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유무·연소득 고저따라 천지차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올해 하반기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이 있습니다. 이하 예랑이라고 칭하겠습니다. 이번 금융속풀이 코너에서는 예랑이가 신혼집을 구하면서 체감한 국내 부동산과 금융정책 현 주소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부의 전세 지양정책으로 예정에 없던 반전세 매물을 구한 예랑이는 동시에 대출상품도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발품을 팔며 만난 임대인과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서울시 신혼부부 전세대출을 추천했습니다. 준비해야할 서류가 복잡하고 절차도 기존 전세대출에 비해 복잡하지만 나라에서 지원하는 전세지원 혜택을 안받을 이유가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예랑이도 처음에는 이같은 점에 동의하고 한 시중은행 대출전용상담창구를 방문해 서울시 신혼부부 전세대출 상품에 대해 문의하게 됐습니다. 예랑이가 느낀 건 생각보다 시중은행 직권이 서울시 전세대출 상품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점심시간에 시간을 내서 방문한 은행직원이 설명한 전세대출 절차는 서울시가 공고한 내용을 그대로 읽는 수준이었습니다.
아울러 금리 혜택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서울시 신혼부부 전세대출 금리는 코픽스에 고정 가산금리 1.60%가 붙은 상태로 시작합니다. 2월2일 조회 기준으로 기준금리(신규 코픽스 6개월) 3.84%에 가산금리 1.60%가 더해진 5.44%가 시작점이죠. 여기에 대출금 이자 중 최대 4.0%의 대출이자를 서울시가 지원하는 형태입니다. 연소득에 따라 최대 연 3.0%, 그리고 추가적인 조건을 만족할 경우 최대 1.0% 혜택이 더해지는 거죠.
하지만 예랑이는 이같은 지원을 포기했습니다. 예랑이 조건상 지원을 최대한 받아도 지원 규모는 1.1%(부부합산 연소득 0.9%+6개월내 결혼예정 0.2%)에 불과해 사실상 부담해야하는 대출금리는 4.34%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결정적으로 서울시 신혼부부 전세대출 지원을 포기할 수 있었던 건 인터넷은행의 저리 전세대출 덕분이었습니다.
시중은행 직원도 신용도가 높다면 인터넷은행도 알아보라고 조언했습니다. 현재 시중은행 금리가 높아 당행 대출상품을 소개해도 서울시 전세대출 지원보다 금리가 높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예랑이의 신용점수는 KCB 기준 1000점, NICE 기준 981점으로 상위권 고신용자로 분류됩니다. 해당 신용도를 바탕으로 3대 인터넷은행 대출가능한도를 조회한 결과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서울시 전세대출(이자지원 포함)보다 낮은 수준의 대출금리(3.83%~3.95%)를, 케이뱅크는 이보다 더 낮은 3.79%의 금리를 제시했죠. 예랑이는 최종적으로 케이뱅크를 선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리 대출상품을 알아보지 않았다면 아찔했을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최근 대환대출플랫폼이 신용대출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전월세대출까지 확대되면서 대출심사에 걸리는 시간이 과거보다 늘었다는 겁니다. 통상 보름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가 소요됐다면 이젠 한달 가량 여유를 가지고 알아봐야한다는 조언을 상담창구 은행권으로부터 들었죠. 대환대출 문의 및 상담, 실제 대출실행까지 관련 업무가 집중되면서 심사기간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지난 1월29일 선보인 신생아 특례대출까지 겹치면서 심사기한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입니다.
고금리·고물가에 모두가 힘든 와중에 정부정책 울타리에 벗어난 (예비)신혼부부는 온전한 혜택을 누리기 힘든 상황이 참으로 아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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