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 공장 잇따라 문 닫아…韓 시장도 中 비중↑
업계 “정책, 수요 지원 집중…제조업 지원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몸집을 불리면서, 각국 정부가 자국 산업을 방어하기 위해 세액공제 등 보호정책을 펼치는 모습이다.
국내 태양광제조업계 역시 중국산 제품의 시장 장악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선례를 살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태양광 모듈가 하락에 유럽 제조업 ‘속수무책’…시장 점유 中 모듈 이유
27일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태양광 모듈 가격은 꾸준히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주 초 기준 태양광 표준 모듈 가격은 와트당 평균 0.15달러로, 전월 대비 0.01달러 떨어졌다. 고효율 모듈 역시 가격이 0.01달러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의 배경을 저렴한 중국산 모듈의 시장 점유율 상승에서 찾고 있다.
중국은 중앙·지방정부 지원 등을 통해 자국 내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태양전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소재·부품 밸류체인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다.
중국 태양광 소재·부품 제조사는 이를 통해 확보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고 있고, 제품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제품 가격은 더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산 모듈가격은 지난주를 기준으로 26주 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 과정에서 중국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기 어려운 글로벌 태양광제조업계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유럽에선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서도 제조업은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노르웨이의 잉곳 제조기업 노르웨지안크리스탈즈(Norwegian Crystals)는 지난해 파산을 신청했고, 이달 독일 태양광 기업 마이어 버거(Meyer Burger) 역시 독일 프라이베르크 소재 모듈 제조 공장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태양광 제품을 수입산에 기대고 있는 인도는 지난 2022년 기준 중국산 수입품이 전체 수입량의 93%를 차지했다. 정부 발주 태양광 프로젝트에 자국 기업만 참여할 수 있게끔 하는 등 정부가 자국 제품 활용을 장려하고 있으나, 자국 제품만으로는 수요 충당이 어렵단 분석이 나온다.
국내 태양광 모듈 32% 중국산…“美 IRA 처럼 ‘제조업’ 직접 지원 필요해”
국내 역시 지난 2022년 기준 시장에 유통되는 태양광 모듈 중 32%가 중국산인 것으로 집계됐다. 2024년 현재 중국산 모듈 점유율은 더 늘어났을 것이란 업계 중론이다.
자연스레 우리나라도 미국 등의 선례를 살펴 방어책을 마련해야 한단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재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내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을 통해 자국 내 태양광 소재·부품 등 재생에너지 관련 생산공장을 설립하면, 생산량에 따라 세액공제 혜택을 적용하고 있다. 태양광 모듈의 경우 와트당 0.07달러의 보조금이 주어진다.
이에 국내 최대 태양광 모듈 생산기업인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지난해 미국 내 태양광 밸류체인 단지 ‘솔라허브’ 추진에 3조2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최근 독일 모듈 생산공장 문을 닫기로 결정한 마이어 버거 역시 미국으로 공장을 옮길 것으로 전망된다.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우리나라는 (RPS와 REC를 통해) ‘발전사업자’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건 시장(수요)을 키우는 정책이다. ‘제조업’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은 없다”며 “미국은 AMPC를 통해 직접 제조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중국은 이걸 2010년부터 시작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고 지적했다.
유럽 태양광제조업계 역시 미국의 IRA와 같은 자국 제조업 지원책을 통해 점유율 문제를 타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럽 태양광 발전 연합인 솔라파워 유럽(SolarPower Europe)은 최근 EU 집행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발행한 성명서에서 △회원국이 공장 운영 비용(OPEX)을 지원할 수 있도록 EU 국가 지원 규칙 조정 및 연장 △EU 태양광 제조업 지원을 전담하는 금융을 설정할 것 등을 요구했다.
금융 지원 외에 현행 지원책 내에서 찾을 수 있는 해결책도 제시됐다. ‘태양광 모듈 탄소인증제’의 확대 시행이다.
탄소인증제는 태양광 모듈 전 밸류체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수치화해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모듈부터 등급을 매겨 관리하는 제도다. 높은 등급의 모듈은 정부가 운영하는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고정가격 입찰 등에서 추가 배점을 받게 된다.
중국 제품은 국내 제품 대비 등급이 낮아, 사실상 국내 모듈을 보호하려는 제도로 읽힌다.
다만, RPS 고정가격이 시장가격 대비 하락해 최근 시장 자체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탄소인증제의 국내 제조업 보호 역할은 미미하단 평이다.
국내 태양광 모듈 제조사 직원 A씨는 “일반적으로 정부 보조금이 들어가는 정부 지원 산업에는 (탄소) 등급이 없는 모듈은 참여가 어렵다. 중국산 모듈은 현재 탄소등급이 사실상 없거나 4등급 수준이다”라며 “(저가형 모듈 선호가 높은) 민간 사업 부문까지 탄소등급제가 도입된다면, (설치·시공 업체가) 탄소등급을 기준으로 모듈을 구매할 테고, 생산업체도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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