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재무건전성 집중해 부진 돌파하고 ‘경영 혁신’ 해나갈 듯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가 지난달 말 사임 의사를 밝힌 이후 DL이앤씨는 새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빠르게 밟고 있다. 특히 DL이앤씨 이사회는 신임 대표로 마창민 대표에 이어 다시 한번 LG전자 임원 출신을 내세운 상황이다.
지난해 주택부문 실적부진을 겪은 DL이앤씨가 비(非)건설업 새대표 체제에서 향후 신사업을 확장하고 비교적 양호한 재무건전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창민 재선임에도 자진 사임…지난해 플랜트 성장과 주택부진 두드러져
3일 공시자료에 따르면 DL이앤씨의 이사회는 새 대표이사로 서영재 전 LG전자 전무를 추천했다. 서영재 내정자는 LG전자의 IT사업과 전략부문에 오래 몸담았다. LG전자에 1991년 입사한 뒤 2011년부터 임원으로 지냈다. 주로 스마트홈 관련 분야에서 활약했고 2019년부터 전략부문에서 비즈인큐베이션(Biz. Incubation)센터장을 지낸 뒤 2022년 IT사업부장으로 지냈다.
지난 2021년 1월 DL 지주회사의 전신인 대림산업에서 물적 분할된 DL이앤씨의 첫 대표이사를 지내온 마창민 대표는 지난 2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재선임됐지만 스스로 물러났다. 마 전 대표도 2020년까지 LG전자 MC사업본부에서 모바일 사업 마케팅을 담당한 뒤 2020년부터 대림산업에서 경영지원본부장을 지냈다.
당시 DL이앤씨는 마케팅 전문가인 마 대표 임명을 계기로 회사의 디지털 전환과 디벨로퍼로서 ‘토털 솔루션’의 역할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신사업을 통한 도약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뜻이다.
하지만 건설분야 경험이 없었던 점이 실적 부진을 초래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지난해 DL이앤씨의 영업실적이 다소 부진하고 원가율이 높아진 가운데 주택부문의 부진과 플랜트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진 모양새를 나타냈다. 실제로 지난달 13일 낸 2023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DL이앤씨의 2023년 연결 기준 매출은 7조9910억원으로 2022년보다 6.5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307억원으로 3분의1가량 줄었다.
영업이익 감소는 DL이앤씨의 주요 사업부문 가운데 주택부문이 주도했다. 주택부문의 매출은 5조2569억원으로 플랜트의 1조6194억원보다 2배가량 더 많다. 반면 영업이익은 주택과 플랜트 각각 2007억원과 2199억원으로 오히려 플랜트부문이 100억원가량 더 창출했다. 2022년과 비교해도 플랜트는 영업이익이 63.4% 증가한 반면 주택은 절반이 넘는 54.11% 감소했다.
수주 실적도 플랜트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DL이앤씨의 별도 기준 전체 수주액은 11조6088억원으로 전년대비 34%가량 증가한 가운데 플랜트 부문의 수주실적이 3조460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가량으로 증가했다. 반면 주택부문은 6조7192억원으로 6% 증가에 그쳤다. 주택·건축사업과 토목사업을 맡는 자회사 DL건설의 경우 3조2806억원을 나타내 전년보다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실적은 임원 성과에 대한 평가에도 반영됐다. 지난해 주요 이사들 가운데 마창민 대표와 남용 이사회 의장,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기본급여만 받고 성과급에 해당하는 상여금을 지급받지 못했지만 유재호 플랜트사업본부장과 서영훈 모스크바지사장은 각각 상여금으로 3억6000만원과 2억800만원을 지급받았다.
주택시장 침체 속 신사업·재무건전성 집중할 듯…‘경영 혁신’ 일굴까
서영재 내정자의 최종 임명 여부는 다음 달 1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서 내정자가 대표이사로서 임기를 시작하면 무엇보다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신사업 안착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DL이앤씨가 내세운 주요 신사업으로는 소형모듈원전(SMR),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이 있다. DL이앤씨는 SMR 플랜트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두고 미국에서 ‘Xe-100’을 SMR 대표모델로 개발 중인 엑스에너지에 투자를 벌이고 있다. CCUS의 경우 2022년 8월 탈탄소 솔루션 중심의 자회사 카본코(Carbonco)를 통해 관련 분야에 진출했다.
서 내정자가 전략 부문 경험을 바탕으로 재무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지도 관건이다. 올해 건설업계가 PF에 더해 미분양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건설사의 재무 건전성 관리가 건설경기 회복 예상시점인 2025년 하반기 전까지 생존의 관건이 된 상황이다.
지난해 건설업계가 PF발 위기를 겪는 가운데 DL이앤씨는 비교적 재무적 불안정성이 작은 것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에 올해도 재무건전성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전망이다. 2023년 부채비율이 95.9%로 2022년보다 4.68%포인트 증가했지만 한국기업평가의 평가 대상 건설사 16곳의 평균 172.2%에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PF보증 규모의 경우 1조7000억원 규모로 자기자본 대비 43.1%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더해 수익성의 주요 관건인 원가율 개선과 함께 건설산업 프로세스를 혁신하겠다는 회사 목표에도 서 내정자가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DL이앤씨는 지난해 말 ‘전사적 고강도 기업혁신’에 나서며 임직원과 협력사 간 통합 업무 매뉴얼을 제작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DL이앤씨는 “품질과 안전, 원가, 공기 등 현장의 모든 이슈는 긴밀히 연결되기 때문에 티끌 같은 하자가 회사 신인도와 수익성, 생존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건설산업 관행과 문법을 바꾸기 위해 협력업체 관계 강화와 현장 안전관리 표준화, 품질 향상, 조직개편 등 ‘경영 혁신’을 꾀하고 있다”며 “이러한 경영 방침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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