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씨티리써치, 현금성자산 290만 원…총차입금 561억에 이자 비용마저 부담
아나패스, 지씨티세미컨덕터 지분율 20% 미만…“경영진 선임 지명권 보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아나패스가 자기자본의 30%가 넘는 금액을 대여·담보 형태로 지씨티리써치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씨티리써치는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기차입금 이자마저 부담이다. 차입금 상환 여력에 의문부호가 붙는 상황임에도 모회사 지씨티세미컨덕터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어 그 배경 또한 주목된다.
아나패스-지씨티리써치 대여금 상환기간 연장…상환 여력은 물음표
26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최근 아나패스는 지씨티리써치에 대여한 60억 원의 상환기간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두 회사 간 자금대여 계약 체결일은 2016년이며, 2020년을 기점으로 1년마다 상환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자그마치 8년 동안 대여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까지 아나패스가 지씨티리써치에 대여하고 있는 자금의 총액은 지난 2022년 체결한 두 건의 계약(5월 30억 원, 9월 40억 원)을 포함해 130억 원이다. 이는 올 1분기 기준 아나패스 자기자본의 22.7%에 해당하는 액수다.
아나패스는 단순 자금대여 외 지씨티리써치가 2016년 하나은행(2016년, 90억 원)과 IBK기업은행(2017년, 92억 원)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에 대해서도 회사의 정기예금 182억 원을 담보로 제공했다. 아나패스가 지씨티리써치에 대여 및 담보하고 있는 총 자금액은 312억 원(아나패스 자기자본의 54%)이다.
아나패스에게 있어 지씨티리써치는 손자회사다. 아나패스는 지씨티세미컨덕터를 관계사로 두고 있고, 지씨티리써치는 지씨티세미컨덕터의 완전자회사다. 손자회사에게 자금을 대주는 건 흔한 일이다. 문제는 지씨티리써치가 차입금을 갚을 여력이 있는지 여부다.
지씨티리써치는 10년여 동안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지씨티리써치는 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느라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이자로 나간 비용만 15억8000만 원이다.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보니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마이너스(-)다.
계속된 적자로 재무상태도 악화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지씨티리써치는 자본금을 다 까먹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며, 누적된 결손금만 280억 원이다. 현금성자산은 290만 원에 불과해 현금 지급 여력도 없다. 동시에 매출채권은 298억 원으로, 전체 자산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채권이 줄지 않고,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한 회계 전문가는 이와 관련, “현금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재무 악화 속 모회사에 자금 대여…지씨티리써치 “답변 불가능”
당장 차입금 상환할 여력이 부족한 지씨티리써치가 모회사인 지씨티세미컨덕터에 자금을 대고 있는 상황 또한 의아함을 자아낸다. 지난해 말 기준 지씨티리써치는 지씨세미컨덕터에 135억 원을, 종속기업인 MTH에는 101억 원을 빌려준 상태다. 현재 지씨티리써치는 MTH에 대여한 자금 전액을 대손 처리했다. 돌려받지 못할 돈으로 재무상 인식했다는 의미다.
지씨티리써치 측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모회사에 자금을 대고 있는 이유를 묻자 “답할 수 없다”고 했다. 수익성 개선 및 재무 관련 질문에 대해서도 답하지 않았다. 다만, 아나패스 관계자는 같은 질문에 대해 “몇몇 기업들과 ‘칩’ 관련 계약을 맺은 게 있어 2025년부터는 지씨티리써치가 흑자 전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현재 아나패스 측은 지씨티리써치에 대여 및 담보한 자금을 받지 못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씨티리써치에 대여한 130억 원은 기대신용손실 충당금으로, 182억 원의 담보에 대해선 유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금융보증충당부채로 인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지씨티리써치의 전체 단기차입금은 561억 원으로, 이는 전체 부채의 76%에 해당하는 액수다. 561억 원 중 아나패스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23%다. 은행 담보까지 포함할 시 아나패스로부터 대여받은 자금 총액은 지씨티리써치 전체 단기차입금 액수의 56% 수준까지 뛴다.
이경호 아나패스 대표가 지씨티리써치에 자금을 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아나패스의 최대주주이기도 한 이 대표는 지난해 기준 총 19억 원을 지씨티리써치에 빌려준 상태다. 이 기간 2억1000만 원을 돌려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이자율이다. 지씨티리써치가 아나패스로부터 빌린 자금에 대한 이자율은 5.50%인 반면, 이 대표와 맺은 차입 계약의 이자율은 7.50~9.00% 수준이다.
높은 이자율로 인해 이 대표 본인은 많은 이자수익을 거두겠지만, 이는 결국 지씨티리써치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손자회사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운영자금을 대주고 있으면서도 높은 이자율이 지씨티리써치 재무 상황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실제로 지씨티리써치는 지난해 말 6억 원을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자 비용으로 인해 순손실을 냈다.
아나패스, 지씨티세미컨덕터 지분율 27%→16%…“경영진 선임 지명권 보유”
지씨티리써치의 중간지배기업인 지씨티세미컨덕터 지분율이 줄어든 것도 문제될 수 있다. 올 초 지씨티세미컨덕터가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서 아나패스의 지씨티세미컨덕터 지분율은 기존 27.30%에서 15.87%로 줄었다. 대개 지분율이 20% 미만으로 떨어지면,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것으로 본다. 더 이상 계열사로 볼 수 없단 얘기다.
더 이상 손자회사가 아닐뿐더러 상환 여력도 부족한 회사에 투자한다는 사실이 주주들의 반발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기준 아나패스의 기타 주주 지분율은 약 72%에 달한다.
다만, 아나패스 측은 지씨티세미컨턱터에 대한 지분율이 20% 미만이 됐음에도 여전히 이 회사와 지씨티리써치를 관계사로 보고 있다. 지씨티세미컨덕터에 대한 경영진 교류 등 유의적인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는 이유에서다.
아나패스 관계자는 “지씨티세미컨덕터 경영진을 선임할 수 있는 지명권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유의적인 영향력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지분법 회계 처리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의 지씨티리써치 대여금 관련 이자율에 대해서는 “이 대표가 지씨티리써치를 돕고자 하는 뜻에서 본인 돈 외 개인 신용을 통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지씨티리써치 측에 대여해 주고 있는 것 정도로 안다”며 “은행 이자도 내야 하고, 지씨티리써치로부터 받는 이자에 붙는 세율과 소득세 등을 모두 고려한 이자율 산정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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