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표 정치, 실용 vs 갈라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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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표 정치, 실용 vs 갈라치기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4.02.02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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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무임승차 폐지…‘운임적자 해소…형평성 부족’ vs ‘사회적 비용 고려해야’
경찰·소방·교정 공무원 지원하려면 여성도 군복무…“젠더 갈라치기 우려 있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훈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군 관련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은 합당을 공식 선언하고 개혁신당 원내대표를 맡기로 한 양향자 의원.ⓒ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군 관련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은 합당을 공식 선언하고 개혁신당 원내대표를 맡기로 한 양향자 의원.ⓒ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철 무상 이용 혜택을 폐지에 이어 지난 29일 여성의 군 복무 추진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정치인이 쉽사리 건들지 못했던 판도라의 상자를 이 대표가 연 것이죠. ‘노인 무임승차 폐지’를 내세울 경우, 노인층의 표를 잃을까 두렵고 ‘여성 군복무’를 외칠 경우 여성계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개혁신당의 파격적인 행보에 대해 ‘실리’와 ‘갈라치기’라는 상반된 평이 나옵니다.

 

노인 무임승차 폐지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1980년 5월 8일에 도입된 노인복지 제도로 40년 이상 유지된 정책입니다. 무임승차 제도가 도입됐을 당시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철도 이용요금 50%를 할인하는 형식으로 시작됐습니다. 1984년 전두환 정권의 주도 하에 노인복지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대상 연령은 65세로 하향되고 할인은 100%로 상향됐으며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집니다.

이 대표는 노인 무임승차로 인해 철도교통이 적자가 된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지하철 무임승차 비용이 2022년 기준 연간 8159억 원에 달한다는 통계를 인용했습니다. 또한 도시철도가 없는 지역 노인에 대한 형평성 확보가 어려운 부분 역시 언급했습니다. 

나아가 해당 정책은 과거 소련에서 시행했던 정책을 벤치마킹했기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죠. 

이 대표는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를 폐지하는 대신, 철도교통이 낙후된 지역 노인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안으로 ‘연간 12만원 선불형 교통카드 지급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선불형 교통카드를 지급함으로서, 비단 철도교통에만 치우쳐있던 교통복지를 여타 대중교통인 버스와 택시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균형의 추를 새로 놓은 셈입니다. 

이 대표는 해당 공약을 발표하면서 “개혁신당은 앞으로도 논쟁적이면서도 30년 뒤를 바라봤을 때 옳은 선택,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냉랭합니다.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은 같은 날 이 전 대표의 공약에 대해 “혐오정치의 전형”이라고 혹평했습니다.

조 의원은 “지난해 서울시 지하철 적자 논란 때에도 노인들 때문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다”며 “우리 사회에서 지하철 무상이용은, 산업화를 이끌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에게 드리는 얼마 되지 않는 혜택 중 하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가 노인 무임승차 폐지를 주장한 당일, 대한노인회에서는 극렬히 반발하고 나섰는데요.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룬 노인에 대한 우대는커녕 학대하는 주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김 회장은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해 (노인들이) 집에 있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걷기운동으로 건강해지는 것을 간과한 주장이고, 지하철 무임으로 노인들이 삼삼오오 벗하며 여행하는 행복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또한 무임승차로 소품을 배달하는 수많은 노인의 일자리를 박탈하는 것임을 간과한 무지의 주장”이라며 폐지론의 허점을 꼬집었습니다.

이 대표의 주장에는 맞는 말과 틀린 말이 공존합니다.

도시철도의 수도권 편중화로 인해 지방 노인은 사실상 무임승차 제도의 혜택 받지 못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전국의 광역철도교통망을 살펴보면, 서울 중심의 수도권에는 23개의 노선이 운영 중에 있습니다. 또한 GTX-A·C 광역급행철도를 비롯해 △동북선 △위례선 △신안산선 △동탄인덕원선이 건설 중에 있죠. 

지방은 어떨까요? 그마저도 영남권과 대전을 중심으로 한 일부 충청권에 한정돼있습니다. 호남권에는 도시철도가 광주1호선 외에는 전무한 상황입니다. 지방의 경우 현재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지하철 무임승차는 그들에게 있어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정말 지하철 적자는 노인 무임승차로 인해 발생하는 것일까요? 2023년 2월에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무임승차가 지하철 운영 적자의 핵심 원인이 아니라는 분석입니다.

대한교통학회에 따르면 도시철도 무임수송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운송 횟수와 열차 편성 수는 변화가 없어 무임승차가 존재하더라도, 실질적인 운영비용이 상승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중앙정부 지방교부세 중 보통교부세는 총체적 행정소요를 위해 산정된 금액이기 때문에 교부 후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도시철도 운영에 사용하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고령 인구의 급속한 증가에 따른 복지 제도의 지속가능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또한 서울교통공사는 적자의 원인으로 노인 무인승차 뿐만 아니라 ‘무료 환승시스템’과 ‘매우 낮은 지하철 요금’을 꼽았습니다.

공사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지하철 서비스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며 이는 합리적인 지하철 요금인상과 환승시스템으로 인한 손실 보전이 필요하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여성 신규공무원 병역 의무화


이외에도 이 대표는 지난 29일 경찰·소방공무원을 지원하는 여성 또한 군 복무를 완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는 해당 정책의 근거로 △병력 수급 △업무 밀접성을 꼽았습니다. 이 대표는 해당 직렬에서 연 7000여명을 채용하고 경쟁률이 20대 1을 상회하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1~2만 명의 병역자원을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나아가 군 복무 경력을 인정해 공무원 임용시 반영하겠다고 밝혔죠.

이어 지금의 병력자원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전격적인 병역제도 개혁이 필요하며 다른 직렬에도 점진적으로 이 제도의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업무 밀접성 부분에 있어서는 이미 해당 직렬 공무원은 전환복무의 일환으로서 활용된 바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제시한 것이며, 차후 논의를 통해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 개혁신당의 설명입니다.

여성 공무원 군 복무제를 두고서 찬성하는 목소리와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뉘었습니다.

병역 자원이 줄어들고 있는 오늘 날, 여성 징병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으며, 양성이 함께 복무함으로서 군 내 성비위 문제와 생활 시설 개선 등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죠.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발표된 정책은 구체적인 구상이 아닌, 그저 젊은 남성의 표를 얻기 위한 성별 갈라치기의 일환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가 제시한 직렬의 공무원들 역시 내부를 들여다보면 직무별로 세분화되기 마련이며, 군 복무 경력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준비가 미비하다는 것입니다.

지금껏 돌아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공약들은 분명 사회적 화두를 직접적으로 관통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세대와 성별을 갈라친다는 비판도 따라붙었습니다. 

담당업무 : 정경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확실하고 공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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