이제 소비자도 전기차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전기차 스펙, 제원과 함께 어떤 배터리를 썼는지 볼 수 있게 됐는데요. 그렇다보니, 이제 배터리에 대해서도 소비자 선호가 생길 수 있겠단 예상을 업계에선 조심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인재 확보’ 역시 주요한 이유입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에 따르면, 국내 이차전지 산업 현직자는 필요인력을 하회하는 수준입니다. 2022년 말 기준 산업 현원은 5만6340명으로, 필요 인력보다 2565명 부족했습니다. 특히, R&D 인력 확보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단 게 업계 설명입니다. A씨의 말입니다.
“배터리 업계에서 기술개발은 항상 중요한 부분이에요. 더군다나 최근 업황이 가라앉으면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만으로는 큰 변화를 꾀하긴 어려울 거란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고요. R&D 인재 확보가 더 중요해진 상황입니다.”
업계의 R&D 인재 모시기와 지키기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국내·외 대학과 손잡고 채용 연계형 계약학과를 운영하거나 임직원 교육에 나서는 식으로요.
오프라인 채용설명회 역시 이런 분위기를 따르고 있습니다. 배터리사는 LG에너지솔루션 BTC(Battery Tech Conference), 삼성SDI 테크앤드커리어(Tech & Career)포럼, SK온 글로벌포럼 등을 통해 국내외 인재와 만나고 있습니다. 행사는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구직자와 질답을 진행하고, 현재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소개하고 참여 인재들의 기술 역량도 선보이는 자리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A씨의 말입니다.
“이공계 인재 수요는 배터리 분야뿐 아니라 테크 관련 기업들에 다 있거든요. 그래서 기술 관련 기업이라면, 다 네트워킹 행사에 공 들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장의 채용에 영향이 있다기 보다는, 안 했을 때 인지도 제고 측면이나 우수인재 확보 차원에서 뒤쳐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의 방향성도 더 많은 인재와 소통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획됐다는 설명입니다. 딱딱한 직무 설명보다는 말랑한 직원 브이로그를, 기술 설명 보다는 가벼운 실험 콘텐츠를 연재해 채널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식으로요. 실제로 채널의 전략은 일부 성과로 돌아오는 모습입니다. 업계 관계자 B씨의 말입니다.
“아무래도 B2B 기업이다 보니 인재 확보 차원에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실제로 유튜브 채널 영상을 보고 입사한 직원도 있었어요.”
배터리 업계는 향후에도 오프라인 채널과 온라인 채널을 병행해 인재 확보에 박차를 가할 전망입니다. A씨의 말입니다.
“요즘처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일수록 R&D 투자는 더 열심히 단행해야 한단 게 업계 판단입니다. 그래야 다시 소비가 살아날 때 탄력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워낙 다양한 기술이 계속 새롭게 나오는 업계기도 하고요. 잠깐 손을 놨다가는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건 순식간이에요. 앞으로도 R&D와 인력투자 만큼은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나설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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