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시장 점유율 1위 SK하이닉스…“견고한 시장 지위가 지속될 것”
삼성전자 2024년 1분기 영업익 6.6조…증권가 전망치 20% 이상 상회
6세대 10㎚급 D램 양산 계획 구체적으로 밝혀…삼성전자가 ‘처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강수연 기자]
HBM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쳤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우위를 보인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생성형 AI 서비스 확대에 힘입어 그래픽처리장치(CPU)와 신경망처리장치(NPU)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HBM 시장 규모가 2026년까지 고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HBM은 고대역폭 메모리 기술로, GPU 및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 등의 대규모 데이터 처리에 필수적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빅데이터·자율 주행 자동차 등의 산업 발전에 따라 메모리의 대역폭과 용량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는 가운데, HBM은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있어서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이 메모리는 초당 최대 1.2TB(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으며, 30GB(기가바이트)짜리 초고화질 영화 40편을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속도를 가지고 있다.
바로 이 분야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서가고 있다는 것. 현재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HBM3를 AI 칩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에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또한 5세대인 HBM3E도 지난달 말부터 고객사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계속해 선두를 달릴 수 있을까.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 시장은 지속 성장하고 있으며, 절대적인 판매량과 매출 규모의 증가가 중요하다”며 “SK하이닉스는 HBM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으로 GPU의 연산 능력과 성능이 더욱 강조되고 있어, 더 나은 연산 능력 향상을 위해 HBM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HBM3E 양산을 예정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경쟁 심화보다는 SK하이닉스가 이미 글로벌 1위 HBM 업체임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강조되고 있다.
HBM 기술이 고성능 그래픽 카드 및 데이터 센터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이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기술적 우위와 경쟁력은 경쟁사의 진입에도 쉽사리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록호 하나증권 수석연구원은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시간이 필요하긴 하다”면서 아직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독보적임을 시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를 부정하며, 오히려 삼성전자에 ‘봄’이 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 업황의 호황으로 삼성전자가 고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HBM 공급이 지연되며 경쟁사 대비 저평가를 받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12Hi HBM3E 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하반기 본격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HBM3E 양산 시점과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투자 후에 직접적인 결과를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며,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매년 40조~50조 원의 투자를 반도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이 점에서 SK하이닉스가 앞으로의 규모의 경제에서 밀려, SK하이닉스가 HBM 물량을 다 공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적자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D램 생산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가 투자를 이어가면 차츰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SK하이닉스가 삼성에 규모의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는 평가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5일 발표한 2024년 1분기 연결 기준 실적(잠정)에서 영업이익이 6조6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3개월간 영업이익이 지난해 1년간 영업이익(6조5700억 원)보다도 300억 원 더 많았다.
이번 실적은 증권가 전망치를 20%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이번 1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 대비 25.39% 상회했다. 71조 원을 기록한 매출은 시장 예상치보다 2.23% 하락한 규모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두고 김록호 수석연구원은 “컨센서스를 웃돈 주요인은 재고 평가 환입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재고가 높은 상황에서 반도체 업황이 반등하면서 재고평가손익이 양수로 반영된 것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글로벌 반도체 학회 ‘멤콘(MemCon) 2024’에서 6세대 10㎚급 D램 양산 계획을 발표했다. 6세대 10㎚급 D램 양산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힌 곳은 삼성전자가 최초다.
삼성전자는 2021년 10㎚급 4세대 D램을 양산 소식을 전한 뒤, 2023년에는 10㎚급 5세대 D램을 양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연내 해당 제품을 양산한다면, 1년여 만에 차세대 제품을 선보이게 된다.
또한 미래 반도체 시장 확보를 위해 2026년에는 10㎚급 7세대 제품을 양산하고, 2027년 이후에는 한 자릿수 나노 공정을 통해 D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는 투자했다고 (성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2~3년 후에 나타난다”며 “아직은 HBM이 그렇게 큰 시장이 아니기에 나중에 (시장이 커지면 경쟁사가) 그 물량을 다 공급하지 못 할 것이다. 한번 지켜보자”고 했다.
좌우명 : Hakuna mat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