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과 에프앤가이드만 가치 제고 계획 밝혀
공시 계획 응답자 중 47%가 계획이 없거나 미정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이 최종 완성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이 정책을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했다. 최소한의 주가 상승 동력원으로서는 부족함이 없지만, 강제성이 없다는 점에서 굳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이유가 있겠냐는 이유에서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들면 끝이 없다. 애초 기업의 참여를 기대할 수 없다는 문제에서부터 막힌다. 무엇보다 밸류업 프로그램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인 지배구조 개선 내용도 없다. 투자금 확보 등의 목적으로 기업의 핵심 사업부를 떼내 상장시키는 문어발식 쪼개기 상장은 대표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소다.
지난 5월 26일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종 가이드라인이 확정됐고, 이튿날에는 밸류업 공시 통합 페이지가 출범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향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는 3곳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KB금융의 경우는 올해 4분기 중 계획을 발표하겠다는 안내공시라는 점에서 실제 가치 제고 공시로 볼 수 있는 기업은 키움증권과 에프앤가이드, 두 곳뿐이다.
2주가 훌쩍 넘는 시간이지만, 키움증권과 에프앤가이드 외에 공시를 한 상장사는 아직 없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처음 언급된 건 올해 초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올 1월 밸류업 프로그램 구상을 밝혔고, 이후 1차 세미나(2월) 그리고 2차 세미나(5월)을 거쳐 공시 페이지가 만들어졌다.
약 6개월이라는 준비 기간 두 개 상장사만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는 점은 투자자들 입장에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최초 가이드라인이 2월에 발표됐고, 최종 확정된 시점으로부터 불과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봤을 때 당장의 공시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애초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던 상장사였다면, KB금융의 경우처럼 최소한 언제까지 계획을 내놓겠다는 공시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공시는 사업·경영 계획상 중대한 변경으로 수정이 필요한 경우 수정 및 보완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밸류업 공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맴돈다.
공시 통합 페이지가 나오기 전을 보더라도 저 PBR 주로 분류되는 은행·증권·보험·자동차 업계는 올 1분기부터 주주친화적 정책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대다수 상장사들에게선 이 같은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당장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없는 경우가 있는 상장사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앞서 기자가 향후 주가 부양 그리고 주주들을 위한 정책을 준비하는 것이 있느냐고 한 도서 관련 A 상장사 관계자에 물었더니 불편한 기색을 대놓고 드러내기도 했다. 주가 관련 질문이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눈치였다.
이 관계자는 “주가는 회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주가 흐름이 좋지 못 한 기업은 우리 말고도 많은데 왜 하필 우리에게 물어보는 것이냐”며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게 개인주주들의 불만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좀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주환원을) 고려하고는 있지만, 하겠다 혹은 안 하겠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신경제연구소가 이달 공개한 밸류업 간담회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중 46.9%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계획이 미정이거나 없다고 답했다. 밸류업 공시가 시작된 현시점에 와서도 상장사들의 의지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증시 부양을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이제 막 첫발을 뗐지만 강제성이 없고, 인센티브는 부족하고, 가장 중요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내용이 없다는 등의 꼬리표가 벌써부터 따라붙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상장사 스스로의 의지다. 애초 상장사가 주주들을 위한 주주친화적 정책을 펼치고 있었다면 밸류업 프로그램이 나오지도 않았을 터다. 이른 시일 내 그 공시로 하여금 그 의지를 보였으면 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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