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올 하반기 실적에 악영향
백승준 사업총괄 “비용 규모 등 집계 중”
손실 규모 알 수 없어…보유 현금은 풍부
금융투자라는 단어를 보면 ‘재미없는 분야’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생소한 단어와 투자상품은 우리를 금융투자로부터 더욱 멀어지고 싶게 만든다. 그러나 한 평생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 흔한 예금조차 투자다. 결국 금융투자는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준VEST] 코너에서는 증시부터 각종 정책, 이슈, 사건사고, 자본시장까지 어떤 제한도 두지 않고 투자의 모든 것을 다루고자 한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조금씩 정방향으로 움직이는 듯했던 카카오페이의 ‘흑자 시곗바늘’이 다시금 멈출 위기다. 모회사인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제 갈 길만큼은 잘 가고 있는 카카오페이는 올해 연간 기준 두 번째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티몬과 위메프(이하 티메프)라는 불청객이 등장하면서 당장 하반기 실적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카카오로부터 핀테크 사업부가 분사돼 설립된 카카오페이는 분사 이듬해인 2018년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출액(700억 원)을 훌쩍 넘는 935억 원의 순손실을 낸 것. 분사 후 2년 동안의 적자로 인해 누적된 결손금은 1200억 원이 넘어섰다. 그랬던 카카오페이가 올 상반기 기록한 매출액과 순이익(연결 기준)은 각각 3618억 원, 8억 원이다. 거래액 증가세에 힘입어 매출이 늘고, 비용은 줄여나간 덕에 올 2분기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126억 원) 42% 준 73억 원까지 축소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역시 기존 -8.5%에서 -3.9% 수준으로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순이익은 금융수익 증가세 덕에 6억 원을 기록, 두 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물론 자회사들의 적자는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카카오페이 연결회계 대상이 되는 자회사들 중 지난해 말 인수한 페이민트(지분율 87.7%)를 제외한 KP보험서비스(96.9%), 카카오페이손해보험(100%), 카카오페이증권(67.4%)의 실적을 포함한 연결 기준과 별도 기준 재무상 이익 격차는 여전히 크다. 다만, 올 들어 운전자 및 영유아보험 출시에 힘입어 카카오페이보험의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93% 증가하고,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우 주식 거래액과 건수가 늘어난 덕에 같은 기간 51%의 매출 상승세를 나타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인적 쇄신의 일환으로 카카오게임즈 및 엔터 등 카카오그룹 계열사들 대표 교체 속에서도 신원근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며 올 상반기 쾌조의 출발을 한 카카오페이다. 그런 카카오페이 앞에 티메프라는 암초가 나타났다. 지난해 말 정산 주기를 변경한 티메프가 올 7월 대금 정산을 지연, 일파만파 커진 환불사태에 카카오페이 등 PG(전자지급결제업체)가 최전선에서 그 부담을 떠안으면서다.
기존에 카카오페이를 비롯한 PG들은 티메프에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했다.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이용해 티메프로부터 할인된 가격에 모바일 상품권을 사들인 뒤 PG로부터 현금으로 환급받았다. 이 과정에서 PG들은 할인 금액만큼의 환불 수수료를 소비자들로부터 징수한 뒤 상품권회사에 가맹수수료를 지급함으로써 일정 수익을 냈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등 PG가 티메프에서 결제를 취소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선 환불 처리에 나서면서 당장 현금 출혈을 겪게 됐다.
당초 카카오페이는 티메프에 구상권 청구 등과 같은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7월 말 티메프가 기업회생 신청을 함에 따라 구상권 청구 계획은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아직 티메프 사태에 대한 환불 처리가 완료되지 않은 탓에 정확한 피해 규모나 환불 완료 시점 등을 파악하긴 어렵다. 때문에 카카오페이는 올 하반기 중 관련 손실을 재무상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PG 중 한 곳인 NHN페이코의 경우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상태다. 올 2분기 102억 원 규모의 미수채권을 대손상각비 처리했고, 이 탓에 이 기간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했다. 향후 환불 규모 등 교통정리가 마무리되고 나면 추가 금액만큼의 손실이 하반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NHN페이코(700억 원)와 카카오페이(6154억 원)의 매출액 격차가 약 7배 수준이라는 점과 카카오라는 브랜드 파워에 빗대 볼 때 손실 규모는 NHN페이코의 2분기 대손상각비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현금 출혈 자체는 우수한 현금력을 지닌 카카오페이 입장에서 큰 문제가 되진 않을 전망이다. 올 2분기 기준 카카오페이가 보유한 현금은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 2조450억 원에 달한다. 1분기 기준 고객민원을 비롯해 펌뱅킹 계약, 임직원의 스톡옵션 및 우리사주 대출 담보 설정 등으로 당장 운용이 불가능한 539억 원의 현금을 제외하더라도 약 2조 원이라는 풍부한 유동성을 자랑한다.
문제는 하반기 실적이다. 티메프 결제 매출이 반영된 2분기 실적이 공개된 상황이라 올 하반기에 관련 손실을 재무상 반영해야 한다. 사실상 올해 연간 기준 두 번째 흑자(순이익 기준)는 물 건너간 셈이다. 백승준 카카오페이 사업총괄은 “(환불 관련) 비용이나 규모 등을 집계 중인 단계로, 회수 가능 비용은 지속 확인 중”이라며 “피해 예상액을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 입장에선 가뜩이나 대주주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카카오라는 든든한 뒷배에 기댈 수도 없게 됨은 물론 신사업 추진 동력원마저 잃게 될 위기다. 여기에 티메프 사태까지, 설상가상인 상황이다.
주가는 이 같은 회사의 처지를 대변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올 들어서만 51% 내려앉았다. 카카오페이가 올 하반기 악재에 신음하게 될 것인지 순탄한 반등을 위한 활로를 찾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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